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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큐레이션 팀의 늦은 취재 후기
전진영 기자 | 승인 2017.04.24 00:00

가짜뉴스 큐레이션 팀의 늦은 취재 후기

2017년 2월, 가짜 뉴스에 흥미가 있는 기자 지망생 다섯 명이 모였다. 두꺼운 옷차림이었고, 강의실은 히터 바람에 후덥지근했다. 각자 주섬주섬 필기구를 꺼냈다. “다들 주말에 시간되시죠?” 스토리 오브 서울 가짜뉴스 큐레이션 팀은 그렇게 결성됐다. 우리는 3월 첫째 주부터 4월 셋째 주까지 6개의 가짜뉴스와 37개의 거짓정보를 발굴했다. 한 달 반, 외부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도 할 정도로 큐레이션 팀은 꽤 자리를 잡았다. 우리의 협업 과정, 가짜뉴스에 대한 분석을 공개한다. 뒤늦은 취재 후기다.
 

취재 대상 선정: 지금, 여기의 가짜뉴스
가짜뉴스 문제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의 경우 'ABC news.go.com'의 도메인에 '.co'를 덧붙인, ABC 뉴스와 유사한 가짜뉴스 페이지가 생겼다. 프랑스의 경우는 대선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이 과거에 미국 정보요원이었다거나, 동성애자 연인이 있다는 가짜뉴스들이 퍼졌다. 이처럼 가짜뉴스는 대선과 같은 큰 정치적 행사를 앞두고 기승한다. 대한민국 역시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미디어 지형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개요 쓰기: 가짜뉴스의 기준을 세우다
먼저 가짜 뉴스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한국의 가짜뉴스는 다양한 하위 개념을 통칭하고 있었다. 2월에 우리는 가짜뉴스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무작정 긁어모았다. 취재원부터 매체 이름까지 명백히 가짜인 뉴스, 정파성이 극단적인 뉴스, 지라시 등 다양한 자료가 모였다. 이 중 무엇을 가짜뉴스로 볼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일주일에 한번 직접 만나 회의를 했고,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에는 저널리즘 교수님의 자문을 구했다. 
“이걸 정말 믿는단 말이야?” 헤드라인도 없고, 뉴스의 형식을 갖췄다고는 보기 힘든 지라시에도 사실로 믿고 반응하는 댓글이 있었다. 그래서 지라시도 가짜 뉴스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팀 안에서도 있었다.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친 끝에, 가짜뉴스를 저널리즘의 틀 안에서 바라보기로 결정했다. 지라시는 기사의 형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뉴스가 아니라 ‘거짓정보’로 판단했다. ‘기사의 형태를 갖추고, 육하원칙을 따르며, 해당 내용들이 사실로 검증될 수 있는 것.’ 스토리 오브 서울이 내린 가짜뉴스의 정의다. 이를 토대로 테스트의 하위항목을 만들었다. 기준 완성에만 3주가 걸렸다.   
우리는 또한 정파성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극단적인 정치색을 띠는 언론은 가짜뉴스가 아니라 ‘저급뉴스’를 만드는 언론으로 분류했고, 큐레이션 대상에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정치색이 강한 커뮤니티를 조사할 경우엔 반대편의 커뮤니티도 조사 대상에 넣었다.  

초고 쓰기: 진실을 향한 변증법 
3월 6일, 가짜뉴스 큐레이션 소개글이 스토리 오브 서울에 업로드됐다. 소개글을 시작으로, 2주에 한 번 큐레이션 결과를 올리기로 했다. 모니터링 대상은 SNS나 특정 정치 커뮤니티다. 김지숙 기자가 트위터, 문예슬 기자가 ‘박사모’를 맡는 등 모니터링 분야를 세분화했다. 각자 맡은 곳에서 정보를 가져오고 가짜뉴스 테스트를 거쳤다. 
2주의 시간은 바쁘게 흘렀다. 검증은 항상 명확한 수치나 자료를 통해 이루어졌다. ‘5.18 유공자 가산점’에 관한 거짓정보는 국가보훈처와의 통화나, 해당 기관 자료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검증했다.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가 드러났다. 테스트의 다섯 항목으로는 세세하게 가짜뉴스의 요소를 결정하기 어려웠다. 가령 테스트 항목 4번은 ‘취재원을 밝혔고 그들은 실존하는 인물인가?’다. 기사에 나온 취재원 셋 중 둘만 확인이 가능한 경우라면 취재원이 모두 밝혀진 것이 아니라 판단할 수 있다. 판단에 의문이 들면 즉시 팀원에게 연락하거나, 검증이 필요하다고 표시를 해뒀다. 다른 팀원이 보고 코멘트를 달고, 대화를 통해서 조율해나갔다. 검증과정에서 시간이 더 필요할 때도 생겼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큐레이션 기사가 제때 나가지 못하더라도 검증에 충분한 시간을 쓰도록 했다.
결국, 우리의 방식은 진실을 향한 변증법이라 할 수 있다. 출처부터 취재원까지 면밀히 의심하는 질문들, 팀원들 간의 끊임없는 대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다짐이 있다. 의문과 검증, 그리고 대화를 통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긍정이 우리에게 있다.

코멘트: 한국의 대선, 그리고 가짜뉴스
팀의 큰 목적은 한국의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어떻게 가짜뉴스가 드러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탄핵 국면에서는 가짜뉴스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관찰됐다.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는 가짜뉴스가 두 건, 4월 1일 만우절에 유통되었던 만우절 ‘낚시성’ 가짜뉴스가 두 건, 그리고 북한이 남한을 공산화할 것이라거나, IS 테러가 계획됐다는 공포를 조성하는 가짜뉴스가 두 건이었다. 가짜정보는 대체로 ‘박사모’를 비롯한 탄핵을 반대하는 커뮤니티에서 많이 유통됐다. 주로 CNN 등 외신의 이름을 따와 교묘하게 반대편 후보를 비방하거나, 탄핵 여론조사를 왜곡하거나, 5.18 민주화운동을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공통적으로 탄핵을 반대하고 정치색이 다른 집단의 문제를 비방했다.
대선을 앞두고는 전혀 다른 양상이 드러났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가짜뉴스 단속을 선언했다. 가짜뉴스를 유포한 사람에게 최대 7년의 징역을 선고하거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가짜뉴스’로 판단할 수 있는 숫자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글, 혹은 의혹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다. 큐레이션 대상에는 포함해 모아두었으나, 저급뉴스로 판단하여 업로드하지는 않았다. 거짓정보의 경우에는 북한과 전쟁에 관련한 루머, 탄핵 반대에 대한 특정 집단의 여론이 공유되고 있었다. 4월 11일 전쟁설, 김정은 망명설이 돌았다. 5.18 민주화운동을 특혜라고 칭하는 정보, 탄핵 반대가 유효하다는 거짓정보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었다. 

끝없는 퇴고
가짜뉴스 현상이 계속 변화하듯, 우리 역시 변화 안에 있다. 나상현 팀장이 언론사에 합격하면서 김지숙 기자가 팀장을 맡게 됐다. 3월 말부터 이윤수 기자가 참여했고, 4월 5주 큐레이션부터 조일호 기자가 들어온다. 가짜뉴스 테스트 항목은 기존의 5개에서 더욱 세분화 될 예정이다. 팀원 모두가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다.
가짜뉴스 큐레이션을 시작하고, 대한민국에서도 대응방안들이 생겨났다. 선관위의 가짜뉴스 감시가 강화됐다. 가짜뉴스 팩트체킹을 공개하는 언론사도 늘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파성이나 이해관계에서 초연하다는 것, 그리고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가짜뉴스를 정의하고 분류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될 수 있었다.


가짜뉴스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역설이다. 한 단어 안에 가짜와 뉴스, 거짓과 참을 보도하는 노력이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설은 단순한 수사법으로 사라지지 않고 진지하게 소비되고 있었다. 저널리즘의 책임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실을 가리는 것에도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기민하게 검증하고, 의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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