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스미스(Frank Smith) 프리랜서 특파원

※기사에 나온 특파원의 생각은 해당 언론사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프랭크 스미스 씨(Frank Smith) 는 프리랜서 특파원이다. 그는 서울에서 주로 북한과 미국에 관련된 뉴스를 취재했다. 그의 취재 내용은 홍콩 라디오 텔레비전(RTHK, Radio Television Hong Kong)과  프레스 티비(Press TV)에 나온다. 현재는 한국의 아리랑 TV에도 출연 중이다. 올해는 연세대 출강도 예정되어 있다. 영어 강사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스미스 씨는 코리아 헤럴드에서 근무하며 본격적으로 기자로 활동했다. 15년 동안 한국에 머무른 만큼, 현 정세에 대한 평가가 날카로웠다.

- 한국의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일명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특히 더 흥미로운 점은 그 배경이다. 최순실이 사이비 종교 교주의 딸이라는 사실, 박근혜가 최태민을 만나게 된 경위가 이 사건에 더욱 관심을 갖게 했다. 나는 이것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라고 부르고 싶다.”

- 한국언론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들을 신뢰할 수 있나.
“언론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들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뉴스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넓은 시야를 갖는 태도가 중요하다. 현재 한국언론은 탐사보도를 굉장히 잘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JTBC가 잘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언론의 탐사 보도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이슈를 통해 많은 변화를 보여줬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동영상을 보면 1차 담화 때는 어떤 기자도 질문하지 않다가, 2차 때는 몇몇이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3차 때는 앞 다퉈 질문을 외치기 시작한다. 한국 저널리즘의 굉장한 변화의 분수령이라고 생각한다. JTBC는 이러한 움직임의 선봉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 대규모 촛불 집회에 대해서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의 정치참여 방법은 다양하다. 이번 촛불집회는 집단시위를 통해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또한 광장에서 자발적인 집회를 통해 민중이 자신들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그러한 행위가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한국인들이 이전까지는 정치적 이슈들에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나.
“잘 모르겠다. 아마 민주주의를 이미 이뤘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사태가 터진 후에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 것 같다.

- 한국의 보수 및 진보 정당에 대해서는….
"솔직히 양쪽 모두에 크게 호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진보진영의 독단적인 태도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패인이 되었다. 반면 보수진영은 덜 독단적인 모습을 보였고 실용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나는 보수적 정치성향의 사람이 아니지만 진보진영보다 보수진영의 정치적 전략이 더 현명했다."

-한국의 최대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경제 개혁이다. 한국경제는 극히 소수의 기업들에 의존하는 구조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너무 오랫동안 다른 중소기업들에 비해 큰 혜택을 받았다. 이런 대기업들이 정계와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구조를 해체하는 일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해소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다. 대기업은 노동과의 관계에서 더 큰 힘을 가진다. 그래서 다수 기업의 경쟁 체제에서보다 소수 대기업의 독점 체제에서 좋은 노동 정책이 확립될 가능성이 낮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실력주의(meritocracy)가 필요하다고 본다."

스미스 씨는 소수 대기업들의 독점 구조를 비판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독점 구조로 인해 유망한 중소기업의 능력이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 역대 한국 대통령 중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통령을 꼽는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박정희는 끔찍한 인권 유린의 역사를 남겼지만 경제 발전을 이끌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확립했다. 그의 대북정책이 다 옳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 민주주의 확립에 있어서는 김대중이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

- 보수 집권 9년간 한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국제 관계에 있어서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북 정책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국, 일본, 미국, 유럽과의 관계가 좋고 미국,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일도 긍정적 성과다. 중국과도 교역이 늘었다. 보수정부 이전에는 미국과의 교역량이 가장 많았고 정권교체 후에는 중국과의 교역량이 가장 많았는데, 그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문제와는 독립적으로 국제관계는 여전히 생산적인 편이라는 점에서 국가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했음이 증명되었다. 대북 정책 때문에 중국과의 정치적 마찰이 있었지만, 아직은 경제적 불이익으로까지 확대되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본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한국이 주체적으로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껏 한국의 대북 정책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파생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한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현재의 정책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이 그간 미국,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주도적인 움직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스미스 씨는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들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이었다. 스미스 씨는 그의 대선 출마가 경솔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 차기 대통령 후보로 많은 이들이 거론된다.
"반기문의 경우 그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 자체를 바라지 않는다. UN 사무총장이 정치적 행보를 위한 플랫폼이 되어서는 안 되므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경솔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분명히 강력한 후보다. 사람의 이름만 보고 투표하는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물주의는 피해야 한다. 유명세에 따라서 대선 후보가 되기보다 능력을 냉철하게 평가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대표가 되어야 한다. 비박이 새누리당에서 분리된 현 상황에서 반기문의 행보는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비박이 그의 대통령 당선을 실행 가능하게 할 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민주당의 경우 문재인에게는 이미 기회가 있었고, 진보 진영의 다른 유능한 인물들이 대권 주자로 나설 때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문재인의 기자회견에 갔었는데, 그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는 포퓰리스트 같아 보였다. 국민들이 대표를 선택하기 이전에 정책들을 미리 제시해서 판단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문재인은 정확한 정책도,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다. 좀 더 자세하고 명확한 정책들을 들고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스캔들을 즐기기만 하며 당연히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느슨한 태도는 옳지 않다. 문재인 외에 다른 유능한 인물들이 후보로 나섰으면 좋겠다. 민주당에는 추미애, 이재명과 같은 인물들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비박이 창당한 새로운 보수 정당의 추후 행보 또한 주목할 만하다."

스미스 씨는 특정 후보에 대한 호감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인물주의에서 탈피해 유능하고 새로운 후보가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돕기 위해 명확한 정책 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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