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체제에서 의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의대 편입학 전형이 복잡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마다 편입생 모집 기간과 전형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입시 전형을 파악하기 어려워진 학생들은 학원에 몰리고 있다.

의전원이 있던 전국 27개 대학 중에 22개 대학은 의대로 '회귀' 중이다. 이 대학들 중 올해부터 의대로 전환한 가톨릭대, 경희대 등 11개교가 편입 시장에 합류하면서 수험생들이 분석해야할 학교 수가 늘어났다. 수험생들은 의전원 입학과 의대 편입을 동시에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의전원이 의대로 전환하면서 편입생이 모집정원을 충당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의전원 모집정원은 2016년 1242명에서 2017년 183명으로 감소한 반면, 의대 편입의 경우 2016년 전체 278명에서 2017년 585명으로 증가했다.

▲의대 편입과 관련해 학원 관계자가 상담하며 적어준 내용. 대학별로 모집시기와 전형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문제는 학교마다 모집 전형이 대학 입시만큼이나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강남 학원가에서는 학사 편입학의 경우 의대를 1군, 2군, 3군으로 분류한다. 모든 대학이 학점과 영어점수를 반영하는 건 같지만 각각 중점을 두는 부분은 다르다. 1군은 수상실적이나 연구소 인턴 근무 등과 같은 경험을 중시하고 2군은 논술을 통해 자체평가를 실시한다. 3군의 경우 MEET(의학교육입문검사) 성적이 중요하다. 한편 애초부터 의전원을 거부하고 의대를 유지한 을지대, 인제대 등 14개교 중 일부는 2학년 이상 수료생 대상으로 일반편입을 실시한다. 편입과는 별개로 강원대, 건국대 등 5개 의전원은 수시·정시로 학생을 모집한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혼란스럽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최준환 씨(28)는 다음 학기 졸업을 앞두고 최근 시험 준비를 결심했다. 그는 “의전원은 수시·정시, 의대 편입은 일반·학사로 전형이 세분화되고 대학마다 모집 시기도 제각각이라 입시의 윤곽을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6개월 차 수험생 김경호 씨(26)는 ”대학에 따라 MEET 반영유무와 비율이 달라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2월 15일 오후 5시 M학원 캠퍼스 건물 1층의 풍경.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선 학생들로 가득 찼다.

수험생들은 복잡해진 입시 전형 때문에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다. 겨울방학을 맞아 입시 상담을 받으러 학원에 왔다는 최씨는 “학원 상담 일정이 꽉 차서 한동안 엄두를 못 내다가 무작정 찾아간 시간에 마침 불참자가 생겨 상담 받을 수 있었다”며 “학원을 가야 목표가 정리가 되고 맞춤형 준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원에 다니는 대신 인터넷강의로 공부하는 김모 씨(25)는 “전형이 세분화될수록 혼자서 합격전략을 짜기가 어렵다”며 “MEET는 혼자 공부하더라도 자기소개서 첨삭과 면접 피드백, 지원 전략 등은 학원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원을 다녀야만 시험 준비가 가능한 현실에서 수험생에게 학원비는 필수적으로 드는 비용이다. 근처에 학원이 없어 학원 근처로 이사를 와야 하는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해 부담은 더 커진다. 올해 의대 편입의 꿈을 이룬 김창우 씨(27)는 여수 출신이다. 그는 입시에 처음 진입한 해에 독학을 했지만 시험 점수가 너무 낮아 불합격했다. 이듬해 김씨는 서울 역삼역 근처에서 자취를 하며 학원에 다녔다. 그는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아무래도 학원을 다녀야 할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에 올라왔지만 월세와 식비가 더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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