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지원센터의 담당자가 겸임 직원 한 명이어서 보통은 조교가 업무를 처리한다. 그래서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 해결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담당자가 센터를 자주 비운다는 걸 학생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다.” (최하나‧가명‧숙명여대)

“담당 직원이 신촌 캠퍼스에만 있어서 송도 캠퍼스의 1학년은 센터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신촌까지 가야 한다. 전화로 얘기하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석현‧가명‧연세대)

학생들은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이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 368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에서 절반 이상이 개선 요망 등급을 받았다. 최우수 등급은 22곳뿐이었다. 그나마 장애대학생 선발, 교수/학습, 시설·설비 위주의 평가였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의 대학 중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9개 대학이었다.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이들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어떨까.

▲숙명여대에 내걸린 현수막. (출처: 숙명여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인력 부족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습, 행정, 도우미, 보조 장비 등 학생의 대학 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숙명여대는 전담 직원 없이 여성건강연구소 업무를 겸임하는 직원 한 명과 조교들이 센터를 맡는다. 숭실대 역시 직원 모두가 봉사센터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담 조교와 함께 장애학생지원센터업무를 처리한다. 국립대인 서울대만이 센터에 4명의 전담 직원 (공익근무요원, 운전기사, 전문 속기사 포함)을 두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인력 운영 현황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장애학생 수는 경희대 약 60명, 고려대 129명(2015-2 기준), 서강대 43명, 성균관대 21명, 숙명여대 43명, 숭실대 37명, 연세대 58명, 이화여대에는 19명이다.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100여 명의 학생을 1명의 직원이 담당하는 실정이다. 담당 직원이 부족하거나 없으면 센터 이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서강대는 장애학생지원센터와 보건실의 통로를 연결시켜놓아 직원이 없어도 장애 학생이 보건실의 도움을 받도록 했다.

▲서강대 장애학생지원센터 내부. (출처: 서강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연세대의 경우에는 직원이 자리를 비울 경우에 대비해 행정조교가 상주한다. 그러나 해당 조교는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직원이 여성건강연구소와 센터에 절반씩 근무하므로 어느 한 쪽의 사무실을 비우는 날이 잦다.

고려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직원인 정해영 씨는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이 많지만 대부분 경증 장애여서 직원이 1명이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강은선 씨는 “장애 학생 수가 적어서 1명의 전담 직원으로도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문성 부족

전임자가 있는 7개 센터의 직원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련 분야를 전공했다. 이화여대는 담당직원의 출산 휴가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사회봉사센터 직원이 장애학생지원센터 업무를 함께 맡는 중이다.

그러나 다른 부서 업무를 동시에 하는 숙명여대와 숭실대의 직원은 사회복지나 특수교육 같은 관련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다. 숙명여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팀장은 여성건강연구소의 임상지원팀장을 겸하는데 간호 분야를 전공했다. 숭실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겸임 직원도 장애와 무관한 전공자다.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대부분 봉사센터, 학생처, 학생복지처, 장학복지과의 산하 기구여서 상위 부서의 보직교수가 센터장을 겸한다. 이들의 전공 역시 장애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

지난 학기를 기준으로 성균관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센터장 겸 학생처장은 공과대학 교수다. 연세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소장 겸 학생복지처장은 스포츠레저학 교수가 맡고 있다. 숭실대의 센터장(봉사센터장 겸직)은 행정학 교수이고, 숙명여대 센터장(사회봉사센터장 겸직)은 공예과 교수다. 이화여대는 한국음악을 전공한 교수가 학생처 부처장과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을 비롯해 4개의 보직을 맡고 있다. 다른 학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연속성 부족

장애학생지원센터를 관할하는 기구의 장이나 겸임 직원이 자주 바뀌는 점도 문제다. 숙명여대의 경우, 센터장이 5년 사이에 세 번 바뀌었다. 장애관련 업무에 대해 이해할만한 시점이 될 때 다른 부서로 옮긴다는 의미다.

센터 직원은 장애 학생 혹은 학부모와 직접 만나 상담하면서 유대감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해당 직원이 자주 바뀌면  학생들은 그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한다.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실태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은 9개 대학 중 전임 직원이 있는 곳은 7개교였다. 그 중에서 정규직을 배치한 대학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뿐이었다.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는 일반 계약직이거나 무기 계약직, 촉탁직이다. 숙명여대와 숭실대는 직원이 아닌 조교를 전임자로 두었다. 일반 계약직과 조교는 1~2년 단위로 담당자가 바뀐다.

이에 대해 경희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진진주 씨는 “장애 학생이 대학에 다니는 4년만이라도 담당자를 바꾸지 말아달라고 요구한다. 직원이 자주 바뀌니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과 교육부의 지원 부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30조에 의하면 대학은 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 및 생활 지원을 총괄하는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전담 직원을 둬야 한다. 하지만 세부 사항을 자율에 맡기므로 대학은 운 센터의 인원을 최소화하거나 계약직이나 겸직을 두는데 그친다.

이화여대 장애인권단체 ‘틀린그림찾기’는 “학교가 장애 학생의 필요를 임의로 판단하고, 형식만 갖춘 지원체계를 유지한다. 장애 학생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지원을 눈치 보지 않으려면 센터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학교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강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정연희 센터장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인원을 확충하면 대학에는 부담이 된다. 예산이 한정돼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며 “교육부에 지원를 늘려달라고 요구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