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환경부와 13개의 커피전문점은 1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 텀블러와 같은 개인 컵을 소지한 고객에게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구미성(23)씨는 “탐앤탐스와 스타벅스 정도만 텀블러 할인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정국(24)씨는 “할인이 되는지 몰랐다”며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커피전문점들은 개인 컵 소지시 음료가격을 할인해준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그게 환경부와 맺은 약속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커피전문점의 매장을 방문해본 결과,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개인 컵 할인을 가장 눈에 띄게 홍보한 곳은 엔제리너스와 크리스피크림이었다. 엔제리너스는 홍보문구를 계산대 옆 베이커리 진열대 위쪽에 붙여놓았다. 성인의 눈높이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특히 ‘제조음료 300원 할인!’과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표시돼있었다. 크리스피크림은 계산테이블 위에 홍보문구를 붙여놓았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고 고개를 숙이면 눈에 띄는 위치였다. 홍보 문구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반면, 카페베네는 개인 컵 할인 문구를 계산대 뒤 벽면의 메뉴판 하단에 작은 글씨로 적어놓아서 발견하기 어려웠다. 스타벅스는 해당 문구를 벽면 가장 구석의 ‘나만의 맞춤 음료’ 안내판에 표시해뒀다. 그마저도 글자 크기가 옆에 있는 다른 글자의 절반 정도여서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계산대 옆에 할인 사실을 안내하긴 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커피전문점도 있다.
배스킨라빈스31은 주문금액이 표시되는 계산대의 엘시디(LCD)화면과 바로 그 옆에 세워둔 게시물 판에 개인 컵 할인을 표시해두었다. 엘시디 화면엔 전체 면적의 6분의 1정도 되는 공간에 할인 문구가 작게 적혀있었으며 게시물 판은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이디야커피는 계산대의 엘시디화면 밑에 개인 컵 할인 문구를 부착해뒀다. 그러나 엘시디 화면에 시선이 분산돼 발견하기 어려웠다. 엘시디 화면에서도 할인 문구가 나왔지만 여러 개의 이벤트 화면과 함께 순환하는 형태여서 문구를 제대로 보려면 타이밍이 맞아야 했다.
할리스는 할인 문구를 계산대 옆에 붙여뒀으나 허리를 구부려야 확인할 수 있었다. 할인 문구는 다른 안내 사항들과 함께 쓰여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할리스를 이용하던 대학생 김예인(24)씨는 “문구를 보지 못했다”며 “저렇게 쓰여 있으면 누가 알 수 있겠냐”고 했다.
매장에 할인 사실을 전혀 명시하지 않은 곳은 던킨도너츠, 자바씨티, 카페네스카페, 커피빈,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다. 본사에 문의해보니, 카페네스카페는 “홍보문구를 매장에 따로 적어두지는 않고 직원들이 구두로 전달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탐앤탐스 본사는 “가맹점에서는 점주 선택에 따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 매장의 홍보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파스쿠찌는 “계산대 엘시디 화면에 홍보 내용이 띄워져있기도 한데 다른 이벤트 내용이 번갈아가며 송출되고 있어서 못 볼 수도 있다”며 “직원들을 계속해서 교육하고 있고, 좀 더 홍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들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1회용품 줄이기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누린다. 그러나 그 이행 여부와 규모는 시민들에게 알려진 적이 없다. 커피전문점들이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커피전문점들의 협약 이행 여부를 민간단체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피전문점 중 한 곳은 협약 준수가 너무 저조해서 이미 퇴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