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한강 공원에 들어서면 공원 내 금지행위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다. 불법주차 금지, 야영 금지 등 익숙한 문구들 사이에 생소한 문구가 하나 있다. 바로 ‘전동휠과 동력기구 운행금지’다. 하지만 뚝섬 한강 공원 입구 길 건너편, 사용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는 전동휠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 대여소가 있다. 타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판매나 대여는 합법, 공원 안에서의 사용은 불법인 셈이다.

▲ 뚝섬 한강공원 내부, 입구쪽 퍼스널 모빌리티 금지 현수막과 입구 맞은편의 대여점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 해마다 늘어
퍼스널 모빌리티는 충전, 동력 기술이 융합된 소형 개인 이동 수단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이 대표 사례다. 이들 스마트 모빌리티는 갖고 다니기 편리하고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 신세계몰 퍼스널 모빌리티 대표 모델의 제품 정보를 비교한 표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전기자전거(일반 자전거와 비슷하지만 발로 페달을 밟는 방식과 전기 모터가 동력) 판매량은 1만7000대 정도다. 해외 유명 퍼스널 모빌리티 세그웨이(발판 위에 올라서 선 채로 작동, 아래 사진)의 국내 유통사 아이휠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는 100대에 불과하던 국내 세그웨이 판매량이 2015년에는 7천대를 넘어섰고, 2016년에는 전년보다 3.6배 이상 늘었다. 구매층의 절반 이상이(60%) 30~40대이며 10~20대 구매자도 30%나 된다.

▲ 공원에서 퍼스널 모빌리티(세그웨이)를 타는 시민들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법규는 애매
퍼스널 모빌리티를 타는 사람들은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관련 법규는 구멍이 숭숭 뚫린 상황이다. 현행법상 외발‧양발 전동휠, 전기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원동기 장치 자전거란 배기량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 혹은 정격출력 0.59kw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의미한다(도로교통법 2조18항). 즉 전동휠은 보도, 인도, 자전거도로에선 이용하면 안 된다. 차도만을 이용해야 한다. 또 0.59kw 이상의 출력을 내는 전동휠의 경우 별도의 차종 분류가 되어 있지 않다.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는 0.59kw 이상 전동휠에는 적용할 법이 없는 셈이다.

퍼스널 모빌리티를 타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도 있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 82조에 따르면 원동기장치자전거의 경우에는 16세 미만인 사람은 운전면허 발급 자격이 되지 않는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탈 수 없는 것이다. 또 도로교통법 제 50조에 따르면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자는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운행해야 한다. 헬멧을 쓰지 않고 퍼스널 모빌리티를 타면 단속대상이라는 얘기다.

대다수의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인도나 자전거도로에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외발 전동휠로 출퇴근을 하는 박태용 씨(30)는 “차도로는 차가 빨리 다녀서 다닐 수 없고, 출퇴근 시에는 자전거 길을 이용한다. 살 때는 정확히 어디서 타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동휠을 이용하는 고등학생 변성경 군(16)은 “주로 학원에 다닐 때 인도로 타고 다닌다. 차도로 다니다가 자동차와 사고가 난 친구가 있는데, 그때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보호장비를 착용하냐는 질문에는 “여자들은 몰라도 남자들은 보호장비를 잘 안한다. 경찰도 전동휠 타는 걸 신기하게 보고 단속을 하지는 않는다”며 “속도가 느린 제품도 있는데 공원이나 인도에 출입 자체를 막다보니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안전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공원에서조차 탈 수 없다는 데 불만이 많다. 한강공원사업본부 관계자는 “시민들 안전이 최우선이다. 퍼스널 모빌리티를 차도에서만 타도록 하면 이용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 한강공원은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동반으로 산책하는 주민들도 이용하는 공간이다. 그런 분들은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제17조에 따르면 이륜 이상의 바퀴가 있는 동력장치는 차도 외의 장소에 출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한강공원 안에서 퍼스널 모빌리티를 타다가 단속에 걸리면 5만원의 과태로가 부과된다.

공원 바로 앞에 판매처나 대여점이 있는 데 공원에서 탈 수 없도록 하는 건 모순이 아니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한강공원이 아니라 시내에서 하는 일반 도소매점이기 때문에 영업행위 전체를 못하게 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한강공원 주변 퍼스널 모빌리티 대여점에 공문을 보내고 협조요청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 한강 공원 전체의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적발 현황


“열 번 빌려주면 두 번은 단속돼”
뚝섬 한강공원 앞에서 퍼스널 모빌리티 대여 및 판매를 하고 있는 최영득 씨(36)는 “정말 아이러니다”라고 말했다. “한강공원 사업본부로부터 한강 내 퍼스널모빌리티의 이용을 하지 말아달라는 공문을 받은 적은 있다. 공원 앞에서 도소매를 할 수 있는 사업 허가는 났는데 공원 앞에서는 그냥 타지 말라는 거다”고 덧붙였다. 이용자에게 주의사항을 어떻게 알리냐는 질문에는 “자체적으로 한다. 기기를 대여할 때 임대계약서에 이용자들이 알기 쉽게 주의사항을 만화로 만들어서 배포하는 데, 어찌 보면 단속반 눈에 띄지 말라는 식의 꼼수를 알려드리는 거다”고 설명했다. 단속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는 “10대가 나가면 많이 잡히는 경우에는 2대 정도”라고 답했다.

▲ 전동휠코리아(온라인 커뮤니티)의 안전캠페인(좌)유로휠(퍼스널 모빌리티 판매 및 대여소)에서 배포하는 안전 수칙(우)

퍼스널 모빌리티 대표 커뮤니티인 전동휠코리아 운영진 민경준 씨(29)는 “경찰이라든가 공무 관계자들도 퍼스널모빌리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실질적으로 이용자가 전국에 수만 명을 넘는데, 집중단속을 하기도 어렵고 한다고 해도 다 잡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보니 실제로는 다들 무시한 채 타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곧 안전 캠페인 동영상을 찍는다. 앞으로도 안전 캠페인과 관련 페스티벌로 인식개선과 정보제공에 힘쓸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퍼스널 모빌리티 판매자 최 씨는 “빨리 정부에서 기준이 정해지면 판매나 대여 서비스가 거기에 맞춰서 움직일 텐데 그게 아니다보니 답답하다. 부처도 다 다르고 언제쯤 관련 법 체계가 생길지 모르겠다. 퍼스널 모빌리티 분야가 다 사양 산업이 될 판이다”. 커뮤니티 운영진 민 씨는 “퍼스널모빌리티(PM) 협회를 구성해서 정부에 목소리를 전할 예정인데 그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기기 중 전기자전거는 관련 법안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이 개정중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은 전기자전거의 자전거 도로 통행 허가를 포함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생활공간정책과의 조은강 사무관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률 검토 진행상황을 묻는 질문에 “작년 10월 제출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했고 앞으로 법사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것도 페달을 돌리는 형태의 전기자전거만 해당되고 원동기로만 운행되는 자전거는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은강 사무관(35)은 전동휠과 전동 퀵보드는 언제쯤 관련 논의가 진행되냐는 물음에 “전동휠이나 전동퀵보드는 자전거도 아니고 차도 아니라서 개념규정도 되어있지 않다. 관련부처가 결정 안 된 건데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다 도로 통행을 허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공 교통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전동휠도 안전성 검토 후 문제없겠다고 인정되는 것들만 자전거 도로 사용을 허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래저래 퍼스널 모빌리티 판매자와 이용자의 푸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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