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최고의 기사는 사람의 감정에 관한 것”
“Snow Fall”도 눈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눈사태를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Helping you see the world I see. That’s journalism, right?’ (제가 세계를 보는 것처럼 여러분들이 세계를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것이 저널리즘 아닌가요?)라는 인스타그램(Instagram)프로필 소개 문구를 가진 John Branch. 그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스포츠 부에 2005년부터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기자다.

그가 쓴 기사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재작년인 2013년. 2012년에 쓴 “Snow Fall: The Avalanche at Tunnel Creek”기사가 퓰리처상(기획보도)을 받고 저널리즘의 미래라고 평가 받으면서부터다. Snow Fall은 미국의 프로 스키어 16명이 오지로 스키를 타러 갔다가 3명이 눈사태로 숨진 이야기를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이를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과 결합한 ‘인터랙티브 뉴스’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 기사 이후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을 비롯해 많은 언론사들이 멀티미디어를 결합한 인터랙티브 뉴스 제작에 나섰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다. ‘John Branch’ 그는 어떤 기자이고, Snow Fall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표시는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필자의 보충 설명/ A. 밑에 있는()는 John Branch기자의 답변 원문)

(“Snow Fall”의 기사는 http://www.nytimes.com/projects/2012/snow-fall/#/?part=tunnel-creek에서 볼 수 있음)

-1989년에 콜로라도 대학에서 경영 학사 학위를 받고, 1996년에 같은 대학에서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서 저널리즘 석사과정을 밟게 되셨나요?

"저는 직업을 바꿨어요. 저는 경영 학사 학위를 받고 나서 몇 년 동안 소매업(retail management)에서 일을 했어요. 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나서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대학으로 갔어요. 저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자가 됐어요. 기자가 아닌 어떤 직업이 (다른 이들이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 또는 사건에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이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게 해줄까요?"
 

-프레스노 비(Fresno Bee)*에서 뉴욕타임즈(NYT)로 옮겨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나요? (*프레스노 비(Fresno Bee): 미국 캘리포니아 fresno지역의 신문사/ John Branch는 프레스노 비에서 2002~2005년 동안 일을 했다)

"당시 뉴욕타임즈(NYT)는 미국 미식 축구 팀인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를 취재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냈어요. 뉴욕타임즈에 있는 친구가 채용에 대해서 얘기해 줬고 저를 스포츠부서 에디터에게 추천해줬고요. 지원을 하고, 뉴욕에서 인터뷰를 거친 후에 채용됐죠."
 

-스포츠 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
저는 항상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저는 처음에는 비즈니스 담당 기자였지만 2년 후에 스포츠 부로 옮기게 됐어요. 저는 스포츠를 사랑했고(I loved sports), 지금도 사랑해요(and still do). 그리고 스포츠 쪽의 스토리들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해요(very compelling)."
 

-기사를 쓸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쓰시나요? 사람인가요? 아니면 다른 것인가요?

"
모든 최고의 기사들은 ‘사람’에 대한 스토리에요. 예를 들어 저는 ‘Snow Fall’기사를 눈사태 스토리로 보지 않아요. 눈사태를 만난 ‘사람들’에 관한 스토리로 보죠. 가장 최고의 스토리는 감정에 관한 것이고(about emotions), 사람들이 감정의 주체죠(people are the subjects with emotions)."
 

“Snow Fall”

처음부터 인터렉티브 뉴스로
기획했던 것은 아냐…

탐사의 깊이, 스토리텔링의 디테일,
멀티미디어적인 요소가 강점

 

 

 

 

 


-처음에 Snow Fall 아이템을 어떻게 찾으셨나요? 그리고, Snow Fall을 쓰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그 눈사태*가 2012년 2월에 발생했을 때 뉴스가 됐고, 발생 이틀 후 그 눈사태와 다른 눈사태들에 관한 기사가 뉴욕타임즈 신문 1면에 실렸어요. 그러고 나서 2~3개월 후 제가 있는 스포츠 부서의 담당 에디터가 제게 눈사태에 관해서 더 깊고 탐사적인 스토리가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해줬어요. 매년 겨울마다 미국에서는 눈사태로 30~40명의 사람들이 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눈(good snow), 고독, 모험을 위해 오지로 향하거든요. 저는 대부분의 초점을 특정 눈사태*에 맞추기로 곧 결정했어요. Snow Fall을 취재하고 기사 작성을 하는 것까지 3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미국 워싱턴 주 터널 크리크에서 일어난 눈사태)
 

-Snow Fall이 어떻게 인터렉티브 기사로 나갈 수 있었나요? 기사 기획 당시부터 인터렉티브 기사로 쓰기로 결정한 것이었나요?

"인터렉티브 부분의 스토리는 훨씬 나중에 들어온 거에요. 저는 다른 부분의 스토리부터 취재를 시작했어요. 많은 전화와 인터뷰 그리고 여러 조사를 했죠. 제가 에디터들을 만났을 때는 그 과정의 중간쯤에 있었어요. 그 에디터들이 뉴욕타임즈의 사진, 그래픽, 인터렉티브 에디터에게 제 얘기를 해줬고, 그들(사진, 그래픽, 인터렉티브 에디터)이 저를 돕는 것에 관심을 가졌죠

 

-‘snowfall’을 내러티브 스토리 형식으로 쓰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특히 조심했던 점이 있나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첫째로, 실제로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사망했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스토리를 적을 때 항상 힘들었어요. 눈사태와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취재가 필요했어요. 그리고 수십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 중 직접적으로 관련된 20명의 눈을 통해 스토리를 말해야 했죠. 하나의 스토리로 그들의 모든 기억들을 합치는 것이 매우 어려웠어요. 둘째, 이 주제는 제가 잘 모르는 것이었어요. (잘 모르는 주제처럼 저는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긴 해요) 하지만 저는 눈사태와 그리고 눈사태에 숨겨진 과학에 대해 배워야만 했죠. 마지막으로 모든 취재를 여름에 진행했기 때문에 눈에 덮인 지역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제가 그 지역을 하이킹하긴 했지만 스키는 탈 수 없었어요." 

 

-‘Snow Fall’이 가진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탐사의 깊이, 스토리텔링의 디테일 그리고 컴퓨터 스크린상에서 기사에 생생함을 불어넣은 놀라운 멀티미디어를 통한 경험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왜 사람들이 Snow Fall에 주목한다고 생각하나요?

"일정 부분은 분량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Snow Fall은 (영어로) 17,000단어로 쓰여졌고, 뉴욕 타임즈에서 지금까지 발간한 기사들 중에 가장 길이가 긴 것 중에 하나에요. 신문에서 14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니까요. 저는 ‘Snow Fall’이 훌륭한 기사이고, 독자들이 그런 절망적인 상황(deadly situation)에 처했다면 어땠을 지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롭고 비극적인 모험 기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물론 인터렉티브 형태도 획기적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충격적이고(stunning), 놀랍고 아름다웠죠. (기사를 함께 작성한) 팀원인 저의 동료들은 엄청난(incredible) 저널리스트들이에요."
 


-지금까지 쓰신 기사 중에 Snow Fall이 가장 좋은 기사라고 생각하나요? 만약 아니라면 쓰신 기사 중에 하나를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Snow Fall이 저의 최고 기사냐고요? (Is it my best?) 저도 모르겠어요. 저는 Derek Boogaard라는 프로 하키 선수에 관한 3개의 시리즈로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그 기사 제목은 “Punched Out”이에요.) 또, 저는 한번도 경기에서 이겨본 적 없는 골칫거리 소녀들(troubled girls)로 구성된 농구 팀, “Lady Jaguars”에 대해 쓴 5개 시리즈로 구성된 기사도 좋아해요. 2012년에 처음 시리즈가 나왔고, 그로부터 일년 후인 2013년에 팀에 관한 3개의 시리즈가 더 나왔죠."


-기자가 되길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네! 세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기자들이 필요해요. 저는 젊은 사람들에게 만약 본인들이 스토리텔링과 진실 그리고 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것에 갈망이 있다면 기자가 되라고 격려해요. 적어도 미국에서는 기자를 하면서 돈을 벌기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훌륭한 기자들은 고결하고(noble), 사려 깊고, 윤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John Branch가 저널리스트로서 갖고 있는 신념은 세 가지다. “공정할 것, 정직할 것, 진실을 말할 것(Be fair, honest and tell the truth)”. Snow Fall로 퓰리처 상을 받은 이후에도 그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저에게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하지만 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죠. 제가 낯선 사람들의 눈에는 대단해 보였나 봐요(It validated me in the eyes of strangers). 하지만 저는 부자가 아니고, 여전히 Snow Fall을 쓰기 이전에 제가 써왔던 것과 같은 종류의 기사들을 써요.”

그는 오늘도 ‘사람’에 대한 스토리를 담은 기사를 쓴다.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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