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왔다. 과거와 달리 아이디어만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도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뷰티, 요리,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이 특색 있는 영상을 만들어 수만 명의 구독자를 둔다.
 

ASMR을 소개합니다!

1인 미디어 분야 중에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대중적이진 않지만 소소한 분야가 있다. 자율감각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인 ASMR이다. 시각, 청각, 후각 등 오감에 의해 머리, 두피 등과 같이 신체의 일부분에 나타나는 감각적인 쾌락 반응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간단히 말하자면, 백색소음을 듣고 마음에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런 잡음은 귀에 거슬리고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런데, 어떻게 생활 잡음을 담은 영상이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ASMR이 주로 불면증 치료 영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수면 유도 목적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ASMR 영상을 2년째 만들고 있고 무려 12만 명의 구독자를 둔 유투버 Miniyu ASMR, 유민정씨(27)를 만나 봤다.

▲ Miniyu ASMR 영상 캡쳐
▲ Miniyu ASMR 채널(https://www.youtube.com/user/miniyuasmr/videos)

ASMR에 대한 간단한 정의를 내려달라는 질문에 유 씨는 정식 치료법이라기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민간요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외국 유명 ASMR 업로더들의 영상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영상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져 ASMR 영상을 더 찾아보았다고 한다. 찾다 보니 한국어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을 발견했지만, 교포 단 한 명뿐이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본인이 직접 만들어보고자 결심하고 영상을 만들게 됐다.

유 씨는 2년 동안 약 300개 정도나 되는 영상을 찍었다고 한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영상을 업로드 하다 보니 사람들도 그녀의 열정을 알아봐준 것일까? 구독자의 수가 약 12만 명으로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숫자다. 조회수도 약 2500여만 건이나 된다. 유 씨는 영상도 많이 올리고 구독자도 많다보니 대기업에서 스카우트를 받기도 했다.

ASMR 영상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유 씨가 주로 비중을 두고 만드는 영상은 롤플레이(roleplay) 영상이다. 한마디로 피부관리사나 미용사가 되어보는 ‘역할극’이다. “말하지 않는 no talking ASMR, 먹는 영상 등 다양한 영상을 만들지만, 구독자 분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것이 롤플레이 영상이에요. 조회수가 가장 높은 영상의 경우는 귀청소 롤플레이로 조회수가 약 129만 건 정도 돼요. 조회수가 사람들의 관심도를 그만큼 보여주니까 저도 롤플레이 영상을 위주로 만들어요.”

▲ ASMR 영상을 만들기 위해 유 씨가 쓰는 3DIO 마이크 장치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인기요인

모든 ASMR 영상의 공통점은 ‘속삭임’이다. 귀에 대고 속삭이면서 말을 하는 것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유 씨는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영상에 화면과 소리를 더 잘 담으려 많은 노력을 한다. 3DIO 마이크 장치는 요즘 많은 ASMR 업로더들이 사용하는 장비이다. 사람의 귀를 직접 만진다는 시각적 효과가 있어 더 인기가 크다. 그래서 실제로 듣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귀에 로션 바르기, 일상생활 속의 물건들을 귀 옆에 대고 흔들거나 만지기 등 우리가 지나쳤을 법한 작은 소리들을 잡아내서 감각을 자극한다.

국내와 다르게 해외에서는 ASMR의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미국에 사는 러시아 유투버 GentleWhispering의 경우, 구독자가 무려 약 48만 명이나 된다. 이외에도 구독자 수가 20만 명을 넘는 ASMR 영상 업로더들이 많다. 해외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도 ASMR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ASMR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씨는 불면증 치료 민간요법뿐만 아니라 힘든 사회생활에 지쳐 힐링을 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ASMR 영상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ASMR 영상을 직접 들어보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나도 모르게 잠들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ASMR 영상의 댓글을 보면, 편안함을 느낀다거나 간지러움을 느낀다는 내용이 가장 많다. 유 씨는 구독자들이 남겨준 댓글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독자는 불면증이 심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수면 유도제를 처방 받아 먹어도 효과가 없었는데, 제 영상을 보고 불면증이 싹 나으셨다고 하셨던 분이에요. 감사하다며 선물을 택배로 보내주셨어요.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을 해결하는데 제 영상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하죠.” 이런 칭찬에 보답하기 위해 유 씨는 더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ASMR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깨기 위해...

하지만 ASMR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속삭이면서 영상을 찍는 것이다 보니 선정성 논란이 있다. ASMR을 성적 자극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고 이런 점을 노려 19금 ASMR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유 씨는 이런 시선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선정적인 ASMR 영상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영상을 만드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라는 건 ASMR이 외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거예요.”

실제로 유민정씨는 ASMR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영상을 만드는 것 이외에도, ASMR을 알리기 위해 여러 이벤트도 진행하곤 한다. 최근에는 ASMR 네이밍(naming) 이벤트를 진행했다. 생소한 ASMR을 좀 더 알리기 위해서였다. ASMR과 관련된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직 아쉬움을 느낀다고 한다. “제가 작업을 주로 집에서만 하다 보니, 소음에 노출되는 게 가장 아쉬워요. ASMR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가 있었으면 해요.”


앞으로의 도전과 ASMR의 전망

앞으로의 ASMR과 관련된 도전은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녀는 ASMR 영상에 화려한 영상 기술을 덧붙여보고 싶다고 답변했다. “ASMR 영상이 주로 듣는 것인데 의외로 많은 분들께서 화면을 보시고, 화면에서 거슬리는 점을 말씀해 주시기도 하더라고요. 편집기술이 많이 부족하지만 나중에 화려한 영상 기술을 한 번 써보고 싶어요.” ASMR에 관해 정확한 연구가 진행되거나 의학적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 씨는 의학적 효과와 상관없이 ASMR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듯이, ASMR이 하나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ASMR 영상 중에서 한국어로 된 것은 6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많은 젊은 세대들이 ASMR 영상을 보고 들으며 마음에 안정을 찾는다는 것은 외부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커져간다는 반증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필요도, 비싼 약을 처방받을 필요도 없다. 편안한 내 집 내 방에서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ASMR은 스트레스 사회에서의 새로운 콘텐츠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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