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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반려인 ⑥ “장애견이요? 똑같은 강아지였어요.”
김하연 기자 | 승인 2018.03.25 17:12

경북 안동에 사는 유혜정 씨(37)가 행복이를 처음 만난 건 작년 여름 안동시 보호소에서였다. 오른쪽 앞다리를 못 쓰는 행복이는 온몸에 변이 묻은 상태였다. 유 씨는 행복이를 씻겨 주면서 “왜 이렇게 표정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공허한 눈빛이 머릿속을 맴돌아 임시보호를 결정했는데, 며칠 동안 돌보면서 행복이에게 표정이 생기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때 생명을 거두는 일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행복이에게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유기견인 나나숑도 입양했다.

▲ 유혜정 씨의 집에서는 지내는 행복이(왼쪽)와 나나숑

유 씨는 “힘든 일이 있어서 눈물을 흘렸을 때, 강아지가 곁에 다가와 눈물을 핥아준 일이 있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반려견과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어 기뻤다는 말이다.

장애견은 다른 개보다 키우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구조돼도 입양은 쉽지 않다. 결국 안락사를 당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장애견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기견의 입양을 돕는 ‘팅커벨 프로젝트’의 황동열 대표(53)는 그런 분들을 천사라고 불렀다. 그 또한 장애견과 함께하는 천사 중 하나다.

팅커벨이 쏘아올린 작은 공

팅커벨 프로젝트는 안락사 직전에 놓인 동물을 구조해 입양을 가도록 도와주는 민간단체다. 황 대표는 2013년 1월, 길에 버려진 개 한 마리를 발견해 구조했다. 유난히 작아서 팅커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팅커벨은 아픈 상태였다. 황 대표는 치료를 위해 후원금을 모았다. 그러나 염원과는 달리 팅커벨은 세상을 떠났다. 황 대표와 후원자들은 팅커벨과 같은 개가 나오지 않기를 소망하며 유기동물의 입양을 돕는 기관을 후원금으로 만들었다.

▲ 황동열 대표가 입양한 흰순이, 순돌이, 레오(왼쪽부터)

황 대표는 장애견을 직접 입양했다. 키우는 8마리의 개 중 3마리가 장애견이다. 다리가 불편한 흰순이와 순돌이, 눈이 한 쪽 없는 레오가 있다. 입양을 가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데려와 키우다보니 어느새 식구가 늘었다.
 
처음 입양한 개는 흰순이였다. 오늘 입양되지 않는다면 안락사 당할지 모른다는 말에 입양을 결정했다. 흰순이를 보호하던 센터에서는 장애가 있는데 괜찮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황 대표는 “0.1초의 고민도 없이 괜찮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망설임 없이 흰순이를 데려오겠다는 결정은 지금까지 살면서 있던 일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다고 한다. 그는 “흰순이를 산책시킬 때, 다리가 아프니 중간에 잠시 쉬어야 할 때가 있다. 그 외에는 다른 개를 키울 때와 다른 점이 없다”며 웃었다.

유 씨는 산책을 나가면 유모차를 사용한다. 행복이가 건강한 나나숑과 속도를 맞추기 힘들어서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유난을 떤다며 흉을 보곤 했다. 미용을 위해 찾아간 미용실에서는 왜 돈을 쓰냐고 뒤에서 수군거렸다. 그럴 때마다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흰순이와 산책할 때마다 연민의 시선을 느낀다. 불쌍하다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이 아이는 불편한 거지 불쌍한 게 아니다. 내 사랑 충분히 받고 행복하게 잘 산다”고 이야기한다.

장애견, 후천적인 장애가 대부분

개들이 장애를 얻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학대나 사고로 인한 경우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최근 5년간 장애견 15마리를 구조했다.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학대로 인해 장애견이 됐다. 행복이도 이전 주인이 달리는 차에서 밖으로 던져 다리를 다쳤다고 한다.
 
선천적 요인으로 인한 장애는 매우 적은 편이다. 후천적 장애로는 디스크로 인해 하반신 마비를 겪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상이나 생활환경, 노화에 의해서 걸릴 수 있다. 제때 수술하지 못하면 뒷다리를 아예 쓰지 못한다. 24시온누리메디컬센터의 박한별 원장(39)은 “개도 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고가 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 때 장애견이 된다”고 말했다.

하반신 마비라도 보조기구를 착용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박 원장은 “개는 다른 동물에 비해 고통을 잘 견디는 특징 덕에 보조기구 착용을 잘 참는다. 다만 기구로 인해 상처가 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개가 타는 휠체어도 있어

▲ 워크앤런 홈페이지. 장애견이 보조기구를 착용한 모습이 보인다

국내에도 개를 위한 보조기구를 만드는 업체가 있다. 워크앤런의 이철 대표(59)는 “모든 장애견을 잠재적 유기견이라고 생각한다. 견주와 잘 살도록 돕기 위해 장애견 치료 보조기구를 만든다”고 말한다.

보조기구는 국내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직구가 가능하지만 휠체어가 비싸면 120만 원, 의족은 40만 원을 웃돈다. 덩치가 큰 개라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견주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 달에 15~20건의 주문이 전부라 사무실을 운영할 정도로만 번다.”

장애견과 함께하려고 결정한 이들은 비슷한 핀잔을 듣는다고 한다. 개에게 뭘 그렇게까지 하냐는 말이다. 개에게 쏟는 정성을 사람에게 쏟으라고 한마디씩 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황동열 대표는 “개에게 잘 하는 사람이 사람에게도 잘 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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