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임동준(24세)씨는 요금제를 고를 때 데이터 제공량을 가장 유심히 살핀다. 대학생인 임씨는 하루 3시간 정도 인터넷 강의를 듣고, 틈틈이 SNS를 들락거린다. 임씨는 현재 1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KT의 무한자유67을 이용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통화만 하나? 수요와 안 맞는 장애인 스마트폰 요금제

임씨가 이용하는 KT를 비롯해 SK텔레콤, 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는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총 13종의 장애인요금제(LTE)를 운영하고 있지만, 임씨는 “나에게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용 요금제가 데이터보다 음성통화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임씨는 “시각장애인이라 통화만 많이 한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KBS 라디오 시각장애인 전문 프로그램 <우리는 한가족>의 코너를 진행하는 시각장애인 류창동(27세)씨도 “시각장애인은 라디오와 팟캐스트, 유튜브 등 청각 매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1시간짜리 팟캐스트를 들으면 70MB안팎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하루에 2시간만 듣는다고 해도 한 달이면 5GB에 이른다. 또 시각장애인은 모바일에서 글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기능을 사용하는데 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 데이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터넷에서 같은 정보를 찾더라도 비장애인보다 속도가 느린 탓이다.

통신사들이 시각장애인용 요금제에서 음성통화만 강조했다면 청각장애인용 요금제에서는 영상통화 혜택을 부각시켜놨다. 하지만 양홍석 등대농문화센터장은 “카카오톡의 페이스톡 기능처럼 영상통화 보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에게는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 현재(2016년 2월) LGU+ 누리집의 장애인요금제 설명.
‘장애우’는 차별적 표현이란 이유로 2008년 한국장애인총연합회가 거부하기도 했다.
▲ KT의 장애인요금제 설명.

시·청각장애인 “장애인 스마트폰 요금제 데이터 너무 적다”

지난 2014년 한국소비자원 ‘스마트폰 장애인요금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 101명 중 33명만이 장애인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장애인요금제 사용자의 84.8%는 장애인요금제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부족한 데이터 제공량’이 이유였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64%는 5GB 혹은 무제한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현행 장애인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최대 3GB, 청각장애인은 최대 5GB다.

김철환 한국농아인협회 기획부장은 지난 2013년 통신사들이 장애인의 소비습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당시 이동통신3사의 13개 장애인요금제 중 10개가 100MB~750M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김 부장은 “진정서를 낸 이후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동영상을 많이 소비하는 청각장애인에게 데이터요금은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장애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월 통신비용을 분석한 결과, 청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2만 4000원 가량 더 지출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은 약 2만 7000원을 추가 지출했다.


장애인 스마트폰 요금제 저렴하다지만··· 혜택은 글쎄?


최근 이동통신3사가 앞다투어 내놓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SKT의 밴드요금제, KT의 LTE데이터선택, LGU+의 New음성무한이 대표적이다. 이를 장애인요금제와 비교해봤다.

* 부가세 10% 별도 **일정 속도(400kbps) 이하로 데이터 무제한 이용 가능 ***선택약정할인 대상 추가할인 20%
<▲SKT, KT, LGU+ 제공 비슷한 요금 수준을 보이는 장애인요금제(LTE)와 일반요금제 비교>

시각장애인용 요금제인 SKT의 소리사랑52는 월 5만 2천원의 기본료로 데이터 3GB, 음성통화 450분, 메시지 50건을 제공한다. 반면 소리사랑52보다 기본료가 1000원 더 저렴한 일반요금제 밴드51은 데이터 6.5GB,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다만, 장애인요금제는 요금약정할인이 가능하다. 더불어 장애인복지할인 35%까지 적용하면 소리사랑52의 경우 실제로 사용자가 내야 하는 금액은 월 2만 6000원(부가세 포함)가량이다. 반면, 장애인이 밴드51을 이용하면 장애인복지할인만이 적용돼 약 3만 6000원 가량을 내야 한다. 밴드51이 만 원 정도 더 비싼 셈이다. 하지만 밴드51이 제공하는 데이터 6.5GB와 음성통화 무제한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SKT는 1GB 데이터 추가 구매 시 1만 5천원을 부과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LGU+의 복지영상·복지음성 42, KT의 순손말나눔53·순소리나눔27을 일반요금제와 비교하면 장애인요금제가 좀더 저렴한 건 사실이지만, 그에 비해 데이터 제공이 훨씬 부족했다.

통신사들은 요금제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골라 쓰라는 입장이다. SKT PR 1팀은 “장애인 가입자는 장애인요금제와 일반요금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며 “다만, 장애인요금제는 밴드요금제와 달리 요금약정할인이 적용되므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KT 홍보실은 “장애인 스마트폰 요금제와 최근 출시된 데이터요금제는 초점이 다르다”며 “이는 고객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LGU+ 홍보팀 역시 “고객 선택의 폭을 늘리기 위해 장애인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류창동씨는 “통신사의 복잡한 요금제를 일일이 따져보는 일이 장애인에게는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장애인의 특성 전반을 고려하지 못한 현행 요금제 체계를 비판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