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안 하는 사람 찾는 게 더 빨라요.”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대학교 1학년생 김씨(20)의 말이다. 대학생들이 취업준비와 고시를 앞두고 비싼 인터넷 강의 수강료 부담 때문에 인터넷 강의 불법 공유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를 듣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그러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데 드는 돈은 학원에 가서 직접 듣는 비용 못지않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과 행정 고시생들이 찾는 웰비스 공무원 사이트의 평균 과목 당 인터넷 강의 수강비용은 30만원. 비싼 과목은 70만원에 이르기까지 한다. 행정고시 준비생들이 수강해야 할 과목은 최소 5과목이다. 과목당 하나의 강의만 듣는 것도 아니다. 행정고시 준비생 도모씨(22)는 “과목당 예비순환, GS1 순환, GS2 순환까지 여러 버전의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마무리를 위한 모의고사와 특강까지 들으면 20개 정도 듣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40만 원짜리 강의 5개만 들어도 비용은 200만원이 든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수강료를 나눠서 내고, 강의를 함께 듣는 인터넷 강의 불법 공유가 끊이지를 않고 있다.

                               웰비스 공무원 강의 사이트 목록

 ‘인강 같이 들으실 분 찾습니다.’

사이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시물의 제목이다. 네이버 최대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 인터넷 강의는 인기품목이다. 그만큼 인터넷 강의 불법 공유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행정고시 인터넷 강의뿐만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위한 '토익‘,’한국사능력 시험 대비 강의‘ 등 다양한 강의를 공유하자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강의 불법 공유는 대학 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에 소재한 대부분의 대학 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불법 공유는 너무나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고나라>
                 <이화이언 - 이화여대 커뮤니티>

 

                   <고파스 - 고대 커뮤니티>

학생들은 학원 측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인터넷 강의를 공유하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불법 공유 방식은 ‘ID 불법 공유’다. 이는 한 명이 동영상 강의를 사서 그 ID와 비밀번호를 여러 명이 공유해 듣는 방법이다. 이 경우 ID를 공유하는 사람 수만큼 수강료를 나눠서 부담한다. 학원 측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불법 공유를 막기 위해 동시 접속을 금지해놓았다. 하나의 ID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같은 시간에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없게 막아 놓은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시간을 나눠서 듣는 방식으로 학원의 감시망을 피한다. 오전 오후로 나누거나 혹은 월수금 / 화목 / 토일 이런 식으로 요일을 나누어 듣는 것이다. PMP, 스마트폰, PC 등 기기별로 나누어 듣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을 정확히 나눠 들으면 동시 접속으로 걸릴 위험이 없다. 즉, 동시 접속 방지만으로는 불법 공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인터넷 강의 업체인 메가MD는 학생들의 글을 비롯한 불법 ID 공유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중고나라나 여러 사이트를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동시 접속도 감시합니다. 동시 접속이 너무 잦거나, 혹은 수강 지역이 계속 바뀌는 경우 경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 다음에도 시정하지 않으면 ID를 정지시키죠.” 두 학원의 저작권 담당자들은 말했다. 대성마이맥 저작권 센터는 “실제로 법적 소송으로 까지 이어진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몇 건 진행 중이고요.”라고 답했다. 한 대형 행시 학원 측 역시 “법적 소송으로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벌금을 내는 걸로 합의를 보죠. 벌금의 액수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과 공유했느냐에 따라 벌금을 매깁니다.” 라고 말했다. 즉, 불법 인터넷 강의를 공유하다 적발될 경우 학생들은 수강비 전액을 물어내는 것은 기본에 공유한 사람들이 본래 냈어야 하는 수강료도 벌금으로 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끝없이 쫓고 쫓기는 레이스.

학원들은 이밖에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학생들의 인터넷 불법 공유를 막으려 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강의 프로그램에 ‘2배수’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다. 불법 강의 공유를 막기 위해서 애초에 1시간 강의면 2배, 딱 2시간 밖에 듣지 못하도록 제한해 놓은 시스템이다 .심지어 1.6배로 제한한 강의도 있다. 인터넷 강의의 장점 중 하나인 반복해서 듣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진 것이다.

이렇듯 학원 측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강생들이 불법 강의 공유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학원 측에 대응해 학생들도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내고 있다. 최근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프로젝터를 이용해 인터넷 강의를 대형화면으로 다수의 학생들과 함께 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ID 불법 공유 모니터링에 걸릴 위험이 없다. 또한, 학원의 새로운 ‘2배수’ 시스템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독서실에서 이런 수강생들의 수요에 따라 프로젝터를 구비하고 있다. 물론 학원측도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이런 수강생들의 불법에 대응해 학원 측은 프로젝터에서 동영상이 작동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고 했다.

가장 최신의 방법은 ‘둠강 CD’다. 이는 ‘어둠의 강의’를 줄여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현장강의를 동영상으로 찍거나 인터넷 강의를 불법 복사한 파일을 CD로 구워서 팔거나 돌려 보는 방법이다.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다.

돈을 아끼기 위해 불법임을 알면서도 인터넷 강의 불법 공유를 시작한 학생들. 그러나 불법은 또 다른 불법을 불러왔다. “공유 해 드릴게요. 제 계좌에 돈 입금해주세요. 돈 입금 확인 되면 아이디랑 비밀번호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믿고 학생들은 돈을 입금한 뒤 ID공유를 기다린다. 그러나 입금을 받은 뒤 비밀번호를 바꿔버리고 전화를 받지 않는 방식의 사기. ID를 공유하면서 수십 명에게 먼저 돈을 받고 걸리면 ‘나 몰라라’ 잠적해버리는 등의 각종 강의 불법 공유 사기에 대한 푸념과 항의 글들이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 게시되어 있었다.

불법인 만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익명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범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다. 피해자들의 인터넷 강의 불법 공유 시도 자체가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일인 만큼 피해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가해자들이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아끼려고 시작한 학생들의 인터넷 강의 불법 공유는 이렇게 오히려 학생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은 이런 위험에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이다. 그저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부분 수강생들의 인터넷상 반응이었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또 자칫하면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생들은 계속해서 불법으로 강의를 공유 할 수밖에 없다고 대학교 2학년 김 모씨(20)는 말했다. “절대로 불법 공유 강의 안하면 그 돈 감당 못해요. 죄책감이 들지만 어쩔 수 없어요.” 아무리 사기를 당해도, 금전적 피해를 입어도 학생들이 불법 강의 공유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단 대답이었다. 학원 측은 끝없이 쫓고 학생 측은 끝없이 도망가는 양상. 설상가상으로 학생들은 강의 불법 공유 사기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논-제로섬 게임

학원이 아무리 학생들의 불법 공유를 막아보려 해도 학생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이는 학생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터넷 강의 불법 공유는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싼 수강료라는 현실적인 문제다.

현재 인터넷 강의 업체와 수강생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다. 상대의 손실이 곧 나의 이익인 게임이다. 그래서 학원과 학생은 끝없이 쫓고 쫓기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강의에 ‘공동구매’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인터넷 강의 사이트 해커스 패스 닷컴은 지난해 말부터 ‘AFPK, CFP' 공동구매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2~3인이 강의를 같이 구매할 시 50% 이상 할인해주는 이벤트였다.

공동강의구매는 논-제로섬이라는 새로운 규칙의 게임이다. 논-제로섬 게임에서는 게임의 결과가 0이 아니다. 서로 협력해서 0 이상의 값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논-제로섬 게임에서는 제로섬 게임과 달리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주요 전략이 된다. 공동 강의 구매는 강의공유를 합법적으로 학원 홍보에 이용한 경우다. 학생들은 수강료를 아낄 수 있고, 학원은 홍보비를 아낄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논-제로섬 게임의 좋은 예이다.

                                  <해커스 강의 공동구매 안내문>

물론 강의 불법 공유보다는 학생이 부담해야 할 수강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학원 측에서도 어느 정도 수강료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서로간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다 논-제로섬 게임에선 제로섬 게임의 경쟁으로 인한 불필요한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생들의 위험 부담, 학원의 모니터링 부담 비용. 서로 이런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 게임이 아닌 윈-윈 게임을 하기 위한 새로운 관계의 규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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