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언론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의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Ariana Huffington, 65)’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정확한 상황을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총체적인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비극이나 폭력, 혼란만을 조명한다면 총체적 해석은 불가능하게 된다. 폭력, 빈곤 등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가? 또 혁신과 창의력, 열정과 품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가? 세상의 어두운 면만을 부각한다면,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신문사 ‘허핑턴 포스트’의 수장, 아리아나 허핑턴(65)이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피 나는 기사가 주목 받는다’(If it bleeds, It leads)는 기존 언론의 사고방식을 강력하게 비판한 허핑턴. 그녀의 생각은 대안 없는 비판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그녀는 “허핑턴포스트의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 이야기(What’s working)'와 긍정적 보도를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녀는 긍정적인 저널리즘은 시민들이 더 사회에 참여하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긍정의 힘’에 대한 그녀의 믿음은 허핑턴포스트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청신호’와 ‘굿 뉴스’

▲ 허핑턴 포스트 페이지의 다양한 카테고리 이미지. ‘좋은 뉴스(Good News)’ 페이지,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 이야기(What’s Working) 페이지 등이 있다.


‘청신호(What’s Working)‘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글로벌 허핑턴포스트의 제안입니다. 세상의 적신호를 놓치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자극적인 뉴스가 더 조회 수가 높다’는 기존 언론의 태도를 넘어서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고쳐나가는 이야기에 조명을 비추고자 합니다. 적신호로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 이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을 독자 여러분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허핑턴포스트의 희망입니다._Huffingtonpost.com 발췌

청신호, 미국 판에서는 ‘What’s Working’ 으로 칭한다. 이 섹션에서는 사회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지만 보통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좋은 일화들을 꾸준히 조명하고 있다.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한 커피회사,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모금을 한 시민들의 이야기 등 사회의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들이 이 카테고리의 기사로 쓰인다.

청신호 섹션 이외에도, ‘적신호와 청신호의 균형을 희망’한다는 허핑턴포스트의 목표는 다양한 기사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영혼을 위한 GPS(GPS for Soul)’ 카테고리 에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평안을 찾기 위한 방법들을, ‘좋은 뉴스(Good News)’ 카테고리 에서는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뉴스들을 특별히 다룬다.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OWN)’ 카테고리 에서는 스스로를 북돋우기(Empowering Yourself), 더 행복하게 살기(Live Happier) 등의 소주제들만을 다룬다.

이와 같은 ‘긍정 뉴스’는 윤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내부 집계에 따르면 허핑턴포스트에 게시된 글들 중 가장 많이 공유된 글들은 대부분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아리아나 허핑턴은 성공적인 사례와 사회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기사를 통해 모방 범죄가 아닌 '모방 해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방 해결’을 위한 시도, 액션 버튼(Action Button)


2015년 3월부터는 ‘모방 해결’을 직접적으로 돕는 장치도 등장했다. 바로 교육, 빈곤 등에 대한 성공사례 기사 하단에 있는 ‘액션 버튼’이다. 액션 버튼은 기사와 관련된 행동에 참여하려는 독자들을 돕는다. 독자들은 클릭 한번 만으로 미국의 식량지원을 촉구하는 청원에 서명할 수 있고, 개발도상국 여자아이들을 위한 학교 건립에 모금할 수 있으며 퀴즈를 통해 지구촌 문제들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세계 시민(Global Citizen)’부 초대 편집장인 조던 허슨(26)은 다보스에서 열린 대담에서 “뉴스는 단지 소비되는 정보가 아니라 행동을 위한 기회”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액션 버튼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NGO들과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민의 피로를 넘어서

미국의 작가 수잔 D.모엘은 1999년 출간된 자신의 책 ‘연민의피로: 미디어가 질병과 기근, 전쟁과 죽음을 어떻게 팔고 있나’에서 부정적 이야기와 이미지만을 전하면 독자들은 뉴스를 멀리하고 '연민의 피로(compassion fatigue)'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독자들이 뉴스에서 멀어지면 언론은 시민과 사회를 이을 수 없다.

청신호를 통해 건설적인 뉴스를 전하고 액션 버튼을 통해 독자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고 있는 허핑턴포스트. ‘연민의 피로’를 경계하는 허핑턴포스트의 새로운 시도들은 현재까지 독자들의 많은 참여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12년 만들어진 ‘허핑턴 포스트 – 굿 뉴스’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2015년 11월 현재 119만 명에 달한다. 스무 개가 넘는 허핑턴포스트 카테고리 페이지 중 ‘정치(142만)’, ‘여성(131만)’ 다음으로 높은 숫자다. 이 페이지에는 2015년 11월 1일 하루에만 16개의 ‘굿 뉴스’가 업로드 되었으며, 게시글들은 평균 800개의 '좋아요(Like)'를 받았다. 댓글을 통한 독자들의 소통도 활발하다.

이처럼, 허핑턴포스트의 ‘긍정 실험’은 현재까지 순항 중으로 보인다. 이 실험이 자극적 보도가 난무하는 언론계 전체의 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아리아나 허핑턴은 자신만만하다.
“우리는 새로운 이정표에 계속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더 멋질 것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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