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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전기,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제희원 기자 | 승인 2016.08.31 16:02

도심에서 직접 ‘전기농사’를 짓는 이들이 있다. 이 에너지농부들은 아파트 베란다와 학교 옥상에 바둑판모양의 회색빛 전기 텃밭을 마련해 매일 전기를 수확한다. 전기소비자에서 전기생산자로 탈바꿈한 이들의 도구는 바로 ‘햇빛발전’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의 핵 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사용을 돌아보고 도심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렇게 모인 에너지농부들이 2012년 12월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어 태양광발전소를 지었다. 

저렴한 요금으로 마음껏 전기를 쓸 수 있는 세상인데, 굳이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고 나선 사연은 무엇일까. 핵심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한국은 여전히 90% 이상의 에너지 생산을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다.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대비해 대폭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것과는 정반대다. 서울시민은 해마다 석유로 따져 1600만 톤의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그 가운데 95%를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쓴다. 대도시 주민들은 지역 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고통에 빚지고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발전소 전기를 도심까지 끌어오는 과정에서 송전탑 갈등도 발생한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권오수 사무국장은 "중앙집중형인 에너지 정책을 유럽의 분산형 전력 시스템처럼 변화시켜 지역 에너지 자립을 고민해야할 때다"라고 말했다. 멀리서 전력을 가져오지 않고 소비지역에서 최대한 전기를 생산해보자는 고민에서 햇빛발전소 논의가 시작됐다. 

▲서울의 낮은 에너지 자립률을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태양광 발전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서울특별시 햇빛지도)

그러나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찬 도심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일조량이 다른 지역보다 불리하다는 서울에서 과연 태양광 발전이 성공할까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대가 비싸 태양광발전을 위한 부지 확보가 쉽지 않았다.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학교와 공공기관을 설립지로 택했다. 2013년 서울시 강북구 삼각산동 삼각산고등학교 옥상에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소속 1호 햇빛발전소가 세워졌다. 이듬해인 2014년과 올해 각각 한신대학교와 광진구 동부여성발전세터 옥상에 1기씩 발전소를 지었다. 조합원 모두가 태양광발전소의 공동소유자이면서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운영되는 태양광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25개다.

이전에도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학교는 있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민들이 지은 태양광 발전소는 협동조합으로부터 선출된 관리자에 의해 철저히 관리된다. 스마트폰으로 태양광 시설의 상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된 학교 학생들은 현관 복도를 드나들며 태양광 발전량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에너지 절약을 몸소 체험한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서울 광진구 햇빛발전소에는 3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가 설치됐다. 광진햇빛발전소의 발전량은 시간당 약 30kW다. 4인 가구 기준 1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판매용으로 활용돼 한전에 판매된다. 전기 판매를 통한 이익은 조합원과 공동체에게 돌아간다. 햇빛을 이용해 스스로 전력을 만들고 생산된 이익도 조합원과 공동체가 나눠 갖는다.

가정에서 미니태양광 발전기를 달아 햇빛농사에 나선 이들도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김현수씨는 작년 여름에 아파트 베란다에 가로 160cm, 세로 1m 정도의 260w 미니 태양광 패널을 달았다. 원래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많았지만, ‘전기생산자’가 되니 전기를 바라보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김 씨는 “전기요금이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누진제 적용을 안 받으니 전기요금이 낮아졌고 무엇보다 에너지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집이 2층이고 남향이 아니어서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에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되었다”며 “단순히 전기요금을 아낀다는 의미보다 작은 노력으로 기후변화에 이바지한다는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자가 전기 생산에 나선 에너지농부들이 서울에만 2500여 명에 달한다.

▲가정용 태양광발전기 패널을 설치한 김현수씨. 미니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우리집도 햇빛발전에 동참하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특별시 햇빛지도’에 들어가면 평균 일조량과 각 구별 태양광발전으로 등록된 설비들이 지도에 표시되어 나온다. 가정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미니 발전소도 '베란다형', '주택형' 등으로 상세히 나눠져 있다. 누진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매달 전기요금을 7000~8000원 정도 절약할 수 있고 3년 정도 사용하면 초기 설치비 본전을 뽑을 수 있다. 가정에 설치하기 녹록지 않다면 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해 발전소를 짓는데 참여할 수도 있다. 작열하는 햇빛의 계절이 다가오는 지금, 햇빛농사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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