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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억원 투입한 전통시장 주차장, 부족한 공간에 관광버스 운전자도 ‘절레절레’
배지현 기자 | 승인 2016.09.22 13:57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끊임없이 제기됐던 주차장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시장 주차장은 지난해 실시된 소상공인진흥공단 조사에서 전통시장 내 필요한 시설 1위로 선정됐다. 작년보다 24.6%나 늘어난 이용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 면수와 적지 않은 요금이 문제로 꼽힌다. 또한 이용객이 보조로 이용할 수 있는 사설주차장도 문제가 있어 자동차로 전통시장을 방문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25일 오후 숭례문 옆 남대문시장 관광버스 공용주차장은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로 만석이었다. 남대문시장은 정부에서 선정한 ‘글로벌 명품시장’이다. ‘글로벌 명품시장’은 외국인이 꼭 가봐야 하는 한국의 전통시장으로 실제 하루 평균 약 1만 명의 외국인이 남대문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는 광화문 경복궁 근처까지 관광버스의 노상주차를 허가했지만 버스운전자들은 한참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버스 몇 대는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남산 1호 터널까지 갔으나 자리가 없자 어쩔 수 없이 허가되지 않은 장소에 차를 댔다. “메르스 때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고 난리더니 이제 시장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어났으면 지자체에서 얼른 필요한 시설을 갖춰줘야 하는 게 아니냐.” 운 좋게 공용주차장에 주차한 관광버스 운전자 우광준 씨가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한 달에 2~3번꼴로 주차위반 벌금 4만 2천 원을 내고 있다.

▲남대문시장 관광버스 공용주차장에 주차된 차들

광장시장은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면서 젊은 층뿐 아니라 외국인도 늘었다. 종로5가역 8번 출구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 5대가 이중 주차돼 있었다. 광장시장 공영주차장의 수탁관리사 (주)청청실업 관계자에게 관광버스를 주차하고 싶다고 묻자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관광버스 운전자는 “주차할 자리를 찾느라 20-30분보다 더 걸릴 때도 있다”며 “주유비로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늘었지만,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없는 상태였다.

일반 고객 또한 주차장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금성안경집 근처 공영주차장은 남대문시장과 가까운 공영주차장 중 하나다. 주차 가능 대수는 19대로 하루 평균 출입고객 수 40만 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한약재로 유명한 경동시장도 지난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이 나서 공영주차장 76면을 94면으로 확대했지만 주차장에는 여전히 주차를 기다리는 차들이 줄을 이었다. 한 중년남성은 참다못해 장애인주차장에 차를 댔다. 광장시장 노상주차장은 이중주차에 실패한 차들이 주위를 돌며 주변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가게에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 생계형 화물차들이 그 사이에서 곤란에 빠지기도 했다.

▲이중주차에 실패한 차들이 주위를 돌며 주변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부족한 주차공간에 이어 비싼 가격까지 전통시장 방문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차장을 1시간 동안 이용한다면 광장시장은 4800원, 방산시장은 5000원, 남대문시장은 6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남대문시장 방문객 문지수 씨는 “시장에 올 때마다 신세계백화점 주차장을 이용한다”며 “무료주차 혜택이 많은 백화점에 비해 공영주차장은 가격이 비싼 데다 자리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는 공영주차장 확충뿐 아니라 방문객이 보조로 이용할 수 있는 사설주차장에도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설주차장 역시 녹록지 않은 상태다. 경동시장 사설주차장은 지하상가 바로 옆에 있는 데다 출구와 입구가 같아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행인 3명을 덮치기도 했다. 남대문 시장 지도에 표시된 사설주차장 5곳 중 1곳은 주말에 방문하는 외부 차량을 금지하고 있다.
 
지자체도 사정은 있다. 비교적 비싼 전통시장 주차비용은 ‘급지’에 따라 결정된 공영주차비다.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제 42조에 따라 교통혼잡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된 1급지 노상주차장은 10분당 1,000원의 금액이 부과된다. 전통시장 주차장은 대부분 사대문 주변 지역인 사직로 종로 등 1급지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금액을 받고 있다.

주차장 확충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8월 ‘남대문시장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간담회’에서 부족한 주차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신규주차장 부지를 발굴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아직 진행 상황은 없는 상태다. 서울시 소상공인과 관계자는 “잠깐 논의가 있었지만, 교통부서에서 곤란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도시교통본부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지하(주차장)로 고려했으나 교통문제와 사업비를 포함한 경제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김영찬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주차문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하지만 부지를 사들이는 비용 등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보면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장시장을 나서며 ㅂ빈대떡 직원에게 주차장이 어디냐고 묻자 “여기는 주차하려는 생각으로 오면 안돼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정부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주차환경개선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890억 원, 서울시는 167억 원을 투입했다.

배지현 기자  creativebjh@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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