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의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중 기혼자는 84.6%다. 한국 전체 인구의 기혼 비율 (55.8%)보다 높다. 외형적으로는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의 결혼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84.6%라는 숫자는 결혼 당시에도 장애가 있었느냐는 질문과 연관 지어 생각해야 그 의미가 드러난다. 기혼 장애인의 75.8%는 결혼 당시에 장애가 없었다. 바꿔 말하면,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결혼한 비율은 24.2%에 그친다. 게다가 결혼 적령기 장애인(18~44세)의 기혼 비율은 41.5%다. 과반이 미혼이라는 얘기다.

장애인의 기혼 비율은 왜 낮을까. 경기도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 유석영(54) 원장은 장애인의 결혼을 “비장애인보다 장벽 하나가 더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셈”이라고 표현한다. 장애인이 연애와 결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직면하는 현실은 ‘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이라는 편견이다.

시각장애인인 대학생 A씨(21,여)는 TV 프로그램이 장애인을 아무것도 못하는 불쌍한 사람처럼 그릴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장애인에 대한 언론의 시각은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고,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게 만드는 식이다.

A씨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그런 시선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장애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챙겨주는 친구들을 느낄 때마다 “친구들이 나를 평범한 여자나 친구로 보지 않고 다른 애, 몸이 불편한 애라고만 여기는 느낌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편견은 이들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진다. 시각장애인인 양남규(56)씨는 결혼 과정에서 이런 편견에 직면했던 사람이다. 그는 결혼하고 나서 5년 동안 처가에 갈 수 없었다. 장인, 장모가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30년 전에 결혼했지만 장애인이 무능력하다는 편견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장애인의 연애와 결혼을 가로막는 요인은 주변의 편견만이 아니다. 장애인 스스로 연애와 결혼에 불안을 느끼고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지체 장애인인 대학원생 B씨(24, 여)는 “내가 상대방에게 이성으로 보일지, 사귀게 되면 상대방이 실망하지 않을지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이는 장애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관련이 깊다. 2013년 발표된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박명숙 교수의 논문(장애여성들의 결혼생활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장애여성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무성(無性)의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은 모성의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진다.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 김연희(23)씨는 결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뜸 고개를 내젓는다. 자녀에게 시각장애가 대물림될까 걱정되는 한편, 어머니로서 해야 하는 역할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는 비장애인인 어머니를 보면서 “맨날 밥하고, 요리하고, 자유가 없다. 자기 삶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라고 얘기했다.

취재를 통해 만난 남성 장애인 역시 자신감의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텔 요리사로 일하는 문휘진(35)씨는 사고를 당해 경증 시각장애가 생기면서 연애를 할 때, 위축됐다고 말했다.

여성 장애인에게 모성의 역할이 요구된다면 남성의 경우에는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해야한다는 관념이 존재한다. “능력도 없는 장애인을 누가 좋아한답니까. 장애인이다 보니 직업도, 사랑도, 여자도 쉽지가 않네요.” 지체 장애인인 곽춘기(35)씨는 메신저를 통한 기자와의 대화에서 결혼을 원하지만 자신의 수입으로는 누군가를 챙겨줄 수 없어 두렵다고 말했다.

조수동 한국 결혼가족복지회 회장(58)은 장애인의 결혼문제에 대해 1993년부터 관심을 가졌다. 그는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지만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장애인이 많은 만큼 상담을 통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석영(54) 원장은 장애인의 결혼 문제를 거시적으로 바라보자고 주장한다. 결혼 그 자체만이 아니라 이동권의 제약, 직업의 제약, 경제활동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으니 지방자치단체나 개인이 마련하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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