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












 22. 하수 : 새로운 여행


 

 

 

 

 

  105동, 집으로 가는 익숙한 길이 보인다. 아파트가 동굴 같은 입을 벌리고 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느낌이다. 반드시 진실을 파헤치겠다며 굳은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막상 여기 다다르자 집으로 갈 마음은 깡그리 사라졌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면 끝이란 말씀! 집에 아무도 없으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가방을 있던 자리에 놓아두고 식탁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핫 초코를 홀짝거리면서, 엄마나 아빠가 와서 딸 하나만 낳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부모로서의 헛헛함을 털어놓기를 기다리면 되는데, 뭐가 어렵다고! 아닌 게 아니라 뭔가 엄청 어렵다니까? 그래서 벌써 1시간째, 나는 벤치에 앉아 나뭇결무늬만 들여다보고 있다. 조금 전부턴 엄마도 함께한다. 우리는 눈도장만 대충 찍곤 서로 모르는 척 딴전을 부리는 중이다.


  오후 5시. 학교를 마친 애들이 학원을 다녀오거나 직장을 퇴근한 부모들이 돌아오기에는 조금 이른, 애매한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나무를 가출해 바닥에서 요리조리 뒹구는, 성격이 급한 낙엽 외에는 거리가 텅 비었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에 슬슬 싫증이 나서, 폰을 꺼내 전원을 켜 본다. 반짝이는 똑똑한 기계가 어쩐지 낯설기만 하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아이폰을 손에 들고 나온 뒤로는 애고 어른이고 모두 잡스가 만든 세계에 중독되고 말았지만 불편은 잠시일 뿐, 폰이 없어도 삶은 말짱하게 굴러간다. 이럴 때 보면 인간은 습관의 노예에 불과하다니까? 나는 꺼 놨음에도 결코 멈추지 않은 잡스의 세계가 부리나케 알리는 소식을 듣기 시작한다. 


  음성 1 : 그제 오후, 화가 잔뜩 난 엄마
  “야, 은하수. 혜수랑 도서관에 가면 간다고 미리 말을 해야지, 문자만 하나 달랑 남기는 게 어딨어? 휴대폰도 꺼 놓고! 이거 듣자마자 바로 연락해!”
 

  음성 4 : 그제 밤,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엄마
  “너, 도서관 아니지?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돼서 혜수한테 전화해 봤어. 혜수는 도서관이 아니라 집이던데? 방에 있던 여행 가방도 없고… 걱정되니 빨리 연락해! 외시 보기 싫다고 반항하는 거면 절대 양보 못 하니까 그런 줄 알고! 엄마, 잠도 안 자고 기다린다? 내일까지 연락 안 되면 경찰에 확 신고할 거야, 알아서 해!”
 

  음성 11 : 어제 새벽, 기다림에 지친 아빠
  “딸! 고시촌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래? 그런 거면 일단 집에 와서 얘기하자. 음성 확인하면 무조건 연락부터 해. 은하수, 듣고 있냐? 엄마랑 얘기하기 싫으면 아빠한테라도 꼭 해!”
 

  음성 25 : 어제 아침, 불안에 짓눌린 엄마
  “하수야, 무슨 일이야…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괜찮아. 엄마한테 연락만 해. 다음은 그 담에 생각하자.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음성 33 : 어제 오후, 후회로 가득찬 엄마
  “하수야… 하수야… 다 내 잘못이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엄마가 너무 몰랐어. 정 싫으면… 외시 공부, 안 해도 돼… 집에 돌아오기만 해. 아니, 무사하다는 연락이라도 줘.”
 

  음성 51 : 어젯밤, 울먹거리는 엄마
  “하수야… 정말 왜 이래… 엄마 죽는 거 보고 싶어? 엄만 너 하난 거 알잖아…. 연락해, 응? 제발.”
 

  음성 55 : 오늘 새벽, 한결 차분해진 엄마
  “방금 할머니한테서 전화 받았어. 잘 도착했다면서? 그거면 됐어. 네가 원하는 만큼 푹 쉬고, 올라오면 얘기하자.”
 

  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엿본 느낌이다. 자식에게 약한, 부모라는 죄까지 떠안은 우리 엄마… 내 안전의 대가로 자유를 얻은 것 같아, 빈속에 커피를 들이부은 듯 속이 쓰리다. 갈수록 쩔쩔매는 엄마의 목소리는 하나도 안 통쾌하다고. 어려서부터 길을 잘 잃던 내가 낯선 세상을 헤맬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자신을 탓하며 심장이 오그라들었던 걸까? 여자인 엄마, 엄마인 여자… 어느 쪽이든 결코 만만치 않은 길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마지막 음성이 도착한 시간은 오늘 새벽이야. 내가 할머니의 꿀물을 마시고 잠든 무렵이고. 하, 더이상 무슨 확인이 필요하겠어! 뻔한 진실을 헤집어 봤자 서로의 마음만 아플 뿐이다.

  에취. 엄마가 재채기를 한다. 멋쩍은 듯 코끝을 비비는 엄마를 본다. 언제나 확신에 차서 내게 나아갈 길, 본인이 생각하는 정답을 내밀던 막무가내 이 여사는 어디로 사라지고, 자기 앞의 생에 치여 흰머리가 드문드문 올라오고 이마에 잔주름이 가닥가닥 잡힌, 낯모르는 중년의 여자, 길거리 어디에서나 흔히 마주치는 대한민국 아줌마가 내 옆에 있다. 억척스러우면서도 정겨운, 완벽하게 한국적인 엄마의 모습에 내가 고스란히 겹쳐진다. 어쩌면 미래의 나일지도 모르는 이 여자가, 우리 엄마다. 겨자 소스라도 한 숟갈 삼킨 것처럼 괜스레 코끝이 찡해져선, 내 안에서 산호초처럼 자라나는 진심을 전하려 용기를 쥐어짜 본다.
  “미안해, 엄마.”
  민달팽이처럼 겨우 기어나오는 내 말에, 엄마가 진심인지 일부러 꼬는 건지 모를 말로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네가 뭐가 미안해? 두 발 달린 짐승이 제 발로 어디 가는 거야, 자기 자유지?”
  팔팔하게 비아냥거리는 엄마의 말을 들으니, 이제야 우리 엄마 같아서 안심이다. 종말이라도 맞은 듯, 기절한 뻐꾸기 같은 몰골의 엄마를 보는 것보단 훨씬 낫다니까? 나는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크게 소리를 지른다.
  “걱정시켜서 미안하다고!”
  “알아? 알긴 알아? 알면서 그랬단 말이지, 이 못된 계집애!”
  이러면서 엄마는 그때껏 참은 눈물을 스프링클러처럼 뿌리며, 내 어깨며 등짝을 되는대로 인정사정없이 후려친다. 눈을 흘기면서 정말 아프게 때리는 데도 정말로 화난 표정은 아니라서 신기하다. 나는 파리채처럼 따가운 엄마의 손을 피해 몇 번이나 저만치 달아나고 돌아온다. 곧 둘 다 다시 말이 없어지긴 했지만, 아까와 달리 마음속은 차츰 밝아지는 중이다. 이대로 계속 함께 있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걱정은 사라질 거라는 희망이 티눈만큼 차오른다. 속지 말자! 인생의 악취미 중 하나가, 풍선껌처럼 터지기 쉬운 기쁨을 인간에게 줬다 뺏기니까. 아니나 다를까. 내가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에 채 닿기도 전에, 엄마가 우리집이 날아갈 만한 폭탄선언을 한다.
  “하수야, 놀라지 마. 아빠랑 나, 잠시 떨어져 지낼까 봐.”

  이건 또 무슨, 역도 선수가 리듬 체조를 하는 식의 소리일까? 레프트, 라이트, 라이트, 훅! 대수롭지 않은 잽을 계속 맞다가 이젠 반격할 차례라고 준비하는 순간, 턱 아래에 정통으로 날아온 주먹을 맞은 권투 선수가 된 기분이라고! 나는 보기 좋게 KO를 당하곤 쌍코피를 질질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졌다니까? 그만 일으켜 줘요. 코치 손에서 하얀 수건을 뺏어서라도 심판의 얼굴을 한 인생이란 놈에게 사정없이 던지고 싶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불쑥 말이 튀어나온다. 
  “나 때문이야?”
  우리 엄마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을까? 순진한 시골 처녀처럼 배시시 웃으며, 엄마가 다정하게 말한다.
  “무슨 소리야? 네가 왜… 네가 우리 때문에 고생이 많았지. 아빠와 나는 악연이다 싶을 정도로 안 맞아. 너도 잘 알잖아.”
  사실은 내가 딸이라서, 자식이 나 하나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모질게 따지고 싶지만, 날이 시퍼런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면 엄마에게도 내게도 회복이 불가능한 상처를 입힐 것만 같아서, 바람개비처럼 혀끝에서 다른 말로 돌리고 만다.
  “내가… 내가, 가출을 해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면 왜 갑자기 별거를 하냐고!”
  “아니야. 네가 없으니까 진짜 문제가 뭔지 알게 된 거야. 아빠와 내가 그동안 어린 네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외면해 왔다는 걸. 하수야, 정말…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우리 딸.”
  때로는 나를 북돋우고 때때로 다그치고 언제나 날 위해 죽을힘을 다해 세상에 맞서던, 지나치게 강해서 넌더리가 나던 우리 엄마. ‘엄마’라는 가면을 벗은, 인생에 지친 한 여자로서의 이연희 씨가 이제야 보이는 듯하다. 나처럼 고민도 하고 엄마를 찾으며 아이처럼 울기도 하는 한 평범한 여자가, 지금 내 앞에 있다. 왜 눈치 없이 눈물이 자꾸만 꾸역꾸역 나는지… 촌스럽게. 지금 이 순간부터는 나도 엄마처럼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어른이 되자고 다짐해 본다.
 
  “그래서 말인데, 넌 누구랑 살래? 엄마는 당연히 너랑 살고 싶어. 아예 이혼하려는 건 아니야. 6개월 정도 떨어져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어.”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간절한 시선이 느껴진다. 함께하겠다는 대답을 기다린다는 것도 아는데, 어떤 말도 선뜻 나오지가 않는다. 내 마음이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내가 머뭇거리자, 엄마가 서둘러 덧붙인다.
  “내가 또 앞서갔네. 너 이제 돌아왔는데…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고 말해 줘.”
  “응.”

 

  우리 가족의 온기로 가득한 집에 들어오자, 비둘기 떼처럼 한꺼번에 밀려드는 생각에 머리가 하얘진다. 우리 엄마표 매콤하고 달콤한 김칫국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내 방에 들어가 서둘러 불을 끈다. 안 그러면, 엄마와 나 모두, 계속 뭔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만 같아서 부담스러우니까. 아빠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내 생각 상자에 들어가 틀어박히고만 싶다. 이틀 동안 너무나도 그리웠던, 솔직히 말하면 엄마나 아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각나던, 내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역시, 환상적이야! 과학의 힘은 대단하다니까! 다음에 다시 가출을 한다면, 제일 먼저, 잘 곳을 챙겨야겠어.
  고새 잠이 들었을까? 현관문이 시끄럽게 열리는 소리에 벽 쪽으로 돌아눕는다. 내 방으로 급하게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벌컥 열린다. 벽으로 북극곰처럼 큰 그림자가 비친다. 우리 아빠다. 엄마가 떨어져 살기로 결정하기까지 아빠는 어떤 생각과 말을 했을까? 인정하긴 싫지만, 아무래도 남자인 아빠에 대해서는 짐작만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빠도 내게 그럴 거야… 아니, 뒤집어 보면 엄마에 대해서도 모르는 부분이 수두룩하다고! 꼭 아들이라야 아빠와 더 잘 통하는 건 아닐 거야. 이해에는 지름길이 없다. 꼼수를 부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물어보고 진심으로 들어야 한다. 하지만 아빠의 마음이 궁금하더라도 오늘 저녁은 참자. 내 머릿속부터 교통정리를 좀 해야 하니까. 다행히 집으로 돌아온 나에겐, 우리의 내일이 있다. 
  잠시 꼼짝 않으면 곧 방문이 닫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참이나 그대로다. 몸이 배배 꼬이고 왼쪽 다리가 슬슬 저려서 어쩔 수 없이 잠꼬대하듯 몸을 뒤척여 볼까 망설일 때쯤 아빠가 침대로 다가오더니, 내 얼굴이며 목에 들러붙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살며시 떼어 주고 나간다. 열릴 때와는 달리 문은 소리도 없이 닫힌다. 벽에 비치는 불빛이 서서히 줄어들다가 한줄기 선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서 알아차릴 정도다. 하, 엄마와 아빠 중에 한 사람만 고르라는 건 정말 너무하다고! 다 자란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부모님이 이혼하는 어린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갈팡질팡하고 무서울지 상상도 안 간다니까?

  설핏 들었던 잠이 아빠 때문에 홀딱 깨면서, 기차에서 하던 고민, 지금껏 내 길을 찾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얹혀살았다는 반성이 다시금 나를 괴롭힌다. 하, 어쩌면… 지금이 나 홀로 첫발을 뗄 기회인지도 몰라. 그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는 거야! 나에게로의 여행을 떠나자.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건 뭘까? 남보다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긴 한 걸까?
  미치도록 좋아하는 건 있다. 먹기! 맛있는 음식을 입안에서 녹일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니까. 근데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내 길을 찾는 데에는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생활비만 잔뜩 드는 취미라고. 새로운 생각이 반짝 떠오르는가 싶으면 금세 까마득하게 도망가서 시무룩해지기를 수십 번… 에휴, 이제 보니 나란 사람은 지나치게 평범해서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먼지 같은 존재였어. 제대로 자기 비하에 빠져 불쌍한 침대만 쥐어뜯는데, 앙드레 미슐랭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갑자기 알은체한다.
  그거야! 기드 미슐랭! 앙드레 미슐랭과 에두아르 미슐랭이 만든 〈GUIDE MICHELIN〉은 유명한 여행 안내서로 100년도 더 전인 1,900년에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원래는 자동차 타이어 회사를 운영하던 미슐랭 형제가 판매를 늘리려고 타이어를 소개하면서, 들를 만한 식당과 주유소의 위치 등 자동차 여행을 할 때 필요한 정보를 넣어 만든 무료 잡지였다. 그러다 점차 인기를 끌면서 1911년에는 유럽 전체에서 발간됐고, 2006년부터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도시들, 홍콩과 마카오 등 아시아 지역까지 대상을 넓혀서 2016년에 드디어 서울 편도 만들어졌다. 현재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싱가포르 등 28종의 가이드가 발행 중이고 지난 1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무려 3천만 부 이상 판매됐다는 말씀! 〈기드 미슐랭〉이 이렇게 대박을 터뜨린 비결은 곳곳에 숨은 맛집을 찾아내 별을 주기 시작한 데 있다. ‘미슐랭 스타’라고 불리는 이 별은, 익명의 전문 평가원이 음식점이나 호텔에 직접 가서 다른 손님들처럼 자기 비용을 들여 씹고 맛보고 즐기고 나서 5가지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 1~3개의 별을 주는 방식으로, 192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평가 과정이 공평하고 믿을 만하다 보니, 맛뿐 아니라 멋까지 담은 예술적인 요리를 개발하도록 전 세계의 요리사들을 자극하는 잡지로 떠올랐다. 미슐랭 스타 3개를 받은 곳에서 일하는 요리사는 ‘스타 셰프’로 국제적인 유명세를 타고, 식당은 밀려드는 예약 손님으로 미어터질 지경이라니까?
  나는 먹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기드 미슐랭〉의 평가원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세계 곳곳으로 미식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혹시 서울 평가원으로 뽑히면 한국인의 입맛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한국적인 맛을 세계에 알릴 수도 있다. 그렇게 미각에 경험을 쌓다가 나중에 요리 전문 기자나 칼럼니스트가 돼도 멋질 거야! 프랑스어를 할 줄 아니까 이참에 파리에 가서 요리까지 배워 볼까? 요리사의 영혼을 담아 실감나는 글을 쓰다가 언젠가 은하수표 요리 잡지를 만들어도 좋을 거야! 요리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코리안 셰프 은하수… 눈을 감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뻗자, 사람들의 기립 박수가 내게로 쏟아진다. 

  그래, 엄마냐 아빠냐는 지금 내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야. 이제 나는 진정한 은하수의 길을 찾아 떠나야 해. 이 새로운 여행의 첫걸음은 꿈을 찾기 위한 독립이고. 엄마와 아빠에게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충분히 필요할 거야.

  “엄마, 아빠. 우리 가출해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오롯이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열심히 고민해 보고 꼭 다시 만나요, 여기서.”

  이게 내일 아침, 부모님이 듣게 될 나의 답이다. 오늘까지 솔잎을 먹던 송충이가 내일 갑자기 나비로 변신할 수는 없어. 내게는 새로운 여행을 준비할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거야. 나답게, 구체적인 건 아직 아무것도 없지만, 걱정하진 않는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고민해 나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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