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역에서 전철 이용객들이 경의중앙선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빨리 뛰세요! 경춘선 막차입니다!”
“너무 힘들다. 겨우 탔네.”

매일 밤 11시 8분, 상봉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용문행 중앙선 열차에서 하차한 승객들은 경춘선을 환승하기 위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경춘선 플랫폼을 향해 달린다. 11시 6분에 도착했어야 할 중앙선 열차가 늦어진 탓에 한밤의 질주가 벌어진다. 경춘선 막차의 출발 시간과 같거나 더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수도권 인구의 약 30%인 310만 명이 매일 코레일 광역 전철을 이용한다. 그러나 일부 이용객들은 광역 전철의 연착으로 목적지까지 제 시간에 가지 못하거나 환승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연착이 얼마나 잦을까. 서울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 전철 중 코레일이 전 구간을 운영하는 경의중앙선, 경춘선, 분당선을 직접 타봤다.

경의중앙선은 세 종류 노선 중 가장 지연 횟수가 잦았다. 상하행 포함 총 19번의 조사 중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횟수는 6번에 불과했다. 경의중앙선은 첫 조사 날부터 연착했다. 3월 30일 오후 3시 10분에 중랑역을 출발했어야 하는 문산행 열차는 12분에 도착해서 13분이 된 후 출발했다. 열차는 중랑-회기 구간에서 체감 시속이 20km로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운행했다. 그 결과 왕십리역 도착 시간은 정해진 시간보다 4분 늦어진 26분. 제시간대로라면 중앙선 승객들은 24분에 출발하는 수원행 분당선 열차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수원에 가려던 승객들은 결국 14분이나 더 기다려 40분에 출발하는 분당선 열차를 타야 했다. 광역 전철보다 비교적 자주 운행하는 5호선 이용 승객들도 불편을 겪었다. 전력 질주해 5호선 플랫폼으로 향하니 방화행 열차는 시간표에 맞게 28분에 정차 중이었다. 뛰지 않았거나 뛰기 어려운 고령의 승객들은 5호선 열차도 탈 수 없었다.

4월 6일에도 경의중앙선 열차의 연착은 여전했다. 오후 5시 57분에 상봉역에 도착했어야 할 문산행 급행열차가 59분이 될 때쯤 도착해 6시가 되면서 출발했다. 결국 왕십리역에 3분 늦게 도착했다. 이날도 일부 승객들은 분당선 열차를 환승하지 못했다. 4월 15일에는 (구)경의선 구간인 문산-서울역 구간을 탑승했다. (구)중앙선 구간과는 다르게 열차가 제 시간에 도착, 출발했다. 4월 18일, 19일, 20일, 21일에는 문산-용산역 구간을 탑승했다. 제시간에 출발해도 목적지에는 매번 짧게는 2분, 길게는 4분가량 연착했다. 경의중앙선 이용객 이재민(24)씨는 “경의중앙선을 제 시간에 타본 기억이 별로 없다”며 “지연된 상태인데도 천천히 운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춘선 열차는 연착이 비교적 심하지 않았다. 승차객이 일평균 기준 3만 명으로 이용객이 많은 분당선에 비해 10% 수준이고, 역 간 간격이 넓어 회복 운전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연착을 하더라도 중앙선이나 7호선 환승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보통 환승 시간이 5분 이상으로 여유가 있어 1~2분가량 연착해도 환승 열차를 놓칠 일은 드물었다.

4월 14일, 오후 2시 56분에 상봉역에 도착했어야 할 경춘선 열차가 57분에 플랫폼 들어오면서 58분에 출입문이 열렸다. 약 2분 정도 연착했다. 2시 59분과 3시 상봉역에 도착하는 온수, 도봉산행 7호선 열차를 탔어야 하는 고객들은 불편함을 겪었다. 환승 구간이 길어 뛰지 않고서는 1~2분 내에 환승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뛰기 어려운 노약자는 6분 후 도착하는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4월 17일에는 시발역에서부터 1분가량 지연 출발했다. 회복 운전으로 중간 정차역에서 제 시간을 회복했지만 뒤늦게 탑승하려는 승객을 태우고자 다시 1분이 늦어진 채로 상봉역에 도착했다.

4월 18일, 19일, 20일, 21일에는 출근 시간대에 평내호평역에서 상봉행 경춘선 열차를 탑승했고, 상봉역에서 춘천행 막차를 탔다. 결과는 양방향 모두 연착. 출근 시간 대 상봉행 경춘선 열차는 매번 2분가량 지연됐다. 오전 7시 26분에 평내호평역에 도착해야 하지만 늘 28분 경 도착했다. 매일 경춘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최재선(31)씨는 “경춘선은 ITX-청춘 열차보다 후순위로 운행되는데 ITX-청춘 열차가 지연될 때는 경춘선 열차도 덩달아 늦어져 불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상봉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막차는 오후 11시 8분에 상봉역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11시 6분에 상봉역에 도착해야 하는 덕소행 경의중앙선 열차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늦게 출발했다. 중앙선 열차의 연착이 심해지면 3분 이상 지연 출발하기도 한다. 

세 노선 중 가장 많은 이용객을 자랑하는 분당선 역시 연착이 종종 발생한다. 보통 2분 안팎으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환승 열차를 놓치는 고객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3월 31일에는 퇴근시간이었던 오후 7시 23분에 선정릉역에서 왕십리행 열차를 탑승했다. 21분에 도착했어야 하지만 2분 늦게 도착했다. 4월 1일에도 이용객이 많지 않은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분당선은 2분 연착했다. 오후 3시 34분 망포역에 도착했어야 하는 수원행 열차가 36분에 도착했다.

4월 12, 14, 18일에는 왕십리-선정릉역 구간을 오가는 열차에 탑승했다. 출근 시간대 하행선 열차 시간은 정확했다. 그러나 퇴근 시간대에는 연착의 연속이었다. 18일에는 선정릉역에 오후 6시 30분 열차가 3분이 늦어진 33분에 도착했다. 20일에는 전동차 고장으로 인해 8시 40분에 왕십리역을 출발했어야 하는 죽전행 열차가 9시 25분 쯤 운행을 재개했다.

4월 29일에는 서현-선릉역 구간을 이용해봤다. 오후 5시 52분에 서현역을 출발해야할 왕십리행 분당선 열차는 2분 늦게 출발했다. 구룡역을 전후로 1분을 앞당겼으나 이내 열차가 다시 늦어져 선릉역을 2분 늦어진 6시 24분에 출발했다. 분당선 승객 유지혜(28)씨는 “역마다 정차 시간이 짧게는 수초에서 길게는 수분까지 차이가 난다”며 “다른 노선에 비해 분당선은 유독 고장도 잦고, 운행 시간이 일정치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광역 전철이 ‘2천 6백만 수도권 시민의 발’임을 자처한다. 그러나 정작 이용객들은 광역 전철의 연착으로 인해 발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열차에 무리하게 탑승하려는 승객으로 인해 출발이 늦어져 시간표와 실제 운행 시간 사이에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경의중앙선은 일부 구간에서 일반 열차, 무궁화호 열차, 화물 열차 등이 한 선로로 운행해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경춘선은 ITX-청춘 열차와 한 노선을 공유해 연이은 연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코레일 안산승무사업소 류중렬 과장은 “무리하게 탑승하는 승객 등으로 인해 지연이 되더라도 도심에서는 열차 간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회복 운전이 쉽지 않다”며 “노선마다 운행 횟수가 달라 환승 시간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수시로 운행 시간을 변경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경춘선과 경의중앙선 열차의 시각이 일부 조정됐다. 그러나 상봉역에서 춘천행 경춘선 막차를 타기 위한 경의중앙선 열차 승객들의 전력질주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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