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파이"에서 우리는 인터넷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방에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로 방안의 모습을 실시간 중계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오디오 없이 영상만을 송출하는 등 인터넷 방송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인터넷 방송국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직접 접해본 사람은 소수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인터넷 방송, 특히 우리나라의 현재상황을 해부해 보려고 한다.
  
인터넷 방송, 그게 머야?

인터넷 매체로는 각 개인 홈페이지, 웹진(Web-zine), 인터넷 방송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인터넷 방송이 요즘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란 전파로 정보를 실어 나르는 지상파 방송과 달리, 방송내용을 동영상 압축데이터로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신개념의 방송형태다. 지상파처럼 한방향으로 정보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등 양방향으로 방송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지역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 차세대 방송형태로 급부상하고 있다.어디서든지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듣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기존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보려고해도 뉴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인터넷방송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일기예보메뉴를 선택하면 바로 시청할 수 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보유한 모든 네티즌들이 자신만의 방송국을 구축할 수 있게 되면서 바야흐로 매체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의 대중화와 함께 인터넷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방송 내용에 있어서도 기존 매체와는 다르게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전문적 정보를 제공하여 질적 수준이 높다. 즉, 인터넷 방송은 인터넷상에서 구현되는 여러 매체의 성격 중 가장 고도화된 것으로서 문화적,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최상의 기반이다.

한국 외국어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최영 교수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헀다.
"과거에는 엄격히 분리되었던 정보를 전달하는 고유의 형식인 소리, 문자, 이미지, 동영상 등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하나의 시스템 하에서 동시에 제공되는 멀티미디어 기술은 인터넷방송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서 다양한 정보전달 방식의 융합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이러한 정보 전달 방식의 융합은 산업의 융합, 즉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가져오게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새로운 영역, 즉 멀티미디어 비즈니스를 탄생시켰다. 멀티미디어 기술은 관련 산업에 곧바로 영향을 미쳐 과거에는 엄격히 분리되었던 정보매체 및 기타 관련 산업간의 융합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신문, 방송, 통신, 컴퓨터 등의 산업들이 하나의 공통된 영역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모든 정보가 이른바 '비트'라는 디지털 기술의 최소 단위로 형성되기 때문에 그 표현 양식과 관계없이 다양한 산업이 융합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 현안

한국인터넷방송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97년에 처음으로 네티즌만을 위한 독립 인터넷방송국(인터넷전문방송국이라고도 함)이 7월에 생겨났고, 현재 80여개의 방송국이 활동할 정도로 급격히 발전해 왔다고 한다. 최근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인터넷방송국의 수는 미국에만 2000여개가 넘고, 일본은 600여개가 넘으며, 남미와 동유럽을 포함해 전세계에 약 4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인터넷방송협회(IWA, International Webcasting Association)이 활동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한국인터넷방송협회가 98년 10월에 결성되어 활동 중이다. 국내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연예,오락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국들로써 '아이캐스트', '러브 팡팡'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방송은 왜?

이러한 큰 양적인 성장이 있었지만 인터넷 방송은 아직 문제점들이 많다. 인터넷 방송은 처음에 소수 매니아를 대상으로 개인이 자신있는 분야에 뛰어든 경우가 많다. 독립 방송국의 경우, 디지털 장비의 구입 등 계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은 많은 반면 수입은 거의 배너 광고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적게 발생한다. 중앙 언론사의 인터넷방송 서비스는 모기업의 지원과 평일 초기화면 노출수가 제법 많기 때문에 그런 대로 유지가 되나, 독립방송의 경우는 사실상 인터넷광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경영상의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인터넷방송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지원을 받는 Nine4U(나인포유)는 1일 접속자수6,7000~70,000, ipopcorn Korea(아이팝콘 코리아)는 1일 접속자수 평균 10만 등이지만 개인독립방송국인 SMR의 경우는 1일 10~15정도의 접속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접속자수가 많은 인터넷 방송국의 경우 이미 심층화된 전문성이 떨어지고, 대중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존 언론 매체와의 차별성을 가지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

인터넷 방송국은 기존 방송 매체의 피상성을 탈피하고, 심층 보도로 매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내용을 확보해야 한다. 인터넷 방송역사가 짧은 탓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실질적 내용은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그나마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류에 상당히 집중되어 있는 형편이고, 기존 방송국들의 방송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방송을 위해 독자적으로 제작된 방송물의 수량은 매우 적다. 그 이유로는 인터넷 방송국당 인터넷 방송제작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기술인력이 부족하다고들 하지만 그런 인력의 부족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한국인터넷방송협회에 등록된 인터넷 방송국의 제작인원을  살펴보면 PD가 1~2명인 방송국이 대부분이다. 또한 방송작가가 있는 방송국은 전무하다. 내용의 다양성을 위한 아이디어 창출 논의가 부족한 것은 뻔한 이치이다. 빈약한 내용은 장비나 기술에 대한 투자에 비해 아이디어 창출 브레인을 위한 인건비를 아끼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방송만의 장르가 부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방송 매체들은 그만의 장르가 있다. 드라마나 뉴스, 시트콤, 버라이어티쇼 등이 그 장르의 예들이다. 이러한 장르가 존재함으로써 우리는 어떤 특정 프로그램을 볼 때 기대하는 것이 생기게 되고, 또한 프로그램의 내용이해를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기대감과 이해에 따라서, 그 매체를 이용했을 때의 만족감을 얻게 되고, 또 다시 그 만족감에 대한 기대로 매체를 다시 이용한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은 인터넷 방송만이 가지고 있는 장르가 없다. 물론 독특한 시도들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장르로써 굳어져, 네티즌들에게 기대감을 불러 일으킬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내용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도 네트워크 구축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방송은, 대개의 경우, LAN 시설이 구축된 기업체나 학교 등의 조직 안에서 접근하거나 일반 전화선을 통하여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LAN 역시 대용량의 정보를 소화한다거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즐기기에는 부족하다. 모뎀으로 접속할 경우 인터넷 방송국의 접근은 거의 불가능하다. 접속했을 때 속도가 느리면 전화, 전기요금 등이 많이 나가게 되고, 이는 이용자들이 인터넷 방송국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매체에 모든 사람들이 접근해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생성하는 진정한 매체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정보 네트워크의 구축은 필요하다.

이런 제작 상황만의 문제도 아니다. 제작하는 사람들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만큼의 책임이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방송국은 독자들의 요구에 바로 반응하는 탄력성을 가지기 위해서 자료의 업데이트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터넷 방송국들이 아이디어 부족이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업데이트를 게을리하거나 하루 아침에 방송국을 폐쇄해버리기도 한다. 인터넷 방송국의 최대 장점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웹상의 독자들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성실함을 보여야 한다.

'경영과 컴퓨터'의 기자 성연광씨는 "지금까지는 미디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접근하는 사람도 적고 기술적인 문제도 많았으나 2000년대에 ISDN(종합정보통신)이나 케이블 TV망을 통한 고속 인터넷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자연스러운 동영상이 구현될 경우 대안 매체로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방송과 통신 융합의 대표적인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방송은 방송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미래의 새로운 매체환경에 대한 기술 및 사회 문화적 함의를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인터넷방송을 통해 미래의 매체환경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은 정보사회 속에서 민주주의의 실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며, 인터넷방송은 바로 그러한 차원 속에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성은· 송혜원 기자<dewed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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