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의 A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10층 건물에 객실 170 여개가 있다. 간판을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이 수건과 생필품을 투숙객에게 건네고 있었다. 여느 숙박업체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불법으로 숙박업을 운영하다 관할 구청에 적발돼 현재 고발당한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11번가, G마켓 등의 인터넷 판매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받아 운영 중이다.

유명 관광지인 동대문은 어떨까. 숙소를 구하려고 역 근처로 가보니 게스트하우스 홍보 전단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중국어로 표기된 전단지에는 홈페이지 주소, 전화번호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한 곳에 전화를 걸어 찾아가 보았는데 뜻밖에도 오피스텔이었다. 게스트하우스임을 나타내는 어떠한 입, 간판도 없었다. 오피스텔의 층별 안내판을 모두 확인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주변 부동산 사무실에 물어보니 “원칙적으로 숙박업을 할 수 없는 곳”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불법 숙박업체인 것이다.

서울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관광명소를 중심으로 불법 숙박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오피스텔, 고시원 등에서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어 그 규모와 피해상황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명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명동과 홍대 쪽은 이미 과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을지로, 동대문, 영등포에까지 불법 숙박업이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피스텔에서의 숙박업은 사례가 없을 정도로 어렵다. 우선, 건물 전체를 생활형 숙박업소로 용도변경 해야 하는데,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세입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등 조건과 절차도 까다롭다. 도시민박업도 불가능하다. 도시민박업 등록 대상은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가운데 집주인이 거주하는 곳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원룸 형태의 오피스텔은 주인과 투숙객이 한 방에 머무를 수 있도록 객실 내부를 불법 개조하지 않는 한 도시민박업 신고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불법 운영업자들은 객실 몇 개 혹은 건물전체를 부동산임대업으로 신고해 숙박업체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엄연한 건축법 및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이다.

문제는 이에 따른 피해가 투숙객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이다. 직장인 정진영(42) 씨는 서울 출장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다가 피해를 당했다. 출장이 취소돼 숙박비를 환불받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억울한 마음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했지만 정식 숙박업체가 아니므로 관할 구청에 신고한 후 복잡한 보상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그게 불법 업체임을 소비자가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 루루(LuLu) 씨는 숙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간판조차 없는 불법 게스트하우스였기 때문이다. 그는 “1시간을 헤맸다”며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숙소 찾기가 이렇게 힘들었다면 다른 곳을 선택했을 것”이라 했다.

위생이나 안전 피해 역시 심각하다. 관광진흥법과 공중위생관리법의 숙박업 관련 규정을 따르지 않고 안전점검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시설, 비상구, 대피로 등을 갖추지 않아 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다중이용업소 운영자 의무사항인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숙객들은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모 관광호텔협회 관계자는 “불법 숙박업체인 걸 모르고 이용했다가는 심각한 안전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고 했다.

불법 숙박업체는 오피스텔 세입자들에게도 골칫덩이다. 가장 큰 피해는 소음이다. 중구 B 오피스텔 세입자 최 모 씨는 “위층과 옆집의 불법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귀가하는 게 괴로울 정도다”라 했다. 실제로 자정 무렵 최 씨의 방이 있는 10층과 11층 복도의 소음을 측정하자 60~70dB이었다. 백화점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불법 숙박업체들은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어서 적발하기 어렵다”며 “인력과 예산의 한계 때문에 단속도 어렵다”고 밝혔다.

불법 숙박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확연히 다르다. 2008년부터 미국에서는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를 중심으로 불법, 변종 숙박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사이트는 개인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고도 숙박업을 할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정식 숙박업체와 일대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트를 통한 불법 숙박업에 찬, 반 여론이 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위까지 있을 정도다. 뉴욕 타임스는 1월 20일 뉴욕시청에서 에어비앤비 불법 여부에 대한 찬, 반 시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검찰의 대응은 단호하다. 이들은 에어비앤비를 강하게 비판하며 세금을 거두는 등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불법 숙박업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내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세종대 호텔관광대학 김홍범 교수는 “불법 숙박업체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나기 전에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서울시의 유명관광지인 동대문 일대 오피스텔에서는 불법 숙박업체가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

 

▲ 불법 게스트하우스 홍보전단지. 실내사진, 가격, 운영자 전화번호 등이 상세히 표기돼 있다.(왼쪽) 그러나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는 오피스텔에는 해당 건물에서 숙박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어떠한 표시도 찾을 수 없다.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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