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변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곽정숙 씨(61)는 다섯 달 전, 중국 유학생이 이사를 나갈 방을 정리하러 갔다 깜짝 놀랐다. 바닥의 장판은 군데군데 뜯겨 있었고, 벽지에는 여기저기 기름이 튀어 있었다. 심지어 방 한쪽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중국어를 못하는 곽 씨는 당일 이사를 나가는 중국인 세입자에게 큰소리로 따졌지만, 돌아온 건 의아하다는 표정뿐이었다.

▲한 중국인 유학생 원룸 세입자가 이사 가던 날 곽정숙 씨가 찍은 사진.

신촌 이화여대 근처 원룸에서 자취하는 김서연 씨(26·가명)는 여러 명이 다른 나라 언어로 크게 떠드는 소리에 일주일에 몇 번씩 잠을 설쳤다. 원룸 주인에게 이를 항의하자 집주인은 자신도 세 사람이 한집에 살고 있는지 몰랐다며 난감해 했다. 그러나 계약 시, 원룸에 거주할 인원수를 적지 않았던 집주인은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법적 제재도 불가능했다. 5개월간 소음과 코를 찌르는 향신료 냄새에 시달리던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대학교 근처 원룸촌(村)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기피대상이 됐다. “지저분해요. 방 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것도 그렇고, 청소를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공릉동에 위치한 행운부동산 대표 곽현숙 씨(54)가 말했다. “또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시끄럽다는 불만이 많아요.” 중국 유학생들은 실제로 돈을 아끼기 위해 혹은 타지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룸 주인들은 중국 유학생들에게 방을 잘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 과기대 근처 부동산 열 곳 중 아홉 곳에서 중국인 유학생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나마 중국인 유학생을 받겠다고 말한 곳은 대신 월세에 관리비를 5만 원 더해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부동산은 설명했다. 여러 대학이 몰려있는 신촌은 중국인 기피현상은 덜 했지만, 적어도 한국말이 유창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시사항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룸을 구할 수 없는 중국 유학생들은 결국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시원은 싸서 좋지만, 방이 너무 좁아 감옥 같아요.” 중국 청도에서 왔다는 왕판 씨(25·여)는 눈치를 보며 숨죽여 지내야 하는 신촌의 고시원 생활이 익숙하지 않다. 왕 씨는 돈을 더 내더라도 넓은 방에서 친구와 함께 생활하고 싶다고 말한다.

▲신촌의 모 고시원에 분리수거에 대한 중국어 안내판이 붙어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다 그렇다는 건 편견이에요. 그냥 문화적 차이죠.” 한국에서 생활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는 중국 유학생 찐바이링 씨(24·여)는 이런 시선이 억울하다.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의 사람들처럼 방 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 재활용 문화 또한 없다. 따라서 분리수거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신촌의 모 고시원 총무 김 모씨는 유학생들에게 규칙을 알려주면 대체로 잘 지킨다고 말한다. “출신 국가나 문화의 문제보다도, 사람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찐 씨도 이에 동의한다. “저도 한국 사람은 다 청소를 잘한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해보니, (인식이) 확 깼어요. 더러운 사람도 많더라고요.”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