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한국지역신문협의회 회원사 일동>은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지역언론 발전을 구속하는 부당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지역언론 육성정책을 발표하라"면서 "지역주간신문에 대한 우편 요금 감액율을 80%이상 적용하고, 이미 납부한 인상요금을 즉각 반환하라"는 촉구를 담은 요구안을 밝혔다. 이들은 왜 정부에 '지역언론문건'을 내게 되었을까?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7월20일 지역신문에 대한 우편요금의 감액율을 종전의 75%에서 65%로 조정하여 지역신문의 우편요금을 평균 44% 인상 조치했었다. 일간신문의 75% 감액율과도 형평에 어긋나고 가뜩이나 경영난이 심한 지역신문의 숨통을 조이는 이 같은 조치에 전국의 주간지역 신문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정보통신부는 10월1일부터 감액율을 70%로 상향조정한다고 다시 통보했지만 여전히 일간신문과의 5% 차이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 나아가 지역신문사협의회에서는 지역주간신문의 공익성을 고려해서 우편요금 감액률을 80%까지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신문은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

아산시는 시민에게 적용되는 조례와 규칙의 공포를 대전일보 등의 광역 일간지에만 할 수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지방자치법시행령>과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시행령>에 따른 조례와 규칙의 공포가 일간신문에만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광역 일간지가 아산시에 배포되는 부수는 1천부 내외인 반면 아산시에서 발행되는 온양신문은 1만부에 가깝다고 한다. 결국 아산시는 적은 예산으로 많은 지역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법적인 제재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한 선서운동을 위한 신문 광고나 정당의 정강-정책의 신문광고도 일간신문에만 허용된다. 천안시장에 입후보한 후보자가 자신의 출마를 알리는 광고를 대전시민이 주로 읽는 신문에 광고를 해야하는 실정이다. 일간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시-군 단위에서 출마한 입후보자들이 지역사회에 보다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다. 동시에 지역 우권자들이 입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서 합리적인 투표를 통한 지역자치의 발전을 막는다.

무전유죄, 유전 무죄
 
<정기간행물 등록법>에 따르면 일반일간신문은 "타블로이드 2배판 4면 기준의 신문지를 시간장 2만부 이상 인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윤전기와 대통령이 정하는 인쇄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주간 신문도 "윤전기 1대 이상과 대통령이 정하는 부수인쇄시설"이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신문만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사"등을 보도할 수 있다. 지난 1995년 9월 공보처가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에 관해 보도한 홍성신문, 부천시민신문, 남해신문 등 5개 지역 신문에 대해 2개월간의 정간 명령을 내린 이유도 이들 신문사가 윤전기를 구입할 재정적 능력이 없는 특수주간신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1996년 7월, 정간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일반주간신문도 운전기를 소유하지 않고 인쇄계약 만으로 등록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언론계는 돈이 있어야 신문을 발행할 수 있는 법적 환경에서 대자본가 사주를 둔 중앙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역언론사 기자로 산다는 것

1990년에 소액시민주 신문으로 창간한 남해신문는 지역신문 사이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매주 금요일 발행하는 부수는 18000부. 중앙일간지의 구독자수보다 훨씬 많다. 600여명이 3억5천 만원의 출자로 시작해서 월 구독료 3000원과 광고비 등으로 유지하고 있는 자산은 5000만원 정도다. 고립된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남해군민에게는 중앙의 뉴스보다 지역의 뉴스가 더 중요한 까닭이 크다. 그런데 재정적으로 나은 편인 남해 신문사의 기자도 노동강도는 다른 지역신문사와 거의 비슷하다. 취재 기자 5명이 각각 일주일에 4면씩의 기사를 쓰는 일만 해도 보통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인쇄되어 나온 신문을 접어서 담당 구역에 직접 배달하고 수금하는 일까지 기자의 몫이라고 한다. 한관호(취재부장·노조위원장)기자는 이런 힘든 여건과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때문에 지역언론 기자 중에는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 많고 젊은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작년 10월 기자들이 신문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민주 신문으로 거듭난 고양신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8년 째 고양신문사에서 일해 온 편집국장 이영아씨는 나머지 기자 3명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10개의 기사를 쓴다. 월급은 취재비를 포함해서 100만원 남짓. 신문사의 재정 상태는 수입과 지출이 거의 맞아떨어지는 정도다. 이영아 편집장도 "기자들의 재교육에 대한 투자가 아쉽다"며 "내년에는 임금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풀뿌리 지역언론이 자라나 숲을 이루기를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는 지난 10월 15일 바른지역연대와 민주언련시민연합회가 공동주최한 <풀뿌리 지역신문 활성화 방안과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토론회 발제에서 "지역언론은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왜곡된 언론문화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실마리를 쥐고 있다"면서 "우선 현재 일간신문 위주로 되어 있는 정부의 신문관련 정책-법제를 개선해 지역신문사에게도 동등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지역화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화도 경제발전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식하고 지역언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직 자본과 권력의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여기저기서 뿌리를 내리려는 지역언론이 생겨나고, 서로 연대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성언론계, 국민 모두가 여기에 비료를 지원해주고 관심의 비를 쏟을 때만 언론 민주화라는 숲으로 자라날 수 있다.     

김재은 기자<dewed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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