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마리몬드 http://www.marymond.com/)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가 685-271. 오래된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하얀색 건물이 눈에 띈다. 큼지막한 유리창문 안으로 각자의 일에 열중하느라 바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일하던 직원이 “대표님”이라고 부르자 사무실 안쪽에서 니트에 셔츠를 받쳐입은 단정한 모습의 남자가 나온다. Marymond(마리몬드) 윤홍조 대표(30)다.

수지 폰 케이스 인기…..예상치 못해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원예 심리 치료 과정에서 만든 미술 작품을 바탕으로 디자인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브랜드이다. 마리몬드가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지난달이다. 가수 수지가 공항에 입국할 때 들고 있었던 꽃무늬 스마트폰 케이스(마리몬드 제품)가 일명 ‘수지폰케이스’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해당 꽃무늬 디자인은 고(故)심달연 할머니의 압화(꽃을 눌러 만든) 작품 ‘병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주문이 늘어났다. 곧이어 해당 폰 케이스는 품절됐고, 현재는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 윤대표는 해당 제품의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자몽색이 인기가 많았고요. 보라색은 다들 팔까 말까 고민하던 상품이어서. (보라색이)재고가 제일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인기를 얻어서 급하게 많이 만들었죠.”

(◀사진출처: 마리몬드 http://www.marymond.com/)

마리몬드를 만들다

2012년에 만들어진 마리몬드에는 현재 직원 10명이 일하고 있다. 2년 누적 매출액은 7억이다. 특이한 점은 매출액 중 1억 이상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대표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윤대표는 제대를 하고 난 후 Enactus(인액터스)동아리에 들어가게 됐다. 다른 경영전략 학회들과는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제가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재능을 통해서 남과 함께할 수 있고, 다시내가 성장할 수 있겠다는 그게 너무 멋있었어요.” 동아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고 있던 NGO의 재정수준을 높여주는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됐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윤홍조 대표는 혼란을 느끼게 됐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는 역사관에 가보니 그 동안 자신이 몰랐던 사실에, 쉼터에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범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혼란스러움은 죄송함의 감정으로 이어졌다. “저 혼자 편하려고 했던 것들, 저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시작한 것조차도 부끄러웠고, 지금까지 연민의 대상으로만 (그분들을) 바라봤던 것도 되게 죄송했어요.” 학교를 마쳤을 때 자신이 생각했던 갈증이 다 풀리지 않았고, 이는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복합적인 감정들이 얽혀서 강해지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꽃 할머니” 휴먼 브랜딩 프로젝트, 어플리케이션 제작에 집중

마리몬드는 다양한 패션잡화(가방, 팔찌 겸 헤어밴드)와 디자인상품(페이퍼라인, 텀블러 등)을 판매 중이다. 현재 상품 제작 디자인으로 쓰이는 그림들은 고(故)김순악, 고(故)심달연 할머니의 유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작품은 패턴 재배열이나 색 반전을 줘서 디자인으로 쓰이게 된다. “거의 안 건드리는 것도 있어요. 작품이 워낙 예뻐서”.

올해부터는 기존의 유작들을 디자인화하는 방식에서 “꽃 할머니” 휴먼 브랜딩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명 한명 마다 꽃을 부여해드리고 디자이너의 디자인 작업을 거쳐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S/S, F/W처럼 한 시즌마다 할머니 한 분씩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꽃 할머니 휴먼 브랜딩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게 된 이유는 더 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유작으로만 진행할 경우, 두 할머니의 이야기만 계속 전달이 돼서 안타깝더라고요. 살아계신 분들도 그렇고 돌아가신 분들도 그렇고 모두 사람들이 존경할 수 있는 이야기로 소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출처: 마리몬드 http://www.marymond.com/)

어플리케이션 제작도 진행 중이다. 패턴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배경을 다운 받을 수 있고, 메시지 카드를 꾸며서 주위 지인들에게 보낼 수도 있다. 지인들에게 카톡 등 메시지를 보내게 되면 링크 하나가 따라가게 된다. 그 링크를 클릭하면 그 카드 배경에 숨겨져 있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재생된다. 상품관련 업무가 많아서 어플리케이션 업무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지 못하지만 점점 옮겨올 생각이다.

못다 핀 꽃에 나비가 날아 앉다

‘Marymond’ 라는 이름은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라틴어로 나비를 뜻하는 ‘마리포사’에서 ‘마리’를, 아몬드에서 ‘몬드’를 따왔다. 아몬드는 고흐의 그림<꽃피는 아몬드 나무, Almond Blossom>에서 의미를 가져왔다. 고흐의 조카가 탄생했을 때 그린 그림으로서 생명, 부활, 희망을 상징한다고 한다. 윤대표는 Marymond가 가진 의미에 대해 덧붙여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부분 못다 핀 꽃이라고 하거든요. 근데 그렇게만 남아있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름 자체에 부여를 한 것은 못다 핀 꽃에 나비가 날아 앉았을 때 그 꽃이 다시 만개할 수 있다는 거예요. 또, 그 꽃도 또 다른 나비가 되어서 다른 꽃을 향해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이러한 의미는 마리몬드 로고에도 반영됐다. 로고를 봤을 때 날개만 보면 나비고, 다 합쳐서 보면 꽃이 된다.

존귀함의 회복을 전하는 Marymond…..대상확장 추진

‘I marymond you’ 마리몬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글귀를 보게 된다. 이 글귀 아래에는 ‘마리몬드는 디자인상품과 컨텐츠를 통해 존귀함의 회복을 전합니다.’라는 글이 써져 있다. 윤홍조 대표가 생각하는 존귀함의 회복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지금 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고요. 저희의 첫 번째 동반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원래 존엄할 수 있지만 기회의 상실, 잘못된 사고방식이나 시각들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들도 소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윤대표는 제품을 사는 사람에게 ‘누구를 돕는다’는 것이 아닌 ‘나도 소중하고 이 사람도 소중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소중해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이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존귀함의 회복을 위해 대상을 확장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콩고와 베트남에 계시는 분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해주고 거기서 나오는 컨텐츠와 상품을 통해 그분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엄마 밥을 제대로 얻어 먹어본 적이 없는 아이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해주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런 예술작품들을 플랫폼으로 모으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출처: 마리몬드 http://www.marymond.com/)

여러 목소리를 한 목소리로 모으다

윤대표는 사람들이 마리몬드를 통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들에게 큰 금전적 도움이 필요하진 않거든요. 공감, 존경, 지지가 필요한 거지” 윤대표는 ‘오랫동안 잊지 않고 존경할 수 있는 것’,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리몬드 상품을 통해서 할머니들을 존경한다는 키워드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지만, 아직은 미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해외 어플을 시작할 때도 링크에 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나, 그런 것을 지지할 수 있는 서명 페이지를 통해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를 키우고 싶어요.”

누군가의 존귀함 회복을 위한 ‘재조명’을 통해 몰랐던 것을 알게 하거나, 다른 면을 비추어 다른 관점을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공감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다리가 ‘Marymond’의 역할이라는 윤홍조 대표. 담담하지만 힘있게 말하는 목소리에서 못다 핀 꽃을 피우고자 하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느껴졌다. ‘I marymon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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