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으로 근무하는 교사 박 씨는 아침 일찍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이가 몸살이 나서요……” 반에 속한 한 여학생의 어머니였다. 걱정되는 마음에 병명을 묻자 애매하게 말끝을 흐리는 학부모의 태도를 보자 직감적으로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아….그 날이구나’ 박 씨는 담임으로 근무하면서 여자아이들이 생리로 인한 결석을 이렇게 다른 병으로 둘러대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익숙한 일이기에 이제는 이럴 경우 경험적으로 출석체크를 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초·중·고 생리 공결제는 2006년부터 실시되어 왔지만, 모든 학교에서 원활하게 사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생리 공결제는 교육부가 2006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초·중·고 여학생들이 생리로 인해 수업을 듣기 어려운 경우 월 1회에 한해 공결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을 가리킨다. 생리공결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정착은커녕 현장에 따라 사용 빈도와 규칙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가 원활하게 사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학생들이 여전히 생리라는 주제를 쉽게 입에 올리기 어려워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교사 박 씨(30)는 “학생들이 생리로 인해 고통이 심해도 남자선생님인 자신에게 쉽게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대인 만큼 더욱 민감한 주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 와서는 생리 공결 제도가 학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입을 닫기도 한다. 경기도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이 씨(55)는 “한 달에 생리공결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2,3명 정도다. 주로 쓰는 애들만 계속 쓰는 경우다.”라고 말하며, “결석을 하면 수업을 못 따라가 지장이 된다는 생각에 안 쓰는 애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학부모도 다르지 않다. 아직 생리를 ‘공결’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학부모들에게 퍼지지 않은 탓에 핑계를 둘러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서울의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황선미 씨는 아이 대신 학부모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경우 학교에서 각 가정에 생리 공결제에 관한 통지문을 보냈지만, 학부모들이 이 제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리에 대한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책임이 있는 것이니, 자녀들의 생활 태도를 부모가 지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에서 생리공결제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것에 있다. 이번 취재에 응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학부모에게 생리 공결 제도의 존재에 대해 알린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경기도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이 씨는 “공고를 내거나 유인물로 공시한 적은 없다. 아이들이 주로 뉴스 같은 매스컴에서 보거나, 혹은 옆반 학생들이 쓰는 걸 보고 와서 ‘저희도 쓸 수 있어요?’하고 물어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교사 황 씨도 본인은 혁신학교에 근무해 그나마 학교에서 조치를 취했으나, 일선학교 대부분은 생리 공결제도를 알리려는 적극적 노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생리 공결 제도가 시행되던 초기에는, 이를 악용하고 남용하는 학생들이 생기리라는 우려에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비교적 생리 공결 제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염경미(49) 씨는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예전에 제도 악용의 우려는 현실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공결일 경우에 시험 점수가 평균점으로 책정된다는 것을 알아도, 고의적으로 시험을 안치거나 하는 학생은 본 적 없다.” 염 씨는 오히려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생리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분위기가 되었음을 설명했다. 고교 교사 이 씨는 생리 공결 제도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어릴 때 조금이라도 더 ‘생리로 인한 고통’을 쉬는 것에 익숙해져야 성인이 되고 직장인이 된 후에도 권리를 더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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