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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어렵다? ‘씨리얼’이 꿈꾸는 반전
김지숙 기자 | 승인 2017.05.22 23:18
▲ 지난 2일 발행된 ‘씨리얼 정치수업: 선거제도 개혁’ 화면 캡쳐 (출처: 씨리얼 페이스북 페이지)

“지금 우리나라가 국회의원을 뽑는 방법. 먼저 나라를 잘게 잘게 쪼개. 인구가 많은 곳은 더, 더, 더, 더 잘게 나눠서 선거구를 정해. 거기서 1등한 딱 한 사람이 지역구 국회의원이야. 잘게 쪼갤 수록 선거구가 작겠지?”

지난 2일 ‘씨-리얼(C-Real)’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씨리얼 정치수업: 선거제도 개혁’의 내용 중 일부다. 이 영상은 찰흙을 뗐다가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나라 선거제도를 쉽게 설명했다. 여기에 대학생 신홍규 씨는 댓글로 “씨리얼 영상만 자꾸 기다리게 되는 ‘정알못’은 매번 올려주시는 영상에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소개한 신 씨는 작년 말 의경으로 복무하며 정치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어 씨리얼을 구독했다. 그는 “공부하고 싶은데 인터넷 강의를 볼 수도 없고, 뉴스를 챙겨보기도 여의치 않았다”며 “씨리얼은 나처럼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꼬박꼬박 챙겨봤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SBS의 ‘스브스뉴스’, JTBC의 ‘소셜 스토리’ 등 방송사의 동영상 뉴스가 뜨는 사이 등장한 씨리얼은 라디오 뉴스 중심으로 보도국이 운영되는 CBS 소속이다. 뉴미디어부 SNS팀 소속인 씨리얼은 2015년 5월부터 페이스북에 3분 남짓한 짧은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씨리얼의 동영상을 구독하기 위해 페이지의 ‘좋아요’ 버튼을 누른 사람은 2016년 초 3800여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12만 명이 넘었다. 그 중 절반이 24세가 안 됐다. 다루는 소재의 범위는 뉴스에 나오는 정치 용어를 쉽게 설명해주는 ‘100초 정치 수업’ 등 정치 분야에서부터 최근 트렌드를 소개하는 문화 분야까지 넓다. 씨리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목동으로 향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CBS 2층 보도국 소회의실에서 씨리얼 제작진 신혜림PD와 김학봉PD, 석예다PD와 이수연PD, 최철 SNS팀장을 만났다. 최 팀장의 지휘 아래 기획부터 콘티 제작, 촬영과 편집까지 모두 혼자 하는 ‘1인 제작 시스템’이다. 한 편을 기획하고 완성하기까지 평균 1주에서 2주가 걸린다. 최 팀장은 웃으며 “원래 오늘 회의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 PD들이 모두 편집을 하느라 지쳐 있어 취소됐다”고 말했다. 회의실 한 켠 모서리에는 이들이 영상을 제작할 때 썼던 보라색, 검은색 등의 색지들이 돌돌 말린 채 놓여 있었다.

씨리얼의 가장 큰 특징은 짜여진 형식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CBS라는 간판도 뗐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게 씨리얼인 것 같아요,” 김학봉PD의 말이다. 씨리얼 제작진은 영상을 만들 때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형식을 고른다. 여당과 야당 개념을 버스 운전사에 빗대고, 정부 조직을 바둑판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씨리얼은 작년 12월 한국온라인저널리즘센터에서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들의 콘텐츠를 책으로 출간한 출판사 허밍버드의 김보람 책임 편집자는 “기억할만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2030세대의 언어로 피부에 와닿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 신혜림PD가 소회의실에서 ‘이재명 시장 인터뷰’편 티저를 작업 중이다. 신PD뒤로 영상 제작에 쓰였던 색지들이 보인다.

씨리얼은 뉴스일까.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부 차장·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의 답은 ‘그렇다’이다. 최 차장은 “뉴스의 형식보다는 독자의 삶과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작년 10월부터 씨리얼을 구독했다는 이제원 씨도 “씨리얼은 내가 부족하고 잘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해주고 관심을 가지게 해서 좋다”고 말했다.

기자들과 협업하는 조직 분위기도 콘텐츠에 영향을 끼쳤다. 최 팀장을 비롯해 SNS팀 소속 CBS 기자들은 씨리얼의 영상을 보고 수시로 피드백을 한다. 주로 영상에 언급된 사실에 대한 팩트체크와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표현의 수위 조절이다. 제작 콘셉트와 방향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최 팀장은 “회의할 때 PD들의 발제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대한 존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게임 내 여성 차별과 성희롱 문제를 다룬 ‘여자라서 게임이 어려운 게 아니라 여성인 채로 게임하기가 어렵다’편이 그랬다. 결과적으로 영상이 발행되자 조회수 31만, 약 8700개의 ‘공감’ 표시를 받는 등 현실에서 문제를 직접 겪은 젊은 구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 지난 22일 목동 CBS 보도국 내 소회의실에서 ‘씨리얼’ 제작진을 만났다. 왼쪽부터 김학봉PD, 석예다PD, 이수연PD, 신혜림PD, 최철 SNS팀장

씨리얼이 가장 널리 이름을 알린 콘텐츠는 작년 발행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시리즈’다. 최 팀장은 지난해 12월 제2회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이 시리즈를 올릴 때마다 하루 약 5천 명에서 만 명씩 구독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체 동영상 조회수 상위 5개 중 2위부터 4위가 모두 이 시리즈였다.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다.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는 동영상을 많이 올리기 시작하면서 구독자 반응도 크게 늘었다. 씨리얼이 첫 콘텐츠를 올린 2015년 5월 18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253개의 동영상과 카드뉴스의 주제, 공감 수 등을 분석해봤다. 

전체 콘텐츠 형식 중 동영상의 비중이 2015년 하반기에는 62%였던 데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카드뉴스를 한 건도 제작하지 않았다. 

다루는 주제도 달라졌다. 2015년에는 자취생의 일상을 보여주는 ‘자취 로그’나 요리법을 보여주는 콘텐츠 등 문화 분야 비중이 42%였지만 점점 문화 분야 비중은 줄어들고 정치·사회 분야 콘텐츠의 비중이 커졌다. 정치·사회 콘텐츠의 비중이 급격히 커진 2016년 하반기에는 콘텐츠의 평균 공감수 또한 급증했다. 동영상 콘텐츠 평균 조회수도 2015년 상반기에는 약 1100회에 그친 데 비해 2016년 하반기에는 약 15만 9천회까지 올라갔다.

결국 답은 정치·사회 뉴스를 다룬 동영상이었다. 콘텐츠의 주요 주제가 변하기 시작한 시점인 2016년 1월은 씨리얼이 원래 소속돼있던 콘텐츠부를 떠나 보도국 SNS팀에 합류한 때다. 보도국에 들어온 이상 뉴스를 다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씨리얼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캡쳐 (출처: 씨리얼 페이스북 페이지)

씨리얼은 처음에는 대학생 인턴 8명이 만드는 콘텐츠였다. “원래 젊은 또래 친구들이 아무런 형식에 상관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기로 한 거였어요.” 최 팀장의 말이다. 그러나 성장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실험적인 콘텐츠가 올라가다 보니 곧 회사 내부에서 ‘이런 걸 왜 해야 하느냐’는 지적에 부딪혔다. 최 팀장은 “그러면 우리가 씨리얼과 뉴스를 만들어볼테니 6개월만 더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씨리얼은 2016년 6월까지 구독자 3만 명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팀을 해체하기로 했지만 ‘총선 시리즈’로 입소문을 타면서 6월까지 총5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들였다. 

외부에서는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는 씨리얼이지만 내부에서는 초기 색깔이 바래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혜림PD는 제작비를 받고 외부와 협업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페이지의 규모가 많이 커지면서 실험적이지 못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본연의 참신한 시각과 재미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작년 발행한 ‘우리 일상속의 여성혐오’편은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 문제를 다뤘다. 이후 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협업해 ‘양성평등 시리즈’를 만들고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이런 변화는 구독자들도 체감했다. 초창기부터 씨리얼을 구독했다는 조보경 씨는 “예전에는 정말 내 친구들이 만드는 듯한 소소한 재미가 있었는데 최근엔 교육적인 영상이 많이 올라와 아쉽다”고 말했다.

형식 실험을 통해 젊은 독자를 사로잡는 데엔 성공했지만 이 성공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약 13만 명인 구독자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시킬지도 중요하다. 현재까지 씨리얼의 자체적인 수익 모델은 시민 단체 등과 협업해 제작비를 받는 형태 뿐이다. 최 팀장은 지난해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보도국 자체에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노컷뉴스는 페이스북 뉴스 서비스 ‘인스턴트 아티클스’와 제휴를 맺어 한달에 약 700만원의 광고 수익을 내고 있지만 씨리얼은 아니다.

최진순 차장은 “씨리얼의 성과를 CBS 전체 뉴스룸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씨리얼이라는 작은 조직 내에서만이 아니라 CBS라는 큰 조직 전체에서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CBS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철 팀장은 “최근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두고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져 씨리얼을 확대 개편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편성국 PD들이 씨리얼의 영상 문법이 신선해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씨리얼은 반전을 꿈꾼다. “앞으로는 방송사에서 뉴미디어 채널을 꾸릴 때 ‘돈 걱정 안 하고 만드는 뉴스를 만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신PD의 말이다. 최 팀장도 ‘디지털 퍼스트’에서 모바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센터’로의 전환을 말했다. 그는 “지금은 라디오 뉴스를 먼저 만들고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지만 앞으로는 반대로 모바일 콘텐츠를 먼저 만들고, 거기서 반응이 좋았던 걸 라디오 뉴스로 만드는 방식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주 독자층을 이루고 있는 10~20대에서 타깃을 확장하지 않는 이유도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최 팀장은 “젊은 층이 새롭게 유입되는 동시에 지금의 10~20대들이 10년, 20년 후 30~40대가 돼서도 ‘옛날부터 팬’이라며 계속 보기를 원할 것”이라며 “노컷뉴스가 CBS의 인터넷 대표 브랜드라면 앞으로 씨리얼은 CBS의 비디오 대표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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