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ism That Stands Apart'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는 저널리즘'의 기본은 변화와 소통

2017년 1월 <뉴욕타임스>가 새로운 '2020보고서'를 냈다. A4 용지로 인쇄하면 36페이지에 달한다. 종이 신문보다 온라인 신문을 우선으로 하자는 전략으로 주목을 받았던 ‘혁신 보고서’가 2014년 3월에 공개되고 약 3년만이다. 그 동안에도 뉴욕타임스는 꾸준히 자체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했다. 2015년에는 사업보고서를, 2016년에는 ‘우리가 나아갈 길(Our Path Forward)’이라는 문서를 내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회사의 내부 상황과 미래 전략을 독자와 공유한다. 기자들과 직원들뿐 아니라 독자와도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미래 전략만큼 소통의 자세도 돋보인다.

이번 보고서를 만든 2020그룹은 데이비드 리온하트 기자를 비롯한 7명의 뉴욕타임스 기자로 이루어져 있다. 2014년도 혁신보고서가 세세한 디지털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2020보고서는 편집국 기자들에게 큰 그림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뉴욕타임스가 추구하는 원칙과 우선순위, 그리고 목표를 이해시키고 그 속에서 각자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혁신보고서에서 주목 받았던 디지털 우선 전략은 2017년도 보고서에서 고품질 저널리즘 전략으로 발전했다. “뉴욕타임스의 건설적인 사업 전략은 보다 강력한 저널리즘을 제공해 수백만 명이 돈을 내면서도 보고 싶게 만드는 일이다.” 퀄리티 저널리즘을 향한 목표와 포부가 2020보고서 첫 페이지부터 드러난다.

지금도 뉴욕타임스는 고품질 저널리즘을 위해 가장 많이 투자하는 신문사 중 하나다. 150개 이상의 나라에서 기자를 고용하고, 트위터와 구글검색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신문이다. 그럼에도 3년간의 보고서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내용은 ‘변화’다.
“왜 바뀌어야 하냐고요? 왜냐하면 우리의 야망이 원대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도입부에서부터 밝힌다. “우리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신문에서도 독창적이며,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고, 현장성 있는, 전문기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요.”

보고서가 강조하는 핵심 변화는 3가지다. 디지털 환경에서 기사는 더욱 독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출입처가 주는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썼던 옛날 기사는 거의 아무도 읽지 않는다.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려면 직원들의 교육 시스템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 그렇게 훈련된 편집국 직원들 사이에는 더 많은 협업이 필요하다. 종이신문을 위주로 돌아가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한다는 뜻이다.
 
1년 전 뉴욕타임스는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는 문서에서 2020년까지 디지털 수익을 8억 달러(약 9천4백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택한 전략은 온라인 유료 구독자수 확보다. "뉴욕타임스를 가장 단순화해서 말하면 구독자 우선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클릭 수를 올리고 낮은 이윤의 광고를 팔려는 것이 아닙니다." 2020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광고주보다 구독자에게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통매체 중에서 디지털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끈 신문이다. 2014년 3월 혁신보고서가 공개되고 지난 3년간 빠르게 진화했다. 디지털 유료화로 유료 구독자 수를 늘리겠다던 타임스의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디지털 수입만 5억 달러(약 5700억 원)다. 

수익이 늘어나는 속도는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2020보고서에 따르면 버즈피드나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를 포함해 성공한 플랫폼의 수익을 다 합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다. 디지털 광고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으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늘었다. 온라인에서만 뉴욕타임스를 구독하는 사람은 150만 명이다. 1년 전에는 100만 명이었으니 반이나 늘은 셈이다. 기억해야 할 점은 6년 전에는 0명이었다. 지난 5월 3일,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상반기 유료 구독자 수가 22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디지털 수익만으로 편집국이 돌아가게 하는 게 목표다. 가능하려면 당장 2020년까지 구독자를 확보해야 한다.

구독자 수를 늘리려면 필요한 것은 역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2020보고서의 요점은 3가지다. ‘기사’, ‘편집국 인력’,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기사가 바뀌어야 한다
2020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하루에 약 200개의 기사를 생산한다. 그 중에는 많이 읽히는 최고의 기사들도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스토리들이 독자에게 외면 받는다. 가장 적게 읽히는 기사를 분석해보니 대부분 출입처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쓴 기사들, 시의성 없는 피처기사와 칼럼들이었다. 이런 기사들은 대부분 사진, 영상, 도표 등의 시각적 요소조차 없다. 그저 단순 텍스트 나열에 그친다.

기사는 더 시각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사진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서서 동영상, VR(가상현실), 인터랙티브 그래픽까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호기심 많고 교양 있는 독자들이 찾아온다.

“내 기사가 그래픽의 도움을 받으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약간 의기소침해진다.” (It’s sort of demoralizing to know that your story could be stronger with the help of a graphic.) 한 기자가 2020그룹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또한 깨닫는 것은 이를 알아도 도움 받을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2020보고서는 직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트레이닝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한다.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저널리즘도 확대해야 한다. 신문은 신민들의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독자들은 뉴욕타임스에서 조언을 얻길 바란다. 성공적인 코너로 ‘더 와이어커터(the wirecutter),’ ‘더 스윗홈(The Sweethome)’을 들 수 있다. 독자들은 이곳에서 생활용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헤드폰, 카메라, 텔레비전 등의 전자기계 리스트부터 아기 캐리어까지 다양하다. ‘스마터 리빙(Smarter Living)’ 코너는 ‘성공적인 회의 방법’, ‘운동하면서 보기 좋은 영화’와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편집국 인력이 변해야 한다
보고서는 편집국의 구성원들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의 기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보고서의 해석이다.

디지털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뉴욕타임스의 저널리즘도 변화하고 있다. 기자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트레이닝 시스템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뒤쳐진다. 인터넷은 평범함(mediocrity)을 싫어한다. 기자들이 실수를 하거나 날카로운 분석력이 떨어지면 독자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SNS를 통해 이를 빠르게 퍼트린다. 심지어 비슷한 내용의 기사는 무료로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기자와 기사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회사 밖에 있는 최고의 기자들을 스카우트하는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새로운 인력이 종이신문에 맞춰져 있는 회사의 낡은 문화로부터 멀어지게 도와줄 거라고 말한다. “이제는 새롭고 멀티미디어 능력을 가진 기자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영상 전문가, 그래픽 편집 전문가, 사진 전문가 등 새로운 인물을 고용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편집국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사가 풍부해지려면 더 많은 유색인종, 여성, 대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 어린 기자들 그리고 미국인이 아닌 기자가 필요합니다. 전략적으로도 더 많은 해외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고, 젊은 독자를 유입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구인 포스트다. 뉴욕타임스 최초의 오디오 프로듀서, 새로운 국제 데스크 인력, 젠더 이슈를 다룰 수 있는 편집장을 찾고 있다.

일하는 방식이 변해야 한다
마지막 변화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3년 전 혁신보고서의 디지털 지침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여전히 종이신문에 맞춰서 일하고 있다. 2020보고서는 “이제는 좀 더 공격적(aggressive)인 방식으로 변해야 할 때다”라고 말한다.

먼저, 구성원들이 변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뉴욕타임스의 모든 부서가 확실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어떤 팀이 어떤 기사를 다루는 것인지, 각 팀이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지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 그 후에 기자와 제작자와 편집국장 사이에 필요한 균형이 뭔지 알아야 한다. 

적절한 목표 설정도 필수다. 2020그룹은 보고서를 쓰기에 앞서 뉴욕타임스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에 따르면 회사 안의 많은 사람들이 편집국이 어떤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지 모호해 불만이었다고 전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2020그룹에게 편집국의 목표가 모호해 불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성공한 코너인 ‘쿠킹(cooking)’을 보면 ‘초점화’라는 단순한 목표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자와 디자이너, 개발자들은 더 활발하게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해야 하고 독자를 이해하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과거에는 먼저 기자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면, 제작팀에서는 마지막에 기술적인 수정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교류가 없었고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도 부족했다. 제작팀은 기자와 저널리즘에 대해 몰랐고, 대부분 기자들도 제작팀이 무얼 하는지 몰랐다. 

앞으로 만들어질 디지털 기사들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 특성상 처음부터 취재팀과 제작팀이 함께 기획해야 한다. 기사의 내용만큼이나 보여주는 형식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간의 상호 이해는 물론 지속적인 소통이 필수가 됐다.

결국 핵심은 끊임없는 변화와 소통
3년 전, 혁신보고서는 세계적인 신문인 뉴욕타임스도 더 이상 과거의 광고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줬다. 2014년 혁신보고서에서도, 2017년의 2020보고서에서도 강조하는 바는 같다. 끊임없는 변화와 소통의 자세.

딘 베케이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은 2020보고서를 실은 뒤 편집국 기자들에게 메모를 남겼다. “이번 보고서가 우리 기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목표인 저널리즘을 잘 설명해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최고의 디지털 뉴스 산업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일은 독창적이고, 현장성 있으며, 세계 최고의 저널리즘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지난 2017년 5월 3일,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CEO가 CNBC의 파워런치 프로그램에 출연해 타임스가 올해 1분기 매출 3억9880만 달러(약 4510억)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작년보다도 5.1% 늘었다. 종이신문 광고는 줄었지만 온라인 유료구독자 수가 늘어 1분기에만 1320만 달러(약 15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디지털 퍼스트든 저널리즘 퍼스트든 결과적으로 뉴욕타임스의 변화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듯하다. 

2020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은 뉴욕타임스가 겪고있는 변화의 속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We must act with urgency”
“우리는 한시바삐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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