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서영주(22)씨는 등굣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다. 밤 사이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아침신문의 일 면 헤드라인은 무엇인지 궁금해 포털 사이트를 검색한다. 관심이 가는 뉴스는 따로 검색해 읽는다. 그는 종이 신문은 구독하지 않는다. 저녁에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뉴스 프로그램을 시청하기에도 너무 바쁘다.

▲ 유튜브 영상 The Future of Journalism: Tom Rosenstiel at TEDxAtlanta 캡쳐

“현재 미국 성인 4명 중 1명은 과거보다 더 많은 뉴스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2013년 5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이 이루어졌다. 강연자는 아메리칸 프레스 인스티튜트(API)의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 대표였다. “많이 받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문사에 가져온 혼란이 세상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지 아니면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지에 대한 물음입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 디지털 기술은 결국 우리를 구원해줄 것입니다.”

▲ 유튜브 영상 The Future of Journalism: Tom Rosenstiel at TEDxAtlanta 캡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신문사들이 전통적으로 돈을 벌었던 구조를 무너뜨렸다. 미국 신문사들이 한 해에 버는 광고수입은 10년 전에 비해 75%나 감소했다. 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독자 수가 줄어 구독수입 또한 40%가 사라졌다. 신문사 만이 아니다. 미국 대표 텔레비전 채널인 NBC, CBS, ABC의 방송뉴스 시청률은 1980년대와 비교해 반 토막이 되어버렸다. “과거에는 전문적인 뉴스 편집인(gate keeper)들이 독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 하는 뉴스를 강제로 떠먹여 주었습니다. 독자들은 기존 매체들의 업적을 믿고 주어진 뉴스를 소비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독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스스로 배움을 통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들은 언제든 원하는 뉴스를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독자들은 더 이상 신문사나 방송사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 유튜브 영상 The Future of Journalism: Tom Rosenstiel at TEDxAtlanta 캡쳐

상황만 보면 사람들이 뉴스 자체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로젠스틸 대표는 그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뉴스에 목말라 있습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 25%는 과거보다 더 많은 뉴스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오직 10%만이 과거보다 적게 뉴스를 읽는다고 답했습니다. 뉴스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바일에서는 무려 32%의 사용자들이 과거보다 뉴스를 더 읽는다고 말합니다.” 현대인들은 출퇴근길 교통수단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뉴스를 검색한다. 낮 동안에는 회사에서 데스크톱으로 뉴스를 확인한다. 퇴근 후에는 잠들기 전까지 태블릿을 사용해 긴 기사를 소비한다. 과거에는 뉴스를 얻으려면 언론사의 뉴스 생산 패턴에 자신을 맞추어야 했다. 조간신문은 아침에 일어나야 받아 볼 수 있었고, 저녁뉴스는 오후 6시 반에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어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로젠스틸 대표는 현대를 가리켜 ‘새로운 계몽시대’라고 표현한다.

시대가 바뀌면 오래된 체제는 바뀐 세상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뉴스 또한 그러하다. 미디어의 역사를 보면 오래된 기술이라고 사라지지 않는다.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림이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다. 라디오가 발명됐을 때는 신문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텔레비전이 만들어졌을 때는 라디오가 끝날 줄 알았다. 그림도, 신문도, 라디오도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더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언론사의 뉴스도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 로젠스틸 대표는 “이제는 ‘날 믿으세요(Trust Me)’의 시대가 아니라 ‘나에게 증명하세요(Show Me)’의 시대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클릭 한 번 만에 더 나은 버전의 기사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유튜브 영상 The Future of Journalism: Tom Rosenstiel at TEDxAtlanta 캡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뉴스에 새로운 독자를 데리고 온다. 로젠스틸 대표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과거 신문이나 방송뉴스로는 뉴스를 소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되고 소비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종이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의 평균 나이는 54세입니다. 반면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읽는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37세로 무려 17살이나 젊습니다. 게다가 오직 모바일 기기로만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은 5살 더 어린 33세 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8세에서 40세 사이의 사람 중 반은 매주 뉴스를 읽는데 그 중 대다수가 디지털 상에서 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점점 더 많은 독자들의 뉴스를 소비하는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모습을 빠르게 이해해야 언론사의 시급한 돈 문제도 해결된다. 신문사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광고수입과 구독료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시대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 신문사는 옛날 수익구조를 유지하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저널리즘이 위기는 아니다. 독자들은 과거보다 더 뉴스를 원하고 있다. 변화한 소비자들을 빠르게 이해하고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 로젠스틸 대표도 TED 강연 마지막에 말한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광고 수입은 의미가 없습니다. 독자들이 결국 잃어버린 수입의 대부분을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신문인 <뉴욕타임즈>는 2011년 그들의 디지털 버전을 유료화했다. <뉴욕타임즈>외에도 미국의 450개 이상 신문사들이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있다고 한다. 로젠스틸 대표는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하려면 당연히 질 좋은 뉴스가 보장 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구독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특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캘리포니아 신문사인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는 구독자들에게 지역 구단의 야구티켓을 공짜로 나눠준다고 한다. 구단은 신문 구독자들이 사먹는 핫도그로 돈을 벌고 신문사는 구독률을 높여 돈을 번다. 이렇게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30억달러(한화 약3조 4억원)가 디지털 구독료(electronic revenue)로 생겨났다. 결국 쇠퇴하는 언론사를 살리는 것 역시 디지털 기술인 셈이다.

과거에 이런 말이 있었다. “저널리즘은 인쇄기를 소유한 사람만큼만 좋다(Journalism is only good as the person who owns the printing press).” 지금은 달라졌다. “저널리즘은 독자의 호기심만큼 좋다(Journalism is as good as your curiosity).” 현대에는 독자를 이해하는 언론사만이 살아남아 번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언론사들은 어떻게 하면 더 구독자 수를 늘리고 광고수입을 많이 받을까 만을 고민하는 듯하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결국 최후에 살아남는 언론사는 독자를 이해한 언론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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