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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여정]⑥ 장애인에 ‘열린’ 관광지, 현장점검
김다혜 기자 | 승인 2016.08.20 20:18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는 여행. 누군가에게는 고된 여정이 되기 십상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장애인 여행 설문조사(2015)’에 따르면 장애인 100명 중 87명은 국내여행 여건이 불편하다고 느낀다. 설문조사에 응한 장애인들은 국내여행이 불편한 가장 큰 이유로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 부족’을 꼽았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영유아 동반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과 관광활동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이 없는 관광지’를 뜻한다.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관광매력도, 무장애 관광환경 및 개선계획을 기준으로 6곳을 ‘2015 열린 관광지’로 선정하고 최대 2억 원씩의 개선비용을 지원했다.

▲ ‘2015 열린 관광지’로 선정된 관광지 6곳이 지도에 표시돼 있다. (출처=한국관광공사)

열린 관광지가 발표된 지 1년을 맞아 현장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6곳 중 연간 방문객(2014년)이 가장 많은 경주 보문단지(804만 명), 순천만자연생태공원(155만 명), 용인한국민속촌(123만 명)을 2월 2일부터 나흘간 찾았다. 관광지에서는 장애인 화장실 위치에 대한 정보와 무장애 관광코스가 표시된 지도 형식의 안내 팸플릿을 참고해 이동했다.
 

① 경주 보문호반길: 안전펜스와 점자 안내판 돋보이지만 화장실 미흡

경주 보문단지는 보문호수를 중심으로 박물관, 테마파크와 호텔이 밀집한 복합 관광단지다. 열린 관광 안내 팸플릿은 호수를 따라 걷는 산책로인 보문호반길을 추천코스로 제시했다.

▲ 보문관광단지의 열린 관광 안내도. (출처=경상북도 관광공사 홈페이지)

물너울공원 초입에 들어서면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우측으로 걸으면 산책로 입구가 나온다. 장애인 주차구역과 완만한 입구는 우측으로 더 걸어야 한다. 별도의 안내판이 없어 열린 관광 팸플릿이 없다면 길을 헤맬 수 있다.

▲ 왼쪽은 일반 산책로 입구, 오른쪽은 장애인 주차장과 입구의 모습이다.

20분 정도 걸으면 선덕여왕공원이다. 선덕여왕과 신라 대신들의 화백회의 장면을 연출한 조형물이 나온다. 공원 출구에는 계단이 있어 다른 길로 우회했다. 장애인 주차구역이 없는 일반 주차장 옆에 경사로가 있다. 자전거 등의 통행을 막기 위해 돌기둥을 세웠지만 휠체어 통행은 가능하다.

▲ 선덕여왕공원 옆 경사로의 모습이다.

호반길은 전반적으로 평탄하지만 오르막내리막도 있다. 경사가 심한 일부 커브길에는 안전펜스가 있다. 이따금 휴식공간이 있는데 이중 5개의 벤치 옆에 휠체어 공간이 있다. 워터스크린에 애니메이션을 상연하는 보문수상공연장에는 장애인을 위한 좌석이 3개 있다. 공연장 앞에는 음성안내를 지원하는 점자안내판이 있어 현 위치와 이동 방향을 알려준다. 호반길에 있는 6개의 점자안내판 중 2개가 공연장 앞에 나란히 설치된 점은 아쉽다. 출발지 인근에 1개를 설치했다면 초반에 길 찾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 왼쪽 위부터 안전펜스, 장애인관람석, 점자안내판, 벤치

장애인 화장실은 대부분이 무거운 미닫이문이어서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하기 불편하다. 1곳만 여닫이문이고 자동문은 없다. 유도시설 역시 부족했다. 화장실로 안내하는 점자블록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계단이 아닌 경사로를 찾으려면 주의 깊게 둘러봐야 했다. 홍도공원과 매실공원, 호반광장을 지나면 호수를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나온다. 굴곡이 심해 휠체어 이용자는 이용할 수 없다. 다른 길로 조금 더 걸으면 종착지에 도착한다.

▲ 왼쪽부터 호반광장 화장실, 징검다리의 모습이다.

열린 관광 코스(3.8km)를 걷는 데는 약 1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출발지에 차를 주차했다면 다시 같은 길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왕복 2시간인 셈이다.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주시지회는 전국의 장애인 단체 및 개인을 위해 장애인관광도우미센터를 운영한다. 그런데 지난해 센터를 통해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 중 보문호반길을 찾은 단체는 없다. 이상돈 경주관광도우미센터 사회복지사는 “보문호반길은 장애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② 순천만자연생태공원: 편리한 잔디 광장, 아쉬운 용산 전망대

순천만은 갈대밭과 갯벌로 이루어진 세계 5대 연안습지다. 자연생태공원에는 순천만을 한눈에 바라보는 용산전망대와 갈대숲 탐방로, 자연생태관·천문대·소리체험관 등의 체험시설이 있다.

▲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열린 관광 안내지도. (출처=순천만습지 홈페이지)

공원에 도착하면 출입구 앞으로 장애인 주차구역이 눈에 띈다. 매표소 창구의 높이가 낮아 휠체어 이용자에게 편하다. 입구에는 점자안내판과 함께 열린 관광 정보가 포함된 안내 팸플릿을 비치했다. 입장 후에는 안내소에서 휠체어를 빌릴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제공하지 않지만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하면 자연생태 해설사의 동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왼쪽부터 장애인 주차구역, 매표소, 점자안내판의 모습이다.

잔디광장의 통행로에는 점자블록을 깔았다. 점자안내판은 3개. 공원 오른쪽으로 국제습지보호협약인 람사르(RAMSAR) 회의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보인다. 경사로 보조시설이 있어 휠체어 이용자도 접근할 수 있다. 공원 왼쪽의 자연생태관과 천문대 입구의 계단 옆에 경사로가 있다. 시설 안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자연의 소리 체험관에서는 순천만에 서식하는 다양한 조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회오리 모양의 경사로를 통해 층을 오르내린다. 통로에는 손잡이가 있고, 점자안내가 붙어있다. 하지만 체험관 내부 장치에는 점자안내가 없다.

▲ 왼쪽은 자연의 소리 체험관의 외관, 오른쪽은 손잡이에 붙은 점자안내를 촬영한 사진이다.

갈대숲 탐방과 용산전망대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은 잔디광장만큼 장애인 친화적이지 않다. 갈대숲 탐방로로 가려면 아치형 다리인 무진교를 건너야 하는데 곡선 경사가 급해 휠체어 이용자에게 위험하다. 선상에서 갯벌과 갈대군락, 철새를 볼 수 있는 생태체험선은 휠체어를 탄 채  승선할 수 없다. 휠체어를 완력으로 들어 배 위에 올리더라도 입구와 좌석이 좁기 때문에 객실 외부 뱃머리에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일몰로 유명한 용산전망대는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이 매우 어렵다. 20분 정도 경사가 급한 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 왼쪽은 관광객이 무진교를 건너는 모습, 오른쪽은 생태체험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다.

 ③ 용인한국민속촌: 휠체어 이용은 Yes 점자 안내는 No

한국민속촌은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재현한 역사 테마파크다. 이곳에서 역시 열린 관광 안내 팸플릿에 소개된 관람동선을 따라 이동했다.

▲ 용인한국민속촌 열린 관광 안내지도. (출처=한국민속촌 홈페이지)

입구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넓다. 매표소 창구 중 2개는 높이가 낮아 휠체어 이용자에게 편리하다. 입구에는 열린 관광지 안내 팸플릿을 비치했다. 입장 후 의무실에서 휠체어와 오디오가이드를 빌릴 수 있다. 민속촌 내의 건물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오디오 가이드에서 해당하는 번호의 버튼을 누르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단 표지판의 숫자를 읽고 눌러야하므로 시각장애인의 경우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 왼쪽부터 대여 가능한 휠체어, 오디오가이드

민속촌 입구에는 상점이 모여 있다. 전통찻집과 식당은 휠체어를 타고 진입할 수 있다(장터에 있는 먹거리 마당의 경우 나무테이블과 의자가 고정돼 있어 불편하다). 민속촌은 길이 평탄하고 넓다. 가옥 입구에 문턱이 있어 출입하기 어려운데 일부 가옥에는 턱을 경사로로 만드는 보조시설을 설치했다. 서원과 양반가는 높은 계단 위에 있어서 접근하기 힘들다.

▲ 왼쪽부터 식당 출입구, 가옥 입구에 설치된 경사로 보조시설, 서원.

점자나 음성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팸플릿에 촉지안내판이 있다고 표시된 지점에도 없었다.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전현수 주임은 “원래는 표지판마다 (점자를) 하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아서 그렇게 못하고 매표소 우측에 있는 민속촌 지도 옆에 별도로 점자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속촌의 정문이자 주출입구는 매표소 좌측이라 점자안내판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다.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마상무예 공연이 한창이었다. 팸플릿 설명과는 달리 장애인 관람석이 없었다. 전 주임은 “나무로 안전 가이드라인(울타리)을 설치해 놓은 데가 있었는데 확장하면서 잠깐 빼놓았다”며 추후에 다시 설치할 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바로 옆의 농악공연장에는 장애인 전용 관람석이 2개 있다. 관혼상제, 김장 등 민속 문화를 재현해 전시하는 민속관의 경우, 외부 출입구에 경사로가 있다. 내부 출입문은 자동문이다.

▲ 왼쪽은 마상무예 공연장, 오른쪽은 민속관의 모습이다.

민속촌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6개 있다. 입구의 점자 안내판, 변기 및 세면대의 손잡이 보조시설, 그리고 자동문 또는 여닫이문이 잘 갖춰졌다. 단 중부지방 민가 인근에 위치한 장애인 화장실은 유도 점자블록이 없고 무거운 여닫이문으로 만들어졌다.

▲ 놀이마을 입구 장애인화장실의 내부를 찍은 사진이다.

열린 관광지 3곳… 비교적 우수하지만 개선 필요
 
열린 관광지에서는 장애인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띄었지만 미흡한 점 역시 보였다. 한국관광공사 복지관광팀의 박철호 씨는 “(선정된 곳들은) 열려져 있는 관광지라기보다 (열려져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열린 관광지를 지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의대 국제관광경영학과 이봉구 교수는 정부가 접근 가능한 관광지의 조성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반영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투입예산이 적다는 점에서 진정한 열린 관광지로 변모될 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휠체어 여행 작가 전윤선 씨는 열린 관광지 사업에 대해 “한계는 있지만 조금이라도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니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2015 열린 관광지 선정 과정에서 소비자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던 전 씨는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다혜 기자  dahe.kim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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