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아닌 스포츠가 가진 힘을 믿었고, 국적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접근하고 싶었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씨앗을 뿌리는 것이 목표였어요.”

독도경비대원으로 군복무, 미국 자전거 횡단. 보통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이 특별한 약력의 주인공은 경희대학교 체육학과 백덕열 씨와 인천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심용석 씨이다. 두 청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려 미국 자전거 횡단을 기획했다. 2013년 독도경비대에서 시작된 인연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한 ‘트리플A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이들의 슬로건인 ‘트리플A프로젝트’는 인정(Admit), 사죄(Apology), 그리고 동행(Accompany)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일본이 위안부 범죄를 인정(Admit)하고 사과(Apologize)하고, 세계인 모두가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동참(Accompany)하자는 의미를 담아서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대장정이다.

▲‘트리플A프로젝트’슬로건 아래의 좌 백덕열, 우 심용석 씨(‘3A-Project 페이스북’ 제공)

‘트리플A프로젝트’의 시작

‘너 그러다가 총 맞아!’ 두 청년이 처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알리기 위해 미국 대륙 횡단을 시작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한 사람들도 많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많은 단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처럼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부모님도 무모하다고 말리실 정도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어서 정말 막막했어요.”

‘트리플A프로젝트’는 심 씨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용석이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님의 실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소녀이야기’를 본 후에 이 문제를 알리자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백 씨는 처음엔 진심을 담지 못할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생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직접 만나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할머니가 먼저 제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그 순간 많은 감정이 전달 됐고 이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표는 세상을 향한 ‘작은 씨앗’ 뿌리기

두 청년은 프로젝트를 통해 즉각적으로 일본정부의 사과를 받아내자는 목표를 잡지는 않았다. 목표는 ‘작은 씨앗’을 뿌리고 오는 것이었다. “저희를 만나거나 언론을 통해 저희 기사를 접한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작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언젠가 자라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작은 관심이 모여서 더 큰 관심이 되고 그것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트리플A프로젝트’의 실행에 백 씨의 체육인으로서의 긍지도 한몫했다. “체육인으로서 스포츠가 갖고 있는 힘을 믿었어요. 말이 아닌 스포츠를 통해 제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백 씨는 이런 이유로 미국 자전거 횡단을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더 의미 있는 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문제가 아닌,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 때문에 국적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접근했다.

직접 발로 뛰며 준비한 프로젝트

올해 3월 1일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준비는 출국 날인 6월 20일까지 계속됐다. 학교를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을 쪼개서 학교 공부도 해야 했고, 위안부 관련 단체의 사람들과 미국 대륙을 횡단했던 사람들을 만나서 조언도 구해야 했다. 틈틈이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공부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었다. 두 사람은 미숙하지만 직접 프로젝트 기획안을 만들어서 자전거 회사에 찾아가 후원을 부탁했다. 여러 번의 거절 끝에 두 군데의 자전거 회사에서 자전거 및 자전거와 관련된 용품들을 후원받았다. 또한, 한류문화인진흥재단과 두 사람의 모교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나머지 경비를 충당했다. 경희대학교 내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자전거 횡단 중 심용석 씨의 모습(‘3A-Project’ 페이스북 제공)

힘든 여정 속의 소중한 경험들

6월 20일에 출국해서 28일 캘리포니아를 거쳐 네바다, 애리조나, 텍사스,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캔자스, 미주리, 일리노이,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저지를 횡단하고 9월 2일 뉴욕 도착. ‘트리플A프로젝트’의 엄청난 횡단 일정이다. 심 씨는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워싱턴디씨로 진입하려면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야 했는데 ‘이제 내리막이겠지’라고 생각하면 또 오르막이 나왔어요. 그렇게 힘들게 넘어서 달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힘든 일정 속에서도 우연히 만난 한 미국인 아주머니의 말은 그들이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는 힘이 됐다. 필라델피아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두 사람에게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아주머니께서 어린 시절 강간을 당했다는 말과 함께 10달러를 주셨어요.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널리 알려지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씀하셨죠.” 두 사람은 아주머니께 받은 10달러를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미국인 아주머니에게 받은 10달러(‘3A-Project 페이스북’ 제공)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할머님들의 목소리에요”

프로젝트를 끝낸 뒤 두 사람은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해졌다. 백 씨는 “스포츠가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됐어요”라며 뿌듯함을 전했다. 심 씨도 ‘미국 대륙 횡단도 했는데 무슨 일이든 못할 것이 없다’라는 마음과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백 씨는 “저희가 자전거 횡단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저희들의 목소리가 아닌 할머님들의 목소리였습니다”라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수요시위’에 참석해서 할머님들의 목소리에 직접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는 언젠간 해결되는 법…

‘트리플A프로젝트’를 막 끝낸 지금의 계획은 프로젝트 일대기를 책으로 엮고,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SNS를 통해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다. 백 씨는 “일본정부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사과 받을 준비를 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우리부터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알고, 피해 할머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개개인이 이 문제에 대해 작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언젠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두 사람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희망을 갖고 조금씩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작은 행동들을 만들어 간다면 그 날이 조금 더 빨리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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