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이 12.5%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직이 어려워지고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까지 포기하는 세대를 뜻하는 ‘N포 세대’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사회 일부에서는 구조적 문제와 별도로 청년들이 게으르고 도전 정신이 없다는 인식이 만연하지만 사실 청년들은 치열하게 살고 있다. 그들은 남들이 자고 있을 시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자신의 꿈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한다. 색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청년도 있다. 청년들의 새벽은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오늘도 이들은 힘차게 새벽을 연다.
 

“새벽의 시원한 공기가 하루의 원동력”

대학교 휴학 중인 서예지(21)씨는 서울 금천구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평일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오후 1시까지 7시간 동안 물건 발주, 물품 정리, 유통기한 점검, 냉장창고 정리 등의 일을 맡고 있다. 남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이 그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제가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그는 일찍 출근하면 느낄 수 있는 새벽의 조용한 분위기와 시원한 공기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른 시간의 편의점에서 서 씨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 “제가 일하는 시간대에 직장인분들이 많이 오세요.” 그는 자신에게 고생한다며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출근하는 회사원 한 분이 아르바이트인데도 이렇게 일찍 출근하느냐고 말을 걸면서 같이 힘내자고 따뜻한 두유를 사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분들의 말 한마디에 제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껴요.”

▲ 대학생 서예지 씨가 일하는 편의점의 새벽 풍경. 정리해야 할 물건들이 쌓여 있다. (사진 서예지 씨 제공)

서 씨에게 새벽은 하루를 부지런하게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굳이 새벽부터 하는 아르바이트를 고른 이유는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새벽이 되면 저는 출근해야 하니까 남들보다 하루를 빨리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매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는 새벽의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출근길에 오른다.
 

“아침은 일상이 시작되는 시간”

▲ 청년 농부 이지성 씨(사진 왼쪽)가 이른 새벽 자신의 배 과수원에서 작물을 돌보고 있다. (사진 이지성 씨 제공)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성(31) 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를 따라 농사일을 시작한 올해 4년 차의 농부다. 그의 기상시간은 오전 5시 30분. 매일 같이 새벽에 시작되는 일과에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그는 오히려 비가 오는 등의 이유로 쉬는 날이 더 힘들다고 전한다. “저는 천성이 농부인지 쉬는 날에도 아침 일찍 눈이 떠지고 그 이후에 잠을 청해도 선잠을 자게 되더라고요. 몸을 쓰며 땀을 내고 일을 하지 않으면 허전한 느낌이 들어요.”

이 씨는 대학교 4학년 때 취업준비를 하던 중 갑작스런 집안 사정으로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기 시작했다. “농사일을 직접 해보면서 농업이 우리 인류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산업이라는 걸 몸소 깨닫기 시작했죠.” 그는 젊은 세대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농촌인구가 계속 줄고 고령화되고 있잖아요. 농촌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아서 젊은이들이 잘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죠. 그래서 저부터라도 열심히, 자랑스럽게 농사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이 씨의 목표는 자신과 같은 젊은 청춘들이 농사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변화시키는 것이다.

수확시기가 가장 뿌듯하다는 다른 농부들과는 달리 이 씨는 농사 일이 가장 바쁜 농번기가 가장 보람차다고 한다. “열매를 솎고, 배에 봉지를 씌우는 일을 다 마치면 그 날 기분이 가장 좋죠.” 휴일도 없이 일하는 농번기지만 그는 그 속에서 가장 큰 기쁨을 얻는다며 눈을 반짝였다. 

“가끔 농장 근처 도매시장에 농산물 경매를 보러 가곤 해요. 경매는 새벽 3시쯤 시작하죠.” 그는 경매가 진행되는 현장 속에서 자신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고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생각들을 한다. 이 씨는 매일 새벽 일어나는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만 꼭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에게 아침은 그저 자신과 같은 어떤 이들의 일상이 시작되는 시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새벽은 저를 더 치열하게 만들어요.”

김민정(21)씨는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2년 째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한다. 김 씨의 하루 일과는 매일 아침 6시 25분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밥을 먹고 바로 공부를 시작해 잠깐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의 하루는 공부로 가득 채워진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공시 준비를 시작했지만 준비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아침형 인간이라 처음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점점 힘들어질 때마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계속 노력하고 버티고 있어요.”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민정 씨는 매일 새벽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김민정 씨의 책상. (사진 김민정 씨 제공)

하루 순 공부 시간이 9시간을 넘겼을 때. 김 씨는 이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점점 희망이 보이는 기분이에요.” 처음 공시 준비를 시작했을 때 그는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집중도 안 되는 등 고통스러웠다. 그럴 때마다 그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웹 서핑을 하면서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한다고 한다.

김 씨에게 새벽은 하루를 보람차게 시작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공무원 채용시험이 어려워졌다는 말이 많잖아요. 그래서인지 새벽은 저를 더 치열하게 만들어요. 하루를 계획하고 움직이게 하는 시간이에요.” 또한 그는 자신에게 일분일초가 소중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새벽이 그에게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공무원 채용시험에 떨어지더라도 목표를 위해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오늘도 그는 새벽부터 일어나 지금까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고 있다.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아침밥

▲ 금태경 씨는 매일 아침 지하철 2호선 이대역 3번 출구 앞에서 밝고 힘찬 인사말과 함께 손님을 맞는다. 그는 매일 새벽 3, 4시에 일어나 그날 판매할 주먹밥을 준비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오늘 화사하네요!” 매일 아침이면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3번 출구 앞에서 들려오는 밝고 힘찬 인사말들이다. 조금은 쑥스러운 외침의 주인공은 주먹밥을 판매하고 있는 금태경(21)씨다.

금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이대역 근처에서 주먹밥 판매를 시작했으며, 올해부터는 자신의 주먹밥 브랜드를 이화여대 내에 납품하고 있다. 마음이 맞는 대학 선배와 창업을 결심하면서 여러 고민 끝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주먹밥을 판매하게 됐다는 그는 매일 아침 7시, 이대역 3번 출구로 출근한다.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그날 판매할 주먹밥을 준비해요. 미리 만들어 놓을 수는 없으니까 매일 새벽에 일어날 수밖에 없죠.”

새벽에 일어나는 일과는 늘 하는 것이지만 항상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처음에는(새벽에 일어나야 하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저녁 시간에 약속을 잡거나 개인적인 여가 생활을 즐기는 걸 못하는 게 제일 아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해서 피곤하지만 즐겁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금 씨에게 새벽은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가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할 때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고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술 취한 사람도, 출근하는 사람도, 그 시간(오전3-4시)에는 없죠. 정말 뿌듯해요. 남들이 자고 있을 시간을 저를 위해 쓸 수 있잖아요.”

아침에 사람들에게 크게 인사하는 것이 민망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쑥스럽지만 듣는 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처음 주먹밥을 판매할 때부터 인사를 건넸다”고 말했다. 오히려 인사를 통해 자신이 좋은 기운을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항상 제가 먼저 인사를 하는데, 먼저 안부를 물어주시거나, 주먹밥이 맛있다고 해주실 때 기분이 좋아요.”

금 씨는 졸업이나 취직 후에도 찾아오는 고객들을 만날 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럴 때 제가 하는 일이 ‘의미 없는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죠.” 금 씨는 오늘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북돋우며, 아침을 사기 위해 멈춰선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함께 전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서예지 씨, 농사를 짓고 있는 이지성 씨,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민정 씨, 주먹밥을 파는 금태경 씨 모두 열정을 가지고 아침을 맞는다. 일하는 것에 대한 기쁨, 꿈을 향한 도전 등 이유는 제각각 이지만 이들에게 새벽은 하루의 시작이자 원동력이다. 새벽을 여는 청춘들은 아침 공기에 활기를 더해 주는 듯하다. 금태경 씨가 손님들에게 건네는 말처럼 새벽을 여는 이들은 모두 ‘충분히 잘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