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변어진(22) 씨는 학기가 시작할 즈음이 되면 수요가 폭주해 조건에 맞는 좋은 집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적은 돈으로 원하는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대입구역 주변은 집값이 굉장히 비싸요. 투룸을 구하고 싶었는데 원하는 매물도 별로 없었어요.” 적당한 매물이 있는 부동산을 찾아가도 예상보다 비싼 중개료 때문에 선뜻 계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용감한 청년들, 부동산 창업에 도전하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2015년 1월 전국 대학생 218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타지 생활’을 하는 대학생은 약 88만 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기숙사 수용률은 16.3%에 불과하다. 특히 학생들의 주거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경우, 임차공간이 필요한 대학생 14만 명 중 기숙사에서 지내는 이들은 전체의 10.7%에 그치고 있다. 

집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또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직접 발 벗고 나선 이가 있다. 지난해 7월 온·오프라인 공인중개사 사무소 ‘집토스’(www.ziptoss.com)를 창업한 이재윤(25·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 씨다. ‘집토스’는 좋은 집을 토스(toss)한다는 의미로 학생들에게는 중개료를 받지 않는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을 배려하면서도 개개인의 조건에 알맞은 집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집토스’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학생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3월 현재까지 의뢰 신청은 약 900건에 이르며, 이 중 실제로 성사된 계약만도 약 190건 정도다.

▲ 중개료 없이 대학생들에게 자취집을 소개해주는 ‘집토스’를 창업한 진태윤, 이재윤, 장영희(왼쪽부터) 씨. 사진=본인 제공

‘집토스’는 서울대학교의 벤처경영 전공 수업인 ‘창업론 실습’을 수강하면서 생각한 아이디어다. “수업을 들으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 생겨 함께 ‘집토스’를 만들게 됐어요.” 물론 처음부터 부동산을 열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아이템을 고려하다가 의식주 중 특히 주거공간을 활용한 아이템에 끌렸다고 한다. “한 학기 실습 기간 동안 시도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아이템을 생각하다가 비어있는 아파트를 MT장소로 바꿔 학생들에게 빌려줘 봤죠.” 기대한 것보다 반응이 좋아서 공간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군복무 시절 자투리 시간에 취득해 두었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어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 ‘집토스’ 공식 사이트(www.ziptoss.com). ‘의뢰하기’ 버튼을 누르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집을 소개해준다.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은 이 씨의 사업 아이템이 기발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상대로 독특한 창업 아이템은 주변의 관심을 끌었고 초기 ‘집토스’ 홍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주로 친구들을 대상으로 중개를 했다. “친구들에게 방을 구해주다 보면 경험이 쌓여서 나중에 다른 사업을 구상할 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돈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고 사서 고생한 거죠. 맨땅에 헤딩한 격이에요.”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효자 노릇 톡톡히
 
‘집토스’의 주요 고객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다. 주로 서울대 입구와 신림역 주변 지역의 매물들을 중개한다. ‘집토스’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어 있는 ‘2016 서울대학교 자취 가이드북’ 페이지에는 처음 자취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세세한 팁이 적혀 있다. ‘집토스’의 서비스는 특히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말도 잘 안통하고, 한국의 부동산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집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이 씨는 서울대학교 산하기관인 국제협력본부와 자치기구인 스누버디(SNU BUDDY)와 협력해 외국인 학생들이 방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왔다. “자기들과 똑같은 학생들이 버디(buddy)처럼 도와주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가끔은 힘들게 돈 번다고 저희를 불쌍하게 보기도 해요. 하하.”  지금껏 방 거래를 했던 200여명의 고객들 중 40% 정도가 외국인 학생들이다.

이 씨는 가장 인상 깊었던 이란 국적의 학생을 소개했다. “기숙사에 배정된 줄 알고 갓난아기와 남편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전산오류로 방 배정이 안 되어 있던 거예요.” 다짜고짜 방을 찾아달라는 그의 요청에 이 씨는 매우 당황했다고 전한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온데다가 월세 30만원으로 지낼 방도 없어 처음에는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말이 서툰 그 학생이 쩔쩔매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결국 팀원들과 함께 몇 시간 동안 동네를 돌았고, 매물을 가지고 있던 한 집주인에게 사정해 겨우 방을 구해줄 수 있었다. 유학생이 가진 돈이라고는 달러뿐이어서 계약금도 ‘집토스’ 측에서 대신 보내줬다. ‘집토스’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라고 전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죠.”
 

복비 없는 ‘착한 부동산’

‘집토스’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며 다른 부동산 중개사무소와의 차별화를 꾀한다. 대신 집주인에게서만 0.4%의 수수료를 받는다. ‘집토스’의 주요 고객이 외국인 학생인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중개료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외국인들의 부동산 중개료는 기본 7만원 이상이며 거래가에 따라 상승한다. 타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거래가가 높은 경우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악덕 중개업자들에 의해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서울시에서 발표한 외국인 공인 중개료 기준표

이 씨는 대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학업을 병행하는 학기 중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많은 방학 때 ‘집토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방학 때 매물을 일일이 다 보러 다녔어요. 사진도 찍고 집주인 분들과 계약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도 하고요.” 학기 중에는 주로 오픈 카카오톡과 ‘집토스’ 웹사이트(www.ziptoss.com)를 통해 의뢰를 받아, 고객이 원하는 매물의 유형, 가격, 거주기간 등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매물을 소개한다.

▲ ‘집토스’ 오픈 카카오톡 화면(왼쪽)과 공식 사이트(www.ziptoss.com)


‘착한 부동산’에서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

이 씨는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주거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취향과 비용에 맞아떨어지는 집을 추천해주는 ‘집토스’는 집을 구하는 학생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씨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집토스’의 지향점은 주거나 공간에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거예요.” 이 씨는 아직 ‘집토스’를 가다듬는 단계에 있다고 말한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기존의 부동산이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도 하고 싶다고 한다. 학업과 취업 준비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중개료 없이 좋은 집을 소개해주는 착한부동산 ‘집토스’는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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