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고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남산. 그곳에 독일 문화원(Goethe Institut)이 있다.

독일 문화원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호텔이나 도서관 같은 커다란 건물들이 있다. 그것을 보며 머릿속으로 산 위의 화려한 문화원의 모습이 그려본다.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이내 문화원이라며 눈앞에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건물이 조금은 실망스럽다. 하지만 실망했던 것도 잠시. 그 작은 건물 안에는 독일의 모든 것이 있었다. 

세계적 문호인 괴테. 만년에 괴테는 "세계 모든 민족이 서로 깊은 이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문학은 '세계문학(Welt literatur)'의 성격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그는 각 나라 문학의 교류를 꾀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세계 문학적 시야를 넓혔다. 그리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독일문화원은 독일의 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더 나아가서 나라간의 문화 교류 증진을 위해 설립되었다.

"교통이 좀 불편해도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독일 원서들이 많아 여기에 종종 와요." 독일어를 전공한다는 최현정(22)씨와 박지나(22)씨는 독일 문화원을 오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독일 문화원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곳은 정보센터. '작은' 문화원의 한 층에도 다 차지하지 않는 '더 작은' 방이지만 이곳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독일을 느낄 수 있다. 책을 통해 독일의 역사를,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최근 독일의 정칟 경제 ·사회를, 영화 비디오나 음악 카세트로 최근 독일에서 유행하는 문화를 똑같이 느끼면 된다. 정보센터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아이들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흔히 그렇듯이 소리를 지르며 방 이리저리를 뛰어다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깜찍한' 책상에서 책을 조용하고 다소곳하게 읽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그러고 있다가 엄마가 그만 집에 가자고 손을 잡자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이 잠시 당황스럽지만 이내 예뻐 보인다.

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다가, "gutten tag"이라고 하는 소리에 이끌려 어학센터로 간다. 독일문화원의 어학강좌는 회화중심의 수업으로 독일어로만 진행이 된다. 하지만 겁을 낼 필요는 없다. 간단한 시험을 거쳐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반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매일을 그 언어와 같이 '살아가게 되는' 어학연수의 장점을 최대한 적용시킨 것이다. 독일 문화원의 어학강좌를 듣기 위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사설학원들이 대개 한 달에 한번씩 신규 수강등록을 할 수 있는데 반해 독일 문화원의 어학강좌는 3개월의 한번씩 수강등록을 받는다. 신규 수강생은 일년을 4학기로 나누어 3월 20일 경과 9월 20일 경 등 2학기와 4학기에만 등록을 받는다. 

독일 문화원은 직접 독일어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현재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수업을 위한 독일과 독일어에 대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상담은 물론 독일어 교사 연수 프로그램 및 세미나를 통해 제공한다. 또한 독일어 교육 자문관과 협조를 해서 학교를 직접 방문하고 공동 연구 수업을 하는 등 수업 진행에 참여한다. 언어로 문화를 교류하는 것 외에 음악, 영화, 미술, 문학, 춤, 학술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를 주최하거나 후원한다. 특히 고전 음악과 현대 음악에 같은 비중을 두고  새롭게 작품을 해석해 본다던가 한국과 독일의 신인 음악가를 소개하는 등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들이 좀처럼 다루지 않는 분야와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행사를 많이 주관한다.

이렇게 독일 문화원은 독일의 땅이나 건물과 같은 외형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는 독일의 모든 것을 남산 중턱에 옮겨놓았다. 언젠가 독일을 가려고 하지만 당장은 돈이 없어 못 가고 있다면 어학강좌를 제외한 모든 시설 이용과 행사가 무료인 독일 문화원으로 독일의 '맛'을 보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최지희 기자<dewed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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