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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 촛불 맨드라미] 나누고픈 이야기
홍유진 작가 | 승인 2017.11.26 22:01

나누고픈 이야기

 

 

  마주침의 나비 효과를 꿈꾸다

  우리가 매일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스치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무런 관심도 없고 관련도 없는 타인입니다. 하지만 때로 그들의 무언가가 우리에게 다가와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고 내 삶에 물결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나 또한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방금 나를 스쳐 지나간 누군가에게 나비의 날갯짓처럼 소소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의 눈빛과 표정과 몸짓이 서로의 삶에 실어 올 따듯한 나비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관점과 경험과 입장을 바탕으로 한 판단은 엉뚱한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을 밑바닥까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세상을 보는 자세를 바꿔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야 하니까요. 
  여기까지가 제가 글쓰기를 통해 나누고픈 이야기이자 『촛불 맨드라미』에 담고 싶었던 말입니다. 

  그런데 
  단편(2009년)에서 장편(2012년)으로 바뀌며 오랜 시간 제 곁에 머물던 이 글이, 어느 날부턴가 린과 운, 하수와 귀녀 씨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고. 다름과 다름이 멋지게 어우러질 수 있다고. 우리는 지금의 모습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보지만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어린 시절과 여린 마음이, 방황하고 고민하는 삶이 있다고. 그러면서 가족에 대해서,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 나누고픈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가족. 혹은 당신에게 소중한 존재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다른 이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들여다본다면, 모두가 누군가에게 가족이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가족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당연하면서도 때로는 짐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운이처럼 누군가의 오빠이자 손자이자 아들로서, 린이나 하수처럼 누군가의 딸이자 손녀이자 동생으로, 귀녀 씨처럼 누군가의 할머니이자 어머니이자 딸이자 아내로서, 하수의 엄마 이연희 씨처럼 누군가의 엄마이자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딸로서, 가족 안에서 우리에게 기대되는 다양한 이름을 견디면서 각자 자기 몫의 최선을 다해야 지켜 낼 수 있는 값진 ‘선물’이라고 말입니다. 
  독립운동가 김상옥 선생이나 노동 운동가 전태일 열사처럼 대의를 위한 희생은 아닐지라도, 소중한 존재를 위해 평생에 걸쳐 인생을 걸고 세상에 맞선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희생’을 우리 모두가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더라도 지금 당신이 소중한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온기를 나누고 있다면, 우리 모두는 이미 누군가에게 ‘촛불 맨드라미’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린의, 운의, 하수의, 귀녀 씨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고1 때의 왕따 경험, 할머니와 아버지께서 겪으신 피란길의 고생, 2013년 9월에 갑작스레 찾아온 백혈병 말기 판정과 골수 이식… 제가 삶에서 배운 깨달음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10명 중 1명이 살아남는 확률을 넘어 지금 이 소설을 연재하기까지, 굽이굽이 엇갈려 놓인 제 인생의 눈길과 꽃길을 함께 걸어온 가족, 친구들, 은사님들… 언제나 한결같이 곁을 지켜 주는 소중한 이 나그네들에게 사랑을 담뿍 보냅니다.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제 건강을 배려해서 격주 연재를 허락해 주신 스토리 오브 서울에도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를 잘 알지 못함에도 기꺼이 소설을 위해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주인공들을 응원하며 마지막 회까지 읽어 주신 독자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때로 삶은 견디기 힘든 시련이지만 우리가 함께하기에 저는 오늘도 한 발을 내딛습니다.
  작가로서 저의 첫 번째 걸음인 『촛불 맨드라미』와 당신의 마주침이 따듯한 나비 효과를 일으킨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저작권자 © 홍유진 작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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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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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어2 2017-12-08 12:54:08

    작가의 빼어난 각본과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가 합춰진 한편의 연극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촛맨 분량과 내용들이 연극연출로 제격일지도!?)

    암전 상태에서 여운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지만, 불은 켜지게 마련이지요.. 가끔은 끝에 배우분들이 쭉 나오시지 말고 그냥 어둠속에 관객을 내버려두면 좋겠어요 ㅎㅎ
    이 소극장 객석에 불이 다시 꺼지고 다른 또 한편의 공연이 시작되기를 바래봅니다~   삭제

    • 2017-11-27 23:47:03

      한동안 삶에 지쳐 모든 걸 놓고 살다가
      마지막회 소식에 달려와 글을 모두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특히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감동적인 글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멀지 않은 시일에 더 좋은 글로 뵙게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삭제

      • Gen Paik 2017-11-27 11:57:57

        "No croos, no crown."
        '고통없이 영광 없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하는 소회글이네요^^
        작가님이 겪은 그 엄청난 고통.흑암의 시간을 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결코 모르죠... (그런 시간을 견디어 온 작가님께 敬意를 표하고 싶네요..^^*)

        앞으로 작가님의 그런 고통이 또다른 '촛불맨드라미'로 꽃피는 봄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성경 한구절로 격려.성원의 뜻을 가름하죠~
        "내가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욥기23:10)

        작가님, 홧팅!!^^   삭제

        • rmaxod 2017-11-27 08:11:37

          작가님^^ 매회 읽을때마다 한구절 한구절 정성스런운 글귀에 감사하고
          감동도 많이 받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힘든 시련도. 있지만 저도 한걸음 한걸음. 열심히 걸어가겠습니다^^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삭제

          • drumi 2017-11-26 23:10:31

            눈길이든 꽃길이든 목적지가 있고, 함께 걷는 이들이 있기에 의미가 있겠죠.
            고맙습니다. 기대합니다. 응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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