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매대를 정리하고 있는 학생


밤 10시 반부터 새벽 6시 반까지. 2017년 대입을 마친 박 씨(19)는 인도 여행을 꿈꾸며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8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매주 일주일에 두 번씩 밤을 꼴딱 새워서 박 씨가 두 달째부터 받은 대가는 시급 5,400원이다. 첫 달에는 5,200원을 받고 일을 했다. 2016년 최저시급 6,030원에서 첫 달에는 830원이 모자란 금액을, 두 번째 달부터는 630원이 부족한 금액을 받고 일을 했다.

박 씨는 일주일에 토, 일은 야간으로 화, 목은 주간으로 하루에 8시간씩 넉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최저시급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넉 달 동안 약 34만 원의 금액을 덜 받은 셈이다. 박 씨가 받은 한 달 아르바이트 월급에 절반에 달하는 돈이다. 박 씨는 첫 달에 658,800원을 두 번째 달부터는 73만 원 남짓의 월급을 받았다. 박씨는 “고3 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부당한 줄 알면서도 참았다”고 답했다. “손님이 실수로 병을 깨도 지점장이 제 돈으로 물게 했어요. 아르바이트생도 사람인데, 자기(지점장)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는 게 서러웠어요. 사회생활이 이런 거구나 하고 알게 된 거죠.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배웠어요.”

권 씨(19)도 작년 겨울 수능 후 찾아간 뷔페 아르바이트 면접장에서 면접관에게 ‘시급을 구인광고에 밝힌 것보다 적게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업주 본인이 시급 6,500원이라 적어두었지만, 실제 권 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시간당 6,100원이었다. 주급으로 매주 9만 원 정도를 받았다. 권 씨는 “어른들이 못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고등학생을 뽑는지 알겠더라고요. 함부로 대해도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을 아니까요”라고 말했다.

정 씨(24)도 과거에 업주의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정 씨는 2010년 겨울 수능이 끝난 뒤, 모 피자 프랜차이즈 영업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구인 광고에서는 간단한 주방보조, 전화 업무라고 해서 갔는데 막상 가니까 피자 반죽까지 시키고 화장실 청소도 했어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정 씨는 “요구하기가 어려웠다. 나를 안 뽑겠다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다”고 답했다. 정씨는 사회에서 처음 만난 어른에게 들었던 서운한 감정도 내비쳤다. “순진한 어린 학생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불만을 가진 티를 내니까 ‘너 진짜 전화만 받는다고 생각하고 왔어? 다 이런 거야. 우리가 잘해주는 편이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정씨는 “세상은 원래 이런 건데 네가 예민하게 군다는 식으로 당당히 말하는 주인의 태도가 실망스러웠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고3 학생들이 사업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빈번한 일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16년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 1,3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첫 아르바이트 구인, 구직 시 어려움을 겪었냐?’는 질문에 75.8%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어떤 어려움을 겪었냐는 물음에 29.9%의 응답자가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의 부당처우’라고 답했다.

청소년 근로 권익센터 박보름 사원은 “작년에도 수능이 끝나고 98년생(2017년 대입을 치른 학생 나이) 학생들의 상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청소년 근로 권익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 분석 결과 98년생들의 상담 건수가 2016년 10월 32건, 11월에 40건에서 수능이 끝난 12월에 101건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 상담내용은 주로 근로계약서 미 작성,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납, 주휴수당 미지급. 불법 급여공제, 부당해고, 휴게 시간 미부여 등이었다.

업주의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처벌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알바연대’의 강태이 상담 팀장은 “업주가 반복적으로 신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벌금은 몇 십 만원 수준에서 그친다”고 답했다. 강태이 팀장은 “차라리 벌금을 받는 게 아이들 제대로 월급 주는 것보다 저렴하므로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고 했다. 대학생 이승재(21) 씨는 친구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친구가 편의점 점주에게 왜 최저 안 주냐고 따지니까 점주가 ‘차라리 벌금 받는 게 더 저렴하다’고 말했대요.”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 방향 연구>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의 노동인권 교육 경험 비율은 응답자의 16.8%에 불과했다. 이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 노동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학교 사회교과서의 경우 총 170시간의 학습 분량 중 노동교육은 2시간 정도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고1사회에서 1.8시간 분량, 법과사회와 사회문화에서 각 1시간 분량으로 노동교육이 다루어진다. 하지만 고1사회, 법과사회, 사회문화 모두 선택과목인지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 여부에 따라 이마저도 듣지 않게 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 법적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동 가이드라인이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12세 미만의 청소년이 고용되었을 때 지켜져야 할 조항들. 왼쪽은 캘리포니아 주법. 오른쪽은 미 연방법

이를 어겼을 시의 처벌도 엄격하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청소년 노동 관련법을 위반한 자는 위법 조건으로 고용한 청소년 1인당 최대 10,0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청소년 노동 관련 조항을 위반한 사업 환경에서 만들어진 모든 물품의 주(州) 외로의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청소년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사람은 형사상의 소추도 받을 수 있다.

고용자가 계획적으로 연방법에 따른 초과근무수당과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경우, 노동부에서 형사 처분 및 최고 1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되고, 2차 위반 시에는 투옥까지 될 수 있다. 뉴욕주에서 노동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첫 위반 1,000달러, 두 번째 위반은 2,000달러, 그리고 세 번째 위반은 3,000달러가 부과된다.

독일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면 최대 50만 유로에 해당하는(6억 5천만 원) 벌금을 물리는 강력한 처벌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위반과 관련하여 받을 수 있는 최대형은 ‘징역 3년 이하 혹은 벌금 2000만 원 이하’인 것과 비교된다. 영국은 최저임금법을 어길 시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최저임금을 어긴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15년간 고용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 

▲나라별 최저임금 위반 시 처벌 조항 비교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 권리의 교육이 필요하다. ‘알바연대’ 강태이 팀장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노동법과 관련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학생들이 부당함을 인지할 수 있다. 현재로써는 몇몇 대안학교를 제외하고는 전혀 없는 수준이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노동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부당대우에 대한 대응에 더 적극적이다.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청소년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1>에 따르면 부당처우를 경험해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8.3%이지만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학생의 경우에는 대응 비율이 40%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관련 문제들을 해결해 줄 전담 근로감독관이 따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아르바이트에 대한 부당대우에 관련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적인 방법은 근로감독관을 통해 진정하는 것밖에 없다. 강태이 팀장은 “아르바이트 문제는 큰 금액이 아니다 보니 큰 사건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며 “소액 전담반을 만들어 아르바이트생들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근로 권익센터 박보름 사원은 관행적인 측면을 지적했다. “수습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일 경우에만 해당하는데 1년 미만인 경우도 임금의 90%만 지급하는 일들이 많다. 또한, 부당해고에 관련해서도 학생들이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여 예고 없이 해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점도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줄어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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