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북단에 40대 추정 남성 자살 기도자 발견! 빠른 출동 바람.”

지난달 20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의도 지구대 경찰관들의 무전기를 통해 한 남성이 마포 대교 북단 부근에서 투신했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찰관들의 발걸음은 빨라졌고 경찰차가 연이어 출동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강 119 수난구조대가 고속정으로 남성을 구조해 육지에 내려준 뒤였다. 투신한 남성은 물에 홀딱 젖어 넋이 나간 듯 보였지만 부상은 크지 않은 듯 했다. 그는 구조대원 3명의 부축을 받아 대기하고 있던 119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10분 안에 모든 상황은 종료됐다.

            △ 지난달 20일 오후 5시경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김 모 씨를 수난구조대가 구조중이다.

이날 뛰어내린 46세 김 모 씨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마포대교에 설치된 CCTV가 아니었다. 평소처럼 매시간 마포대교를 순찰하던 여의도 지구대 순찰 2팀 김재환 경위와 이은주 순경이었다. 순찰 중이던 두 사람은 마포대교 북단 부근에서 차량을 주차하고 한강으로 뛰어내리려던 김 씨를 발견했다. 무전을 통해 긴급히 수난구조대와 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24시간 현장을 살피는 CCTV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센서가 작동되지만, 김 경위의 눈이 더 빨랐다.

마포대교에선 하루에 적어도 한 번, 많게는 세 네 번의 투신자살 시도가 일어난다. 투신 건수도 2010년 193건에서 지난해 396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서울시는 자살 방지 대책으로 CCTV를 강력히 내세운다. 2012년 마포대교와 서강대교에 CCTV 영상감시 관제출동시스템이 도입돼 투신 시도자 구조율이 90% 이상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95억 원을 들여 2018년까지 6개 교량에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투신을 방지하고 구조하는 경찰관들은 CCTV만이 능사라는 생각을 경계한다.

한강 다리에서의 자살 예방에는 직접 순찰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순찰 도중 투신할 기미가 보이거나 다리에 매달려 있는 이들을 많이 마주친다. 자살을 아직 실천에 옮기지 않은 사람들을 발견해 오랜 시간 동안 설득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가족에 인계하는 것이 지구대 업무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엔 지구대 내에 ‘생명수호팀’ 전담반까지 편성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하지만 CCTV는 다리 위에서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까지 가려내진 못한다. 김 경위는 “다리에 매달린 채 구조되거나 투신 직전에 발견된 사람을 합치면 서울시가 공개한 투신 시도자 수 396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혼자서 마포대교에서 마주친 투신 시도자만 해도 작년 한 해 동안 160명이 넘는다.

CCTV는 사후 대처 시간을 앞당기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사전 예방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수난구조대 관제센터가 관리하는 CCTV의 시스템을 보면,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센서가 울리고 화면에 팝업이 뜬다. 그러면 수난구조대가 출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방금 교량에서 뛰어내린 사람이나, 뛰어내리기 직전의 사람을 포착할 뿐이다. 사후 신속한 수습에 유용한 도구인 셈이다. 김 경위는 “뛰어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할 것이 아니라, 생사의 기로에서 투신을 고민하는 이들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장 경찰관들은 24시간 교대 순찰 인력의 충원을 투신 예방의 최선책으로 꼽는다. 마포대교의 경우 현재 여의도 지구대와 한강 건너편에 있는 용강지구대가 한 시간에 2회씩 교대로 순찰을 돈다. 갈수록 투신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서 여의도지구대는 한강 교량의 순찰만 전담하는 인력을 별도로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경찰 인력만으로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경찰은 한강 다리의 시설 관리 담당자인 서울시도 순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형렬 여의도 지구대장은 “지자체 차원에서 교량 주변에 초소를 설치해 2인 1조의 전문 인력이 24시간 동안 교대로 순찰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순찰 공공근로자를 두고 있지만, 낮에만 근무하고 업무도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방점은 신속한 사후 대처에 찍혀 있다. 재난대응과 이준석씨는 “대응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CCTV의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다른 교량에도 추가로 설치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근로자 확충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느끼지만 인원을 늘리려고 해도 항상 지원자가 미달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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