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약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지역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선거 단골 의제인 청년문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론화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20대 총선에서 청년단체들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SNS에 ‘투표’라는 단어를 검색하기만 해도 ‘20살의 첫 투표 “꼭 한다” 운동’, ‘김투표’, ‘투표한당’ 등 10개 가까이 되는 유권자 운동 페이지가 나온다.

지난 18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30대 유권자의투표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는데 전체 투표율이 46.1%였던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각각 24.2%, 31.0%, 전체 투표율이 54.2%였던 19대에서는 37.9%, 41.9%였다. 청년층의 투표율이 최저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특히 20,30대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단체들의 유권자 운동이 온,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독특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혁명 사업 ‘포스터행동’에 참여하여 좋아요 1위를 차지한 포스터 (출처=청년혁명 페이스북 페이지)

해시태그도 달고 축제도 하며 재미있는 정치참여

‘정민아 나랑 투표하러 가자’, ‘~를 걸고 꼭 투표 하겠습니다.’ 유권자 캠페인을 진행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들에 올라온 문구이다. 청년들의 유권자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단연 SNS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콘텐츠가 수용자들에게 퍼지는 파급력이 크고 빠르기 때문이다.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제작되고 있다.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의 유지훈(36) 대표는 “얼마 전부터 청년들 본인의 사진으로 투표독려포스터를 만드는 ‘포스터 행동’을 하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만들기도 쉬우니 확산이 빠르다. 이틀 만에 100개가 넘는 포스터가 올라왔다”고 말하며 “온라인상 에서는 재미있고 일회적인 활동들이 보통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는 약 500여 명의 20,30대 회원들로 이루어진 청년단체이다. SNS를 기반으로 하여 약 2만 1,000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청년단체 ‘청년당당’도 투표 선언캠페인을 진행한다. 청년당당이 연 페이스북 페이지 ‘투표한당’에서는 ‘20160413 나는 투표합니다’라는 댓글을 달면 10원씩 기부되는 형식으로 부정투표감시활동단체에 기부되도록 한 대국민 댓글약속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좋아요가 약 500개나 달렸다. 

▲(출처=투표독려 캠페인 Do VOTE 페이스북 페이지)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도 ‘재미있는 정치’에 대한 필요성은 공유되고 있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뜻을 모아 만든 ‘투표독려캠페인: Do VOTE'에서는 친구들의 이름을 태그할 수 있도록  ’~야 나랑 투표하러 가자‘라는 게시물을 만들기도 했다. ‘Do VOTE’의 이선우(22) 대표는 “정치에 무관심한 친구들이 선거에 관한 게시물을 접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친구가 얘기하듯 가볍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했다”라고 전했다.

박한우(45)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장(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청년단체들의 온라인 활동이 수용자인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폴리테인먼트[Politic(정치)+Entertainment(오락)]가 오락을 넘어 청년들에게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폴리테인먼트는 자극(excitation) 효과를 가져 올 뿐 아니라 유사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끼리 네트워킹 공유를 촉발하여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SNS 정치참여와 실제 정치참여율에 대해서는 SNS 상의 참여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Robert Bond 외 6명(2012)이 진행한 <A 61-million-person experiment in social influence and political mobilization>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미국 중간선거 당시 약 34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페이스북 친구가 투표했다는 사실을 포스팅으로 알게 된 후, 추가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박 소장은 이 논문을 예로 들며 “한국의 경우에도 실제 투표 행위를 추적하기는 힘들지만 (SNS 정치참여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청년단체들의 활동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청년당당은 커피숍들과 미리 제휴를 맺어 투표인증을 한 사람들에게 카페 음료를 할인해주고 커피숍에서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는 ‘투표축제’를 기획중이다. 청년당당의 한아람(33) 홍보위원장은 오프라인 상에서의 활동도 필요하다며 그 이유로 “청년이 주체가 되도록 하려면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투표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하려면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활동이 더 좋다. 그래서 SNS 상에서는 재미있는 콘텐츠들로 관심을 끈 뒤 오프라인 상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활동을 계획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청년들이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어떤 활동도 ‘섹시’하게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도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재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지완(34) 초대 대표는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참여하며 의의를 느끼게 하고 자신들의 참여로 현실이 변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재미만 가지고는 안돼…청년문제에 목소리 내야

관심과 흥미에서 한 단계 더 나가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 대표는 그동안의 청년 유권자 운동들이 자기들끼리 청년문제를 규정하고 그것을 캠페인하며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일반 청년들의 참여와 의견표출까지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보여주기 식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청년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가져야 정치인들도 (청년들을 위한) 진실한 정책을 만들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청년문제가 공론화되고 활발한 토의가 일어나면 청년들의 정치 참여도도 올라갈 것으로 보았다. 유 대표는 현재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투표할 동기 하락을 들었다.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결국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웃고 있는 유지훈 청년하다 대표

청년하다를 포함한 8개의 청년단체 및 1000여 명의 개인이 만든 네트워크인 ‘청년혁명’은 작년 2월부터 자체적으로 수집한 통계를 바탕으로 ‘청년 살리기 10대 법안’을 선정했다. 10대 법안에 대한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각 정당에 제출,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직접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10대 법안에는 최저임금, 근로계약서, 청년주거문제 등 청년들의 10개 요구사항이 담겨있는데 이는 2015년 한 해 동안 여러 청년단체들이 행사를 주최하고 사업을 진행하며 만난 약 7백여 명 청년들의 요구사항이다. 유 대표는 10만 서명운동에 대해 “정치에는 정치적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이 정치적 힘을 갖기 위해선 청년들의 의견을 모으고 서명을 하여 이것이 우리의 요구라는 것을 보여주고 행동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가에서도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여러 대학교가 함께하는 네트워크가 탄생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최은혜(25) 씨는 다른 11개 대학교 총학생회 및 청년단체들과 함께 대학생 청년 공동행동 네트워크를 꾸렸다. 최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의 문제는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고 정부의 정책적인 부분과도 관련이 있다. 대학생들도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취지에서 함께 모였다”고 전했다. 대학생 청년 공동행동 네트워크는 지난 26일 다른 30여 개 대학교 총학생회 및 청년단체들과 함께 2030 유권자행동에 참여했다. 2030 유권자행동은 약 40여개 대학교 총학생회 및 십여 개의 청년단체들이 모인 2030 유권자행동 공동추진위가 기획한 행사이다.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2030 유권자행동에서는 여러 단체들이 부스를 열고 청년정책 관련 행사를 진행하며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집단적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은 수용자들은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이 모 군(22)은 “청년단체들이 좋은 일 하는 것은 알겠지만 경험을 공유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먼저인 것 같다. 그런 공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모이기만 하면 다른 이들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의 학교 소속지부가 있는 청년단체가 광화문 광장에 가 ‘투쟁’을 외치는 모습을 봤다는 여대생 유모(21) 씨는 “너무 공격적이라 부담스러웠다. 우리 학교가 언급되자 놀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청년단체들의 활동이 기존의 ‘투쟁’, ‘항쟁’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인 청년당당 조두진 현 대표, 서지완 초대 대표 (왼쪽부터 순서대로)

청년당당 조대진(38) 현 대표는 기성세대들이 만든 고착된 이미지로 인해 이런 반응이 생겨났다고 보았다. 그는 “현재는 IT 시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다. 기존의 투쟁적인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매력적이고 섹시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사회를 개선시키기 위해선 변화를 위한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이것을 나쁘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청년세대 정치참여 영향력 미미…청년들이 해야 할 일은?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지시간 21일 오전 잠비아에서 개최된 제 134차 국제의회연맹(IPU)에서 “청년세대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청년단체를 비롯한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진 않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박원호(47) 교수는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비관습적 참여’는 근원적으로 사회 시스템 안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수용되지 않아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비관습적 참여들이 심화 논의, 적극적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까지 이들의 활동이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원호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선 개개인들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말강조했다. 정치에 참여하는 정도를 스펙트럼으로 생각했을 때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무겁지도 않은 지점에서부터 정치참여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 개개인이 여러 정치 참여 방법들 가운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스스로 참여해야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예시로 SNS를 통해서 정당이나 지역구 의원에게 여러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성명서를 전달하는 것을 들었다. ‘Do VOTE'의 이 대표도 “학생으로서, 청년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지금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며 쉽고 가벼운 ‘생활정치’부터 참여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청년하다 유 대표와 청년당당 서 전 대표는 입을 모아 “청년들 스스로 변화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치의 주체가 더 이상 기존 정치인에게만 국한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청년당당 조 현 대표는 “더 이상 청년들이 약자로 분류되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 남의 것이 아니고 청년들의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 청년단체들이 끊임없이 공론의 장을 만들고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가 끝나고도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청년단체들이 꾸준히 남아주었으면 좋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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