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위기라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재미있어진걸요.”

오늘날 미디어의 발달과 소비 방식의 변화 등으로 종이 신문과 저널리즘은 위기를 맞았다. 언론 현장과 학계에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이런 우려와는 조금 다른 주장을 하는 기자가 있다. 뉴욕타임즈의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리온하트(44)다.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해 그는 ‘약화’가 아닌 ‘변화’라고 본다. 심지어 미국 저널리즘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말하는 것처럼 현재 저널리즘은 분명 변화의 과정에서 도전적인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는 오늘날 저널리즘은 보다 더 강하고 재미있어졌다고 말한다. 

리온하트는 뉴욕타임즈의 정치, 경제 부문의 밴처 사업의 에디터다. 그는 뉴욕타임즈에 입사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Economics Scene’이라는 경제 칼럼을 썼다. 2011년 미국 연방 정부의 복지 개혁의 예산 적자에 대한 논평으로 퓰리처 상 논평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워싱턴 지부 국장으로 지내다가 데이터와 그래픽에 중점을 두는 분석 저널리즘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그는 뉴욕타임즈의 데이터 저널리즘의 시도인 ‘업샷(The Upshot)’을 시작한 장본인이다.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그에게 현재 저널리즘의 환경은 다양한 실험장이자, 가능성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기를 맞은 언론: 무한한 가능성의 장

“그동안 전통적인 언론은 발전을 위한 투자가 너무 없었습니다.” 2015년 톡스 엣 구글(Talks at Google)의 인터뷰에서 변화하는 언론의 상황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전통적인 언론의 형식만으로는 보다 완전한 진실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온하트는 언론이 다양한 변화의 시도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널리즘 모델은 변화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오늘날의 저널리즘이 과거에 비해 강하고 재밌어진 이유는 두 가지라고 말한다.

정확한 정보를 향해: ‘진실을 향한 유동성의 장(Liquid market for truth)’

과거 일방향적인 보도와 비교해서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로 저널리즘은 독자와 소통하는 쌍방향적으로 변했다. 리온하트는 완전히 정확한 보도는 아니지만 더욱 다양해진 피드백을 통해 정확한 저널리즘으로 나아갔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 그의 경험을 통해 달라진 언론 환경을 설명했다. 1994년 그의 뉴욕타임즈 인턴쉽 당시 쓴 기사가 워싱턴의 METRO 섹션 톱기사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 기사는 스펠링 오자를 포함한 채로 출판됐다. 그는 2주 후에나 그 오자를 발견했다. 오늘날 이와 같은 경우는 드물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기자와 독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모습을 ‘진실을 향한 유동성의 장(Liquid market for truth)’으로 말한다. 이런 장은 독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자들 역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도구의 발전

그가 입사한 때만 해도 기사에 자료는 두 개 정도의 사진과 한 개에서 두 개 정도의 차트나 지도가 전부였다. 물론 자료의 색은 검정색과 흰색이 전부였다. 오늘날 흑백의 시대는 갔다. 독자가 집중하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고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는 “저널리스트의 주요 과제는 개방적으로 사고하고 창조적인 새로운 도구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자가 더 정확하게 현실의 의미를 알 수 있기 위해선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오늘날 저널리즘에서 필요한 점이라는 것이다.
 

▲ The Upshot: 클린턴 혹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길 1,024 가지 방법(The 1,024 Ways Clinton or Trump Can Win the Election)
인터렉티브(interactive) 형식으로 독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해보고, 대선의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다.

새로운 시도: The Upshot

뉴욕타임즈는 변화하는 언론에서 혁신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들의 첫 시도인 ‘Snow Fall’에 이은 두 번째 시도는 데이터 저널리즘과 시각화를 결합한 ‘업샷(The Upshot)’이다. 업샷은 기존 뉴욕타임즈에서 데이터와 그래픽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던 Nate Silver의 ‘FiveThirtyEight’가 ESPN으로 이직하면서 만들어졌다. 리온하트는 업샷을 시작하면서 이 새로운 시도가 뉴스의 내비게이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 더 많이 알게 하기 위한 시도로 그래픽과 데이터를 사용해보려고 합니다. 그래픽은 사람들이 기존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데이터는 보다 정확한 보도와 설명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How The Upshot Will Help Navigate the News’ 중에서>
 

▲The Upshot: 미국 중산층은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부유층이 아니다 (The American Middle Class Is No Longer the World’s Richest) 리온하트의 업샷 초기 기사

업샷은 데이터와 그래픽을 사용해 정치와 경제 부문을 다루고 있으며, 도입 후 뉴욕타임즈의 웹사이트 트래픽이 5% 증가했다. 리온하트는 흥미로운 실험의 장에서 데이터이기에 가능한  경제, 정치, 사회의 이면을 다양하게 다뤘다.

변화하지 않는 기자의 원칙

리온하트는 독자에게 관심이 많다. 그는 독자와 소통을 하고 싶어 하는 기자다. 그는 세상의 정보를 전달해주기 위한 자신의 역할로서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를 위한 방법 중 하나인 데이터 역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도구이다. 업샷의 시작에서 언급한 그의 말은 독자에 대한 그의 시각을 보여준다. 리온하트는 니만랩(Niemanlab)의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데이터를 보면서 외계어 혹은 비밀코드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성공적인 칼럼은 독자가 ‘오, 저 드디어 알겠어요!’라고 말했을 때지요.” 라며 독자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독자를 ‘전문가는 아니지만,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기자들보다 페이스북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자신의 글 중 기고되지 않은 것을 워크 시트에 올려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곤 한다. ‘진실을 향한 유동성의 장(Liquid Market For Truth)’은 독자와 기자 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은 오늘날, 재미있는 환경이라는 데이비드 리온하트. 독특하고 낙천적인 그의 생각은 독자에 대한 믿음과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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