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내지 않고 참여만 해도 기부할 수 있는 신개념 기부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SNS에서 게시물만 공유해도 적게는 10원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기업이 후원하는 모금액이 커지기에 시민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나눔도 할 수 있는 착한 기부 방식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 있는 시청역 5번 출구에는 걷는 것만으로 장애 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계단이 있다. 바로 ‘건강기부계단’이다. 계단을 밟으면 센서가 사람을 인식해 한번 오르내릴 때마다 10원씩 적립한다. 서울시와 한국 야쿠르트가 함께 시작한 건강기부계단은 2015년에 설치한 시민청 계단을 1호로 시청역, 경복궁역, 왕십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16곳에 설치됐다.

현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여러 기업이 기부계단을 후원하고 있다. 10원이면 적은 액수 같지만 2016년 한 해에만 모인 금액이 1억 4천만 원에 달한다. 적립된 기부금은 걷지 못하는 아동들의 보행 보조기구를 구입하는데 쓰인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오정화 주무관은 “장비가 비싸 재활센터에 가야만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는데 기부금으로 재활기구를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귀갓길에 시청역 5번 출구를 지나던 송아람 씨(22)는 “평소에 다니던 계단이 기부계단인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시청역 5번출구, 건강기부계단이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기부계단이 아날로그 방식의 참여였다면, 디지털 방식의 참여 기부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동시에 기부도 할 수 있다. 작년 12월 비영리단체 ‘굿네이버스’에서 출시한 ‘미션 희망트리’ 게임은 인기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 (Pokemon Go)’와 같은 증강현실(AR)이 도입된 신개념 기부게임이다. 게임을 실행하면 플레이어가 서있는 장소가 스마트폰 화면에 구현된다. 폰을 돌려 주변을 탐색하다 보면 사용자가 있는 장소에 선물상자가  나타난다. 상자를 터치하면 포인트가 적립되고 이렇게 모은 포인트로 기부를 할 수 있다.

▲굿네이버스에서 출시한 ‘미션희망트리’게임 실행 장면 갈무리. 화면 속 방안에 나타난 선물상자를 누르면 상자가 터지면서 아이템과 포인트를 준다.

이용자가 기부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색이다. 난방, 결식, 주거, 재능기부 4가지 영역에서 고를 수 있다. 양말이나 장갑 같은 난방용 의류는 300포인트, 난로 같은 난방기구는 1000포인트가 필요하다. 현재 미션희망트리는 공영홈쇼핑, 신한카드에서 후원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 이재훈 씨는 “게임만 해도 기부가 된다니 신기해요”라며 후기를 남겼다. 미션희망트리는 출시된 지 두 달 새 1억 6천만 원을 사회 곳곳에 기부했다.

SNS에서 게시물을 ‘좋아요’하거나 공유만 해도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회적 기업 ‘쉐어앤케어’는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사연을 알린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이를 공유하거나 좋아요하는 것만으로 200원에서 1,000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이번 달 사용자 랭킹 1위에 오른 김인직씨는 공유와 좋아요만으로 약 3백만 원을 기부했다.

▲쉐어앤케어(sharencare) 홈페이지에서 공유를 기다리고 있는 캠페인들이다.

쉐어앤케어를 통해 다양한 사연들이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도움이 이루어졌다. 쓰레기 더미 속에 사는 노부부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데 1천만 원이 모였고,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캠페인에 300만 원이 모였다. 어떻게 공유하는 것만으로 기부가 될까 싶지만 황성진 쉐어앤케어 창업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는 목적은 명확하다. “수많은 일반인의 공유가 캠페인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어 더욱 많은 지원을 받게 되기 때문에 공유기부를 기획했다.” 점점 많은 참여형 기부가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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