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저널리스트’(brand-name journalist). 지난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꼽은 퍼스트룩미디어(First Look Media)의 특징이다. 퍼스트룩미디어는 지난 2013년 이베이의 설립자인 피에르 오미디야르가 250만달러를 출자해 만든 비영리 뉴스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매거진, 인터a셉트에는 글렌 그린월드, 로라 포이트러스, 제레미 스캐힐을 포함해 총 34명의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일하고 있다.
가디언(The Guardian)의 칼럼니스트였던 글렌 그린월드는 2013년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 국가안보국(NSA) 폭로를 최초로 보도했다. 당시 스노든은 국가안보국이 전 세계적으로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EU를 비롯해 각국 대사관을 상대로 도감청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그린월드는 그다음 해에 퓰리처상을 받았고, 미국 정부가 예의주시하는 저널리스트가 됐다. 이후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언론을 만들자는 오미디야르의 제안을 받고 인터셉트의 창간부터 참여했다. 인터셉트에는 그의 이름을 건 섹션이 따로 있다.
 로라 포이트러스는 그린월드와 함께 스노든을 취재한 다큐멘터리스트로 당시 이를 촬영해 만든 다큐멘터리 <시티즌포 CITIZENFOUR>로 지난 2014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안았다. 인터셉트에 합류한 뒤 그의 작업은 다큐멘터리 섹션에 게재된다. 제레미 스캐힐은 지난 20년 가까이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예멘 등 분쟁지역을 다니며 탐사보도를 해온 베테랑이다. 미국의 만화기업 마블이 수퍼히어로를 한데 모아 만든 ‘어벤져스’처럼 오미디야르 회장은 각 분야에서 날고 기는 저널리스트로 인터셉트를 창간한 셈이다.  
인터셉트는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적대적인 저널리즘(Adversarial Journalism)을 내세운다. 여기서 적대는 권력에 대한 적대로 심각한 범죄, 권력의 부패, 기업의 잘못 등을 들춰내는 탐사보도와 연결된다. 그린월드는 지난 2014년 베를린에서 열린 리버티어워즈(Liberty Awards)의 기조연설에서 “모든 권력은 도전받고 검증받지 않으면 남용되기 쉽다”며 적대적인 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적대적인 저널리즘이 저널리즘의 정수”라고 했다. 인터셉트에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보도는 깊이 있는 취재를 바탕으로 완성된 결과다.
지난 10월 15일 스캐힐이 한 내부고발자로부터 미 국방부의 기밀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드론페이퍼(The Drone Papers)가 대표적이다. 드론페이퍼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예멘과 소말리아에서 드론을 활용한 미군의 암살 작전을 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 프로그램은 상당수의 민간인을 사살했고, 그 수를 감추기 위해 테러리스트와 관련 없는 민간인을 적(敵)으로 둔갑시켰다. 신뢰하기 어려운 지역 취재원의 정보에 의존해 신원 검증 없이 작전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CIA와 미 국방부가 과도한 성과 경쟁을 벌였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스캐힐은 일주일 뒤 미국의 독립 뉴스프로그램인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에 출연해 드론페이퍼로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는 암살의 관료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나온 인권변호사 클라이브 스태포드 스미스는 오바마 대통령을 “로마 시대 콜로세움에서 엄지를 위, 아래로 뒤집으며 누가 살고 죽을지 결정한 네로 황제”에 비유했다. 미국의 테크놀로지 전문 매체 와이어드(The Wired)는 스캐힐에게 드론페이퍼를 건넨 내부고발자를 ‘제2의 스노든’으로 규정하며 해당 기사를 “매우 획기적인 보도”라고 평했다. 스캐힐의 보도 이후 다른 언론들도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 프로그램에 대한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제레미 스캐힐이 보도한 드론페이퍼 기사의 화면이다. 웹사이트에서는 드론 그림자가 영상으로 나타난다.>
 인터셉트의 보도는 의견을 포함한다. 그린월드는 지난 2013년 뉴욕타임스의 전 편집국장 빌 켈러와의 이메일 논쟁을 통해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정치적 관점이나 의견을 밝히는 게 낫다”며 “이것이 오히려 독자를 오도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빌 켈러는 “기사를 쓸 때 기자의 의견보다는 사실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강력하고 신뢰가 가는 보도를 낳게 된다”며 그린월드의 생각에 반대했다. 이러한 그린월드의 생각은 지난 10월 5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보도에서 드러난다. 아프가니스탄 북부도시 쿤두즈에서 벌어진 공습은 국경없는 의사회 병원을 폐허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최소 14명의 의료진이 사망하자 미 정부는 “작전 수행 과정에서 빚어진 부수적 피해이자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린월드는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대량학살 했을 때마다 쓰는 물타기 전략(obfuscation tactic)”이라고 기사를 통해 지적했다.
 그는 폭격 직후 CNN과 뉴욕타임스의 보도도 비판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폭격의 주도자인 미국을 고의적으로 가렸다는 것이다. CNN은 ‘공습으로 아프가니스탄 병원에서 최소 19명 사망: 미군이 조사 중’이라는 헤드라인을 내보냈고, 뉴욕타임스는 ‘공중 폭격으로 국경없는 의사회 병원이 무너졌고, 이는 미군 공습 시간과 일치한다’고 리드를 썼다. 곧 미국의 책임이라는 게 밝혀졌음에도 NYT는 다음날 ‘아프간 병원 공습으로 미국이 비판받고 있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그린월드는 같은 기사에서 “많은 이들이 아프간 병원 폭격이 미국의 책임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데도 뉴욕타임스에선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썼다. (2015/10/5 “CNN and the NYT Are Deliberately Obscuring Who Perpetrated the Afghan Hospital Attack”)
그린월드는 적대적인 저널리즘을 불편부당한, 또는 객관적인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석한다. 이를 의식이나 한 듯 인터셉트는 의견이 사실을 가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인터셉트의 다큐멘트(DOUCUMENTS) 메뉴에는 저널리스트들이 취재할 때 수집한 자료(Raw materials)가 갈무리돼있다. 스캐힐의 드론페이퍼 원문 역시 올라와 있다. 저널리스트의 취재기록까지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은 인터셉트 보도의 투명성을 더한다. 인터셉트는 웹사이트를 통해 “저널리즘이 권력을 가진 정부와 기타 기관에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셉트의 다큐멘트 메뉴다. 설명에는 ‘아래의 자료들을 클릭해 인터셉트가 쓰는 기사들의 뒷얘기와 기획기사, 블로그 포스팅을 살펴보십시오. 인터셉트의 모든 보도에 기초 자료가 되는 문서들이 포함돼 있습니다’라고 쓰여있다.>
인터셉트는 초창기 많은 굴곡을 겪었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미디어 산업 동향을 분석한 2014년 보고서에서 피에르 오미디야르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의 설립자를 두고 “IT산업엔 능통하지만, 저널리즘에 대해선 문외한이라고 이를 만한 새로운 종(種)의 기업가가 뉴스 회사에 돈을 쏟고 있다”고 서술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한 베조스는 재정 적자에 허덕이던 워싱턴 포스트를 1년 만에 디지털 중심의 언론사로 탈바꿈시켰다. 회사는 성장세로 돌아섰다. 반면, 오미디야르의 성적표는 불과 10개월 전까지 참담했다.
애초에 오미디야르는 지난 10년 동안 롤링스톤지에서 미국 월가에 대해 신랄한 풍자를 이어온 저널리스트 매트 타이비도 스카우트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의 금융회사 골드만삭스를 “사람의 얼굴을 했지만 사실은 돈만 보이면 빨아들이는 뱀파이어 오징어”라고 말해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2014년 10월부터 타이비는 오미디야르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이 과정을 인터셉트의 그린월드와 포이트러스가 기사로 냈고 논란은 커졌다. 타이비는 2014년 11월 데모크라시 나우에 출연해 “(회사와 일을 함께 하면서) 거의 모든 것이 나를 좌절시켰다”고 밝혀 논란을 이어갔다. 미국의 연예전문지 베니티 페어가 지난 1월 ‘통제불능들(The Unmanageables)’이라는 기사에서 “우리는 언제쯤 퍼스트룩미디어에 대한 기사 말고 퍼스트룩미디어의 기사를 볼 수 있을까”라고 했을 정도다.
<당시 베니티페어에 실린 사진, 왼쪽부터 피에르 오미디야르, 글렌 그린월드, 매트 타이비, 로라 포이트러스다.>
소동은 결국 잠잠해졌다. 그 사이 25명이었던 저널리스트는 34명으로 늘어나 지금과 같은 규모가 됐다. 그들이 시도했던 것의 절반은 무게감있는 저널리즘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IT 사업가인 오미디야르가 강조하는 기술이었다. 퍼스트룩미디어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두 곳에 사무실이 있다. 뉴욕에는 저널리스트, 샌프란시스코에는 기술개발자들이 모여있다. 오미디야르는 지난 2014년 1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퍼스트룩미디어는 기존과는 다른 편집국과 기술의 결혼이다”고 말했다. 기술은 저널리스트로 하여금 완전히 색다른 뉴스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셉트의 웹사이트에는 오미디야르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다큐멘터리 섹션의 어두운 화면을 마우스로 내리면 각 영상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자동 재생된다. 스캐힐의 드론 페이퍼의 경우 활자 뒤로 드론이 땅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나타난다. 인터셉트의 디지털 에디터 루비나 필리온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인터셉트의 시각적인 요소들은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한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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