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한 세대가 아파트 승강기를 이용해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상원 씨(57)는 최근 이사를 하다 불쾌한 일을 겪었다. 승강기로 이삿짐을 옮기면 승강기 사용료로 10만 원을 내라는 말을 아파트 관리소로부터 들었다. 아무리 입주자 대표회의 결정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승강기를 전세 내다시피 붙잡고 다른 주민들을 못 쓰게 하는 것도 아니고, 이사할 때는 누구나 승강기를 쓸 수밖에 없는데, 10만원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씨는 “전에 살던 곳에서는 6만원을 냈었는데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이용해 이삿짐을 나를 때 내는 사용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관행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요금이 아파트 단지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최근 서울시에 있는 아파트 단지 17곳을 대상으로 승강기 이사 사용료의 부과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표1> 참조)

 대체로 지역별 수준차가 컸다. 강남구의 대치아이파크는 20만 원을 내야 했다. 강서구 마곡동의 한솔 솔파크는 10만 원,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삼성래미안은 7만 원이었다.

 하지만 같은 동네라고 해서 사용료가 비슷한 것도 아니었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 레이크팰리스는 15만 원을 받는 반면, 근처에 있는 주공 5단지는 5만 원을 받았다.

 기준도 종잡을 수 없었다. 용산구 한강로의 메가트리움은 5만 원에서 7만 원 사이였는데, 면적이 큰 집은 짐이 많다는 이유에서 많이 내야 했다. 노원구의 하계2차 현대아파트는 이삿짐 옮길 때 뿐 아니라, 10일 이상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는 기본 10만원에 추가로 5만원을 더 받았다. 대치아이파크는 인테리어 공사일 하루당 1만 원씩을 더 부과했다. 반면 서초구 방배동의 롯데캐슬 아르떼는 사용료를 아예 받지 않았다.

<표1>

아파트 주소

승강기 사용료

아파트 주소

승강기 사용료

용산구 한강로

한강로 메가트리움

5~7만원

송파구 잠실동

잠실 레이크팰리스

15만원(6층 이상)

강북구 수유동

래미안 수유

10만원

송파구 잠실동

잠실 주공 5단지

5만원

노원구 하계동

하계 2차 현대

10만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6만원

서대문구 남가좌동

남가좌 삼성래미안

7만원

서초구 봉천동

벽산 블루밍

10만원

성북구 석관동

석관 두산

평균 11만 5천원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아르떼

0원

강서구 마곡동

마곡 한솔솔파크

5만원

강남구 상일동

고덕 리엔파크 3단지

10만원

양천구 목동

목동 롯데캐슬 위너

11만원(1)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 자이

10만원

잠원동 신반포

신반포 한신2차

승강기 사용불가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20만원

강북구 미아동

벽산라이브 파크

동별과 사다리차 이용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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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3일 기준. 괄호 안 숫자는 승강기 이용 시 설치하는 스티로폼과 스펀지 등 보양재 설치비용)

 승강기 사용료가 천차만별인 이유는 요금 부과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사용료를 결정하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재작년에 언론 보도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전국 아파트 810개 단지를 대상으로 사용료 실태를 조사했다”며 “평균 부과금액을 6만원 수준으로 결정해 해당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 [2013. 10. 25 국토교통부 정책브리핑 보도자료]

그러나 이런 기준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강서구 염창동 신동아아파트 부녀회장인 김미라(52)씨는 “그런 기준이 있는 줄 알았다면 동 대표 회의 때 조금 더 수월하게 사용료를 정했을 것”이라며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국토부의 지침을 받아서 조치했어야 할 서울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공동주택상담실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아파트 승강기 사용료와 관련한 어떠한 공문도 받은 적이 없다”며 “사용료는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라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른 자치단체에 확인해 봤다. 그러나 경기도청 관계자는 “국토부의 협조 요청을 반영해 지난해 3월 일선 시․군에 공문을 내려 보냈다”며 서울시 담당자와 다르게 말했다.

 승강기 사용료의 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승강기 사용료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에 근거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사용료가 관리비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전(前) 입주자대표회장의 비리가 언론에 보도됐던 경기도 군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양임(61)씨는 “회계를 부정하게 처리해 돈을 떼어 먹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참여연대 장동엽 선임감사는 “승강기 사용료뿐 아니라 아파트 관리비 전반에 대해 회계감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조사를 통해 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법적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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