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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반려인 ③ 순종이 아니라 죄송해요
박선영 기자 | 승인 2018.03.25 17:09

“얘는 무슨 종이에요?” 기자가 올해 열세 살 난 잡종견 코부를 기르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잡종견은 순종처럼 하나의 종이 아니라 여러 종이 섞였다는 뜻에서 믹스(mix)견이라 불리기도 한다.

코부는 페키니즈와 잡종견의 교배로 태어났다. 코부를 기르는 동안 특이하게 생겼다, 똥개다, 잡종견은 성질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실제로 공원에서 산책하는 개는 말티즈, 포메라니안 등 작고 예쁜 순종이 대부분이다. 코부와 산책할 때마다 듣는, 견종을 묻는 말에, 코부는 오히려 자신이 미안하다는 듯 위로의 눈길을 보낸다.

외면 받는 잡종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잡종견을 기르는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약 10.2%다. 순종은 말티즈(26.2%) 푸들(11.4%) 시츄(10.8%) 요크셔테리어(8.3%) 포메라니안(5.9%)의 순서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버려지는 개는 순종보다 잡종견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2018년 2월 22일까지 등록된 전체 유기견 8만3532마리 중에서 잡종견은 4만3489마리로 52.06%에 달했다.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견 중 잡종견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버려지는 잡종견의 수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통계수치로만 보면 반려견 10마리 중 1마리만이 잡종견이지만, 버려진 개 2마리 중 1마리가 잡종견인 셈이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서울 동대문구의 답십리입양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도 다른 유기견 보호소와 마찬가지로 잡종견이 대부분이다. 입양센터는 장애견, 대형견, 소형견, 잡종견, 순종 등 여러 유기견을 돌본다.

▲ 동물권 단체 ‘케어’가 보호 중인 짱아(왼쪽)와 금강. 짱아는 뒷다리 중 하나가 절단됐지만 잘 뛰고, 잘 걷는다

 
짱아(3살 추정)는 한쪽 다리가 없다. 케어가 발견했을 때 한쪽 다리의 인대와 뼈가 끊어진 채 피를 흘렸다. 1년 넘게 치료했지만 짱아의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러나 남은 다리 3개로도 점프를 잘하고, 달리기도를 잘한다. 힘든 치료를 받았지만 밝은 성격을 가졌다. 잡종견인 짱아는 보호센터에 남겨진 지 벌써 3년째다.
 
금강이(8살 추정)도 진도 잡종견이다. 얌전한 편이지만 자원봉사자나 케어 활동가들이 먼저 다가가면 장난도 곧잘 친다. 금강이의 특징은 ‘순한 눈망울’이다. 귀여운 외모를 지녔지만 2015년 센터에 들어온 이후 입양되지 못했다.

답십리입양센터에는 유기견 50여 마리가 있다. 이 중 80~90%가 잡종견이다. 입양은 순종견이 훨씬 잘 된다. 유기견을 입양하러 오는 사람들은 “순종은 어디 있어요?” “푸들 있어요?” “말티즈나 시츄 있나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입양되지 않고 입양센터에 남아있는 기간도 잡종견이 순종보다 2~3배 길다.

이은혜 케어 PD는 “입양센터에 순종이 굉장히 적지만 입양하시는 분들은 잡종견을 외면하고 순종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잡종견을 찾는 사람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끔 잡종견이 순종보다 건강해서 좋다며 일부러 잡종견을 찾는 분도 계신다”며 “저희는 그런 분들을 천사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이런 ‘천사’는 극히 소수라고 한다.

순종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는 잡종견을 기르는 반려인을 움츠러들게 한다. 남영주 씨(27)씨는 “반려견을 분양받는다면 잡종견보다는 순종을 선택하겠다. 다들 순종을 기르기 때문에 잡종견을 기르면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삭애견훈련소를 운영하는 이웅종 천안연암대 교수는 “한국은 해외보다 순종을 선호한다. 반려견을 개인의 자랑거리로 여기는 풍조가 있기 때문에 같은 돈을 들이고 반려견을 기른다면 기왕이면 순종을 기르자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견 분양시장 자체가 순종 중심이다. 김민주 씨(27)는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를 기르고 싶은데, 그런 특징을 가진 잡종견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원하는 특징을 가진 견종을 찾아 펫샵을 찾았지만 잡종견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펫샵. 이곳에서 분양 중인 30마리의 강아지 중 잡종견은 한 마리도 없다. 말티즈와 푸들, 포메라이안이 절반 이상이고 치와와, 말티푸(말티즈와 푸들을 교배시켜 만든 견종), 프렌치불독이 나머지 견종이다.

손님들은 처음부터 원하는 종을 정하고 오는데, 잡종견을 판매한 적은 없다고 한다. 펫샵 직원은 “펫샵의 유통구조 자체도 잡종견을 받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며 “전문 브리더(개가 새끼를 낳도록 해 새끼를 펫샵에 분양하는 사람)는 모두 한 견종만 취급해요. 말티즈면 말티즈, 푸들이면 푸들, 이렇게 한 가지만 해서 잡종견이 들어올 자리는 없죠”라고 말했다.

잡종견을 입양할 수 있는 유기견 보호소는 서울보다 지방에 많다. 많은 유기견을 수용하려면 넓은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기견 보호센터는 케어에서 운영하는 입양센터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운영하는 입양카페뿐이다. 최근 문을 연 강동구의 리본(Reborn)센터는 도심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첫 유기견 보호센터다.

교감에 견종은 상관없어

▲ 김지영 씨의 반려견 알프. 잡종견 콘테스트인 ‘믹스코리아’에서 1등(진)을 차지했다. 믹스코리아 진, 선, 미에 오른 수상견을 대상으로 스튜디오에서 촬영

잡종견 알프를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김지영 씨(30)는 알프를 처음 봤을 때 “모든 걸 감싸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당시 알프는 스트레스성 자해가 있었기 때문에 다리에 상처가 많고 손길을 피했다. 그러나 이젠 먼저 만져달라고 매일 김 씨에게 조른다고 한다.

알프는 반려동물 전문기업 오라컴퍼니가 주최한 잡종견 콘테스트 ‘믹스코리아’에서 1등을 수상했다. 한국에서 순종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 김 씨는 “많은 사람이 강아지 종에 따라 비싼 개라 말하고 구분 지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모든 반려동물을 같은 시선,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믹스견에 대한 인식을 바꿀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김보람씨의 반려견 ‘라떼’. 믹스코리아에서 선을 차지했다

 
잡종견 ‘라떼’를 기르는 김보람 씨(34)는 “잡종견은 잡종견만의 유니크함이 있어요”라며 “누가 봐도 한 번에 알아보는 얼굴을 가졌어요. 산책하러 다니다 만나는 사람들도 라떼는 금방 기억하죠”라고 말했다. 입양 당시 2.2kg밖에 안 나가던 라떼는 지금 몸무게 6.3kg의 건강한 강아지로 자랐다. 반려인 김 씨와 한 달 동안 제주도 여행을 갔다.

이웅종 교수는 “같은 교육을 받는다면 잡종견과 순종의 지능 차이는 없다”며 “잡종견을 보는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잡종견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견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잡종견에 대한 편견도 의학적으론 근거가 없다고 한다.

잡종견이 잔병치레가 많다는 편견에 대해 신동훈 용강동물병원 수의사는 “순종의 경우는 같은 혈통에서 계속 교배를 하다 보니 선천적인 질환이 더 생길 수 있다. 잡종견은 친족끼리 교배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유전적으로 내려오는 유전병 등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케어는 잡종개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입양을 독려하기 위해 여러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블랙독 캠페인’ 크라우드 펀딩이 1월 25일 끝났다. 목표액(100만 원)을 넘어 573만 2000원을 모았다.

임영기 케어 사무국장은 “여태껏 검은 개의 영상과 사진을 모아서 전시회를 진행했어요. 3월에도 검은 개 인형을 만들어서 전시회를 열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 진행했던 ‘검은 개 프로젝트’의 목표는 ‘검은 개도 사랑스럽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임 사무국장은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유기견은 모두 입양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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