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비 네트워크 대표 김샘

“콘서트 한 번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웠어요. 그 생각이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시작이에요.”

“수요시위의 충격이 지금까지 저를 이끌었어요.”

 

평화나비 네트워크를 만들다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단위의 대학생 연합동아리이다. ‘네트워크’라는 이름 그대로 전국운영위원회, 지역운영위원회, 집행부 등 제대로 된 체계를 갖췄다. 시초가 된 것은 2012년 이화여대 학생들이 모여서 시작한 이화나비 콘서트이다. 이화나비 콘서트의 성공적 개최로 더 많은 대학생들이 힘을 합쳐보고자 만든 것이 2013 평화나비 콘서트이다. 동아리 2개가 모여 콘서트 기획을 하고, 서포터즈도 모집해서 성대하게 개최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콘서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출발이다. “다들 그냥 한번 하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다고 말했어요. 이 문제를 진짜 해결하려면 동아리처럼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주변 사람들과 기획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죠.”

1년 여간 평화나비 네트워크를 이끌어 온 김샘 대표는 처음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후배의 권유로 우연히 참가한 수요시위였다. “광복절맞이 수요시위라고 굉장히 크게 열었어요. 그런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어서 늦게 갔는데도 앞줄에서 봤죠. 할머니들이 우비를 쓰고 비 맞으면서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장면이 저한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김 대표는 준비위원장의 직함을 달고 2014년부터 평화나비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마침내 2014년 9월 총회를 통해 평화나비 네트워크를 정식 발족시켰다.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핵심 구성원은 대표인 김 씨를 필두로 여러 지역대표들로 구성돼 있다. 대표들이 한 달에 한번 한 자리에 모여서 전국운영위원회를 진행한다. 집행부도 따로 있다. 각 학교 나비에서 뽑히거나, 직접 지원한 회원들로 구성된다. 산하에는 홍보국, 사무국, 기획국이 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발자국

그동안 평화나비 네트워크에서 진행한 큰 행사는 평화나비 콘서트, 평화나비 FESTA, 광주기행 등이 있다. 그 외에도 각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더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다. “학교 별 세미나는 학교 대표들이 모여서 책을 선정하기 때문에 큰 흐름은 공통되지만, 학교별 특색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화나비 세미나의 커리큘럼에는 심화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여성학적인 내용이 조금 더 추가됩니다. 서울대는 다른 참고서적을 좀 더 넣어서 전쟁이나 제국주의 내용을 더 넣고요. 지역별로도 약간씩 다르죠.”

 

▲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2015 평화나비콘서트 현장 (‘평화나비네트워크’ 제공)

노력만큼 보이는 성과가 활동의 원동력

김 대표는 평화나비 네트워크를 이끌면서 학교 활동과 병행하는 점이 힘들다고 말한다. 취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점으로 ‘매사에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을 꼽았다. “이 활동을 하면서 사람이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홍보물을 잘못 올려서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재밌게 홍보하려던 것이 아무래도 동아리 초기였고,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이니만큼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사소한 것에도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자기검열을 하려고 해요.”

하지만 힘 들이고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신나서 더 하게 된다. “요즘 사회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실현시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활동은 ‘정말 하는 만큼 나오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주 만나는 할머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도 큰 힘이 된다. 할머님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저녁활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저녁에 열리는 평화나비 콘서트에는 꼭 참석한다. “그 자체로 감사해요. ‘나비들 왔냐!’하고 손 흔들어 주세요. 김복동 할머니께서는 눈이 안 좋으셔서 저를 아직도 못 알아보시지만, 제가 ‘나비 대표에요’하면 반겨주세요. 그거 하나로도 좋아요.”

 

▲ 2015 평화나비콘서트에서 김샘 대표의 모습 (‘평화나비네트워크’ 제공)

'Remember Me' 팔찌가 수익의 전부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운영비를 동아리 회비와 'Remember Me' 팔찌의 판매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동아리 회비가 실질적으로 회원들의 교육 책자를 제작하고, 단체 티 제작에 쓰이기 때문에 결국 팔찌 수익이 운영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간혹 평화나비 FESTA나 콘서트처럼 큰 행사에서 후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올해 콘서트를 준비할 때는 운영비를 조금 더 마련하기 위해서 국회의원 실을 다 돈 적도 있다고 한다. “후원 요청서를 개별로 다 만들어 갔지만 해주시는 의원님들은 10명이 안돼요. 계속 후원해주시는 의원들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님과 인연이 있는 분들이죠.”

나비가 만나는 시민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방식

김 대표는 대표 직함을 달고 있지만 여러 회원들과 현장을 함께 누빈다. 그럴 때 마다 김 대표가 느끼는 것은 우리는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자화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나와 내 이웃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일 하시네요.’하고 지나가시는 분들도 계세요. 응원도 많이 해주시는데 같이 해결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약간은 들더라고요” 이런 분위기는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캠페인을 할 때도 느낀다.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고맙죠. 서명도 많이 해주시고요. 며칠 전에도 하루에 2000명 정도 서명을 받았어요.”

위안부 기림일 FESTA, 韓•中•日•北 학생들과 함께 하고파

김 대표의 임기는 올해 8월부터 내년 8월까지이다. 콘서트, FESTA기획, 총회 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초기단계에 전통을 잘 잡아놔야 다음 운영진들이 잘 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총회에서도 민주적 절차를 통한 대표선출을 위해 강령을 만들 때 법학과 교수의 자문을 얻기도 했다. “어떤 동아리가 이러겠어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어쨌든 초반에 오버해서라도 잡아두는 게 좋잖아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아리 내부에서 비민주적인 일들과 성의 없는 절차들이 행해진다면 평화나비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 자체에 흠집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를 위한 초석을 잘 다지자는 의미에서 김 대표에게 이번 위안부 기림일 FESTA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평화나비 콘서트가 대학생들이 콘서트라는 문화 콘텐츠를 창작하고 끝나는 것이라면, FESTA에서는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루고자 토론회, 문화제를 추가했다. 또한 작년 FESTA에서는 일본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들이 모여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올해 FESTA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더 확장됐다. 한국, 중국, 일본 대학생이 참석하고, 북한 대학생들의 의견은 서면으로 전달받을 계획이다. “북한 대학생들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려고 지금 통일부에도 연락을 넣고 있어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은 북에 있는 ‘조대위(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연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와 서면교류가 가능해요. 거기도 피해자가 있으니까요.”

작년에 온 일본학생들은 섭외를 하다 보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한국에 우호적인 학생들이 많았다. 토론의 주제는 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집단 자위권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올해 FESTA는 중국 학생들도 참석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평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폭넓게 할 계획이다. 각자 나라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보편적 평화문제로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더 ‘큰’ 문제 해결로의 확장

김 대표가 처음에 평화나비를 시작했을 때는 오직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활동을 할수록, 일본군 '위안부' 문제 말고도 다룰 수 있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여성문제, 평화문제, 전쟁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더 큰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8월에는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이름으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침공 문제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과 추모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더 나아가서 전쟁 없는 평화 활동으로 확대하고 싶어요.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도 크고요.”

국제적으로 확장된 문제를 다루는 대학생 동아리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비영리 기구로의 도약도 꿈꾸고 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현재 비영리 NGO 기구로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비영리 기구로 인정이 되면 CMS(자금관리 서비스)로 정기후원을 받을 수 있다. “비영리 기구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요. 공모전의 자격조건이 비영리 NGO 시민단체로 한정되는 데도 있기 때문이죠.”

대학생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열성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은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 김 대표는 문제의 근원은 ‘타자화’에 있다고 본다. “자기 문제라고 생각할 때와 남의 문제라고 생각할 때의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은 할머님들의 문제가 우리들의 문제인 거잖아요. 할머님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나와서 시위하는 것이 이제 더 이상 본인을 위해서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에 와서 사과를 받아도 70년 세월을 보상받는 것은 아니잖아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진짜 내가 많이 아팠기 때문에 여기 나온다.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이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넘어서, 다시는 한반도 땅에 전쟁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대표는 대학생들이 ‘내가 할머님들을 도와준다’, ‘사회문제에 참여 한다’라는 생각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싸워주고 있는 할머님들을 보고 자기 문제라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일본은 다른 나라처럼 군사력을 갖고 당당하게 외교와 군사 활동을 펼치자는 보통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우방으로 묶으려 하고, 미국 눈치를 보는 한국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덮어야하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그나마 한국에서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뒷받침해주는 절차를 마지막까지 막고 있는 것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대표되는 과거사 문제라고 말한다. 과거사 문제로 인한 국민들의 반일 정서 때문에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위한 절차에 직접적으로 반대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할머님들이 이렇게까지 싸워 오셨기 때문에 이게 다 막아지고 있는 거더라고요. 마지막 보루로 할머님들이 서 계시고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거예요. 많은 대학생 분들이 그걸 모르고 계신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다른 피해국들은 공개 증언한 피해자들이 한국만큼 많이 없고 국민들 자체도 그 문제에 대해서 무지하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가 다른 피해국들에 비해 널리 알려진 것을 보면 ‘그동안 할머님들이 정말 열심히 싸우셨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피해자로서 가해자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다른 피해국들은 아직 사회적 분위기나 여성의 문제 때문에 공개 증언한 할머니도 얼마 없어요. 국민적 공감대도 아직 얻지 못했고요.”

“사실 보호받고 있는 것은 우리에요. 그 사실을 알아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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