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홍보물 (출처: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주택,도시계획,부동산 게시판)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라 서울시는 2012년 9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여러 공유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3년부터는 주거 공간의 여유가 있는 어르신과 주거 공간이 필요한 대학생이 함께 거주하도록 돕는‘한지붕 세대공감 어르신-대학생 룸 셰어링 사업(이하 한지붕 세대공감)을 실시중이다. 한지붕 세대공감은 서울시에 있는 주택(여유 방 1개 이상)을 소유한 60세 이상 어르신, 서울시 소재 대학(원)의 학생 및 휴학생이 참여할 수 있다. 희망자는 홈페이지(http://www.peterpanz.com/house_share)나 해당 구청에 전화를 걸어 신청하면 해당 구청이 학생의 통학 거리를 고려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 시작 이후 5년간 구내에 대학이 있는 16개 자치구에서 593건이 성사, 526가구가 참여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한지붕 세대공감’
올해 6월 장년층의 노후생활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출자·출연기관인 50+ 재단이 발표한 ‘50더하기 포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 가구는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65세 이상 가구는 73.5%의 높은 주택 소유율과 동시에 48.4%라는 높은 빈곤율을 보인다. 다시 말해 65세 인구 중 최소 22% 이상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빈곤한 상태에 처해 있다. 같은 자료에서 서울교원대 조재순 교수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청년들의 경우, 주거 빈곤율은 22.8%이며 서울 소재 대학교 학생들의 약 30%는 통학이 불가능한 타 지역 학생이다. 하지만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대학교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약 15% 정도로 매우 낮으며 기숙사 건물을 신축할 계획을 세워도 지역 주민의 반대와 같은 여러 문제에 부딪쳐 신축이 쉽지 않다. 따라서 주택 소유율이 상반되는 두 연령층의 동거를 제안하는‘한지붕 세대공감’은 서울시가 직면하고 있는 노인빈곤율과 대학생 주거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노인 가구가 소득의 원천으로 주거 자산을 이용할 수 있고 대학생 역시 주거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나 해당 구청에서 일방적인 지원을 하는 다른 정책과 달리 집을 소유하고 있는 어르신이 스스로의 생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대학생들도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라도 출신인 인덕대학교 재학생 이정무 (19)씨는 올해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한지붕 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신청해 현재까지 노원구에 거주하고 있다. 이 씨는 “집에서 다닐 때보다 교통비가 절약되고 왕복 시간이 줄어 편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통학할 수 있어 좋습니다”라고 프로그램의 장점을 말했다. 한지붕 세대공감은 대학생들이 기숙사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학교까지 통학할 수 없을 때 거주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이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이에 올해 7월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이 사업을 활성화해 줄 것을 해당 구청 홈페이지에 요구하기도 했다. 

▲동대문구 의회 홈페이지에 ‘한지붕 세대공감’ 확대를 건의한 경희대학교 학생들의 건의문(출처:동대문구 의회 홈페이지)

충북 증평 출신인 중앙대학교 재학생 조원희 (23)씨는 2016년 8월 말부터 2017년 6월 말까지 서울시 동작구에서 집주인 할머니 한 분과 다른 학생 한 명과 함께 거주했다. 조 씨는 “대학교 기숙사와 달리 통금이 없고 일반 자취방과 달리 보증금 없이 저렴한 월세에 방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라며 프로그램의 장점을 언급했다. 대학생과 어르신 집주인이 연결되면 월세는 현재 서울시 대학가 평균 임대료(보증금 1,400만원, 월세 50만원)의 50% 이하인 20-30만원 선으로 저렴하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 한명이 한 개의 독립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학교 인근에 자신만의 공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한지붕 세대공감에서 제시하는 거주 가능기간은 원칙적으로 봄, 가을 학기 개강일로부터 6개월이다. 하지만 집 주인과 협의 하에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추첨을 통해 일부에게 제공되는 기숙사보다 안정성이 높다. 조 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는 생활 패턴이 비슷한 학생 몇몇이 방을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화장실과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시간이 겹쳐서 불편했는데 할머니와 함께 거주하는 동안은 아침 시간에 비교적 여유롭게 준비 할 수 있어서 편했습니다”라고 자신이 느낀 장점을 말했다. 또한 노원구 등 몇몇의 구에 거주 중인 대학생은 거주기간 중 못질, 전자기기 작동법 알려 드리기 등의 생활서비스를 집주인에게 제공할 시 자원봉사 시간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혜택을 입는 것은 학생만이 아니다. 주변보다 저렴한 월세로 방을 제공해야 하는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 없는 듯 보이지만 서울시에서는 집주인들을 위해서 1실 당 100만원 이내로 도배, 장판, 조명기구 교체와 같은 환경 개선 공사를 제공한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배지연 주무관은 “한 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재참여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주인 어르신들 역시 한지붕 세대공감에 대해 만족하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노원구에 거주하시는 김복자 (69)씨는 작년 8월부터 대학생 한명과 함께 살고 있다. 김 씨는 “적적했는데 손주가 한명 더 생긴 것 같아 너무 좋다. 작년 여름에 학생이 쓸 방을 새로 도배해주고 거실의 전등을 교체해줘서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라고 한지붕 세대공감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그램은 5년째 시행되고 있지만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지붕 세대공감의 수요와 공급의 비율은 1.5대 1에서 2대 1 정도이다. 인터넷 사용이 익숙한 학생들은 서울시와 각 구청 홈페이지, SNS를 통해 쉽게 프로그램의 이점을 얻는다. 따라서 참여를 원하는 학생의 경우 대부분 프로그램의 취지 및 진행과정 전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뒤 신청한다. 반면 60~70대 고령자인 집주인이 인터넷을 이용해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신청방법 두 가지 중 하나인 홈페이지 신청 역시 대다수의 집주인에게 익숙하지 않아 참여하기가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취지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일반 하숙처럼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집주인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점도 문제다. 앞서 소개된 대학생 조원희 씨도 2015년 하반기에도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매칭 직전까지 갔지만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그램을 잘 알지 못하는 집주인이 보증금과 높은 월세를 요구해 무산된 경험이 있다.

공급이 학생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생의 편의를 위해서는 학교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곳에 거주 중인 어르신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지연 주무관은 “보통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도보 10분 이내, 버스 정류장 2-3 정거장 정도로 가깝지 않으면 대학생이 선뜻 참여를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급이 많지 않은데다 학생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집을 찾는 것은 더 어렵다.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그램의 홍보방법과 세부 진행과정이 구별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조 씨는 “몇몇 구는 구청 홈페이지에 대략적인 주소와 방 사진을 올려 주기도 하던데 동작구는 아직 이런 서비스가 없어서 마냥 구청 직원의 전화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막막했습니다”라며 자신이 느꼈던 불안을 토로했다. 구청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야 하지만 고유 업무와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이 쉽지 않다.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후에도 진행 상황을 모른 채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

 학생이 바뀔 때 마다 100만원 이내로 집 수리를 지원하다 보니 집 주인이 프로그램을 악용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있다. 입주 전에 주의 사항이나 서로에 대해 배려 사항을 정하지만 변수가 생길 경우 이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도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다. 앞서 소개된 이덕무 씨는 “생활 패턴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점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특히 시험기간에 저녁에 화장실을 가면 일찍 주무시는 어르신이 소리에 깨셔서 신경이 쓰였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생활에 맞춰 변하는 학생의 행동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집주인과 그의 가족 때문에 학생이 곤란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조원희 씨는 “집주인의 다른 가족이 찾아오게 되면 저에게 미리 알려주겠다는 것을 약속했지만, 어느 날 샤워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방문한 집주인의 가족들로 인해 난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매칭 후 집주인과 대학생 간의 갈등 조정과 앞서 언급한 악용 가능성을 막는 사후 처리까지 모두 구청 담당자의 몫이기 때문에 해결이 원활히 이뤄지기 힘들다.

서울시의 해결책, 코디네이터 선발과 인접 구 연결
서울시는 홍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 50+ 재단과 함께 주민등록상의 주소지가 서울인 만 50-67세 시민 20명을 한지붕 세대공감 코디네이터로 선발했다. 코디네이터 선발에 대해 배 주무관은 “코디네이터 선발의 목적은 매칭 가능한 집의 공급을 확대해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젊은층보다 어르신의 참여를 독려하는 홍보 부분에 더 적합한 중 장년층을 코디네이터로 선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선발된 코디네이터들은 서울시와 각 구청에 배치돼 프로그램 대상자 정보 제공 및 홍보, 전화 민원안내 및 신청가구 현장방문, 선정 및 연결 지원활동 등을 한다. 또한 코디네이터는 집주인과 학생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집에 방문해 양측의 입장을 듣고 갈등 원인을 찾아 원만히 해결하는 중재자의 역할도 하게 된다.

서울시는 교육부에 등록된 대학이 위치한 16개 구에 더해 인접한 구까지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배 주무관은 “예를 들어 하나의 구지만 서대문구만 해도 매우 넓습니다. 따라서 은평구라도 학교까지 통학 가능 한 집이 더 가까운 경우 매칭을 진행하고자 합니다”라며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가 올해 7월 온라인에서 '2017 공유도시 정책 인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58.1%의 응답자가‘한지붕 세대공감’정책을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참여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1%에 불과했다. 참여 가능한 연령층이 대학생과 집을 소유한 장년층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참여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서울시가 직면한 대학생 주거난과 노인 빈곤율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지만 새로운 주거 공유 문화를 제시하는 ‘한지붕 세대공감’ 정책은 현재의 문제점만 해결된다면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연령층이 주거를 공유하는 낯선 문화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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