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을 앞두고 정치활동 하는 시민들을 3월 중순부터 만났다. 이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했다. SNS, 메신저, 팟캐스트, 텀블벅, 그리고 오프라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10대부터 40~50대까지. 그들은 모두 말했다. “미약하지만,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 그들은 왜, 어떻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까.

프로젝트 ‘벚꽃 대선’의 안솔찬 씨를 서울역 근처에서 만난 날은 3월 29일이었다. 1987년생, 대학동기 3명이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술자리를 자주 갖다가 선거에 관심을 보이면서 청년 투표율을 증진시킬 일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졸업시즌에 취직까지 몰려있어 쉽지 않았다.

세 사람은 탄핵절차가 시작되자 프로젝트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디자인 전공을 살려 투표를 독려하는 배지를 만들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됐을 때, 정의가 살아있구나 느꼈다. 그런데 이대로 쉽게 끝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노력해야 더 나은 정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은 특히 청년의 선거참여를 촉구했다. 100개 정도를 목표로 만든 배지는 예상보다 인기가 많았다. 300명 이상이 신청했다. 안 씨는 “조기대선을 기원하며 투표를 하겠다”던 시민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다른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투표하GO.’ 포켓몬고 디자인을 벤치마킹해서 선거를 홍보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노느니 프로젝트’도 벚꽃대선팀과 비슷한 활동을 했다.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I vote’ 배지 300개를 온라인에서 배포했다. 미국 시민들이 ‘I vote’ 스티커를 만들어서 투표하고 인증하는 모습이 흥미로워서 시작했다. 이들은 이화여대 앞과 서울 마포구 동진시장에서 플리마켓도 열었다. 

‘어니언스’는 작년 12월 말쯤부터 대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탄핵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자 20대인 박종화, 김주연, 김재환 씨가 주도했다. 이들은 “기존 대선보도가 시민의 얘기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민의 이야기를 거리에서 직접 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도 나갔다. “현장에 나가서 다양한 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박근혜가 불쌍하다고 계신 분들도 있었지만 젊은이들의 생각을 들어봐야 한다,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분들도 많았다. 세대격차를 줄이는 공론장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유다. 어니언스 구독자는 1만 명 정도. 40대가 가장 많이 시청한다고 한다.

‘쑈사이어티’는 대선 후보의 정책을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이들은 미국 국방부의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아서 다시 만들었다. 사드가 실천배치에 적합한가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 이성훈 대표는 언론사 지망생이었다. 신문을 보다가 내용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정도의 학력을 가진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외교, 안보, 사드 같은 문제들을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어니언스와 쑈사이어티가 정보를 알리는 데 주력한다면, 정치 색깔을 적극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아프리카TV의 BJ인 검풍과 망치부인이 대표적이다. 각각 보수와 진보성향이다. 둘은 국민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월 6일 서울 도봉구의 망치부인 집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권리를 세우고 지킬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편의점 사장도 운영하려면 고민이 필요하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기만 하면 망하게 돼있다. 정치인은 알바생”이라며 국민주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음날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만난 검풍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정치는 누구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를 알면 실천해야 하는 법. 망치부인이 꼽은 가장 중요한 정치참여는 선거다.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검풍은 보수가 청년층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감을 하면 누구든지 나오게 돼있다. 젊은 보수가 나올 수 있게 지원하고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망치부인
▲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검풍

‘아레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한다. 1만 1120명이 가입했다. 네이버의 밴드를 활용해 누구는 글을 쓰고, 누구는 댓글을 달면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슬로건은 ‘정권교체, 적폐청산을 위한 하나 된 목소리’다.

왜 활동하게 됐는지 회원들에게 물었다. 15명이 답을 했다. ‘로봇태권V’는 평범한 40대 회사원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가입했다고 한다. 30대 유아교사 이승희 씨는 “서로 얘기하지 말라는 3대 주제 중 하나가 정치인데,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빠띠’는 인터넷 오픈 사이트. 누구나 접속해서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을 모집할 수 있다. 민주주의, 기본소득, 페미니즘, 교육, 세월호 등 주제가 다양하다. 이용자 김남영 씨는 “말하고 싶어서”라고 가입계기를 설명했다.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커뮤니티도 있었다. 일부는 인터뷰를 한 뒤에 기사에 싣지 말라고 부탁했다. 주로 온라인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드러내놓고 정치활동을 하기는 힘들죠.”(50대) “정치 색깔을 드러내는 게 좋게 보지는 않으니까요. 특히 부모님이 아시면 안돼요.”(20대)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시민도 있지만, 목소리를 내면서도 숨기려는 시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건 모두 같았다. 많은 이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일. 대선이 끝나고 이들 중 몇몇을 다시 만났다.

어니언스의 김주연 공동대표는 “촛불대선으로 불릴 만큼 염원이 담긴 대선이었지만, 지난 대선보다 투표율이 낮아 아쉽다”고 했다. 쑈샤이어티는 20대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명백히 잘못된 정권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광장에서 건전한 비판도 하고, 선거로 이어진 것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선거가 끝났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까. 어니언스는 10대와 20대가 흥미롭게 즐길 정치 이야기를 제작할 예정이다. 쑈사이어티는 인권과 노동분야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망치부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정권이 무조건 잘할 것이라는 해이한 생각을 경계하고, 냉정한 자세를 견지하여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잘잘못을 객관적으로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참여와 견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이들은 선거가 끝나도, 국민이 정치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