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가 먹고 싶다던 개불이 어떤 거예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시에시에(26·여) 씨가 점원에게 물었다.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는 조선족 점원이 개불을 가리키자, 그녀와 4명의 친구들은 ‘모양이 이상하다’며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저기서 중국말이 오고가는 이곳은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이다. 
 


 

 

 

 

 

 

 

▲(좌)하루 평균 500명의 유커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고 있다/ ▲(우) 한 조선족 점원이 중국어를 사용하여 유커들에게 대게를 팔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지난해 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현지 TV 채널들이 ‘별그대’를 방영하고,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수산시장이 등장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유커가 노량진을 찾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기획총무부 차경진 대리는 “하루에 500명, 한 달에 1만명 정도의 유커가 수산시장을 방문한다”며 “특히 ‘별그대’ 방영 이후 유커가 20~30%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산시장 입구에 위치한 낙원상회의 상인 김두성 씨는 “평일에는 90%, 주말에는 6~70% 손님이 중국인이다. 한국 손님보다 중국인 손님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많은 점포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조선족을 점원으로 채용하거나, 간판을 중국어로 다는 등 유커를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한 식당이 유커를 위해 설치해 놓은 중국어 간판.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은 예상치 못했던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커에게 수산시장은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비자평가 사이트인 ‘디엔핑(点评, www.dainping.com)’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을 검색하면 5점 만점의 별점 중 1점이나 2점의 글들이 눈에 띈다. 중국 네티즌들은 ‘사기를 당했다. 한국어를 못한다면 노량진수산시장은 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이디 ‘wensulu’의 네티즌은 노량진 수산시장에 별점 1점을 주며, “중국인 손님에 대한 (상인들의) 태도가 굉장히 불친절했다”고 적었다. 그는 “메뉴판에 한국어만 쓰여 있어서 우리는 계산하기 직전까지도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디 ‘시엔딴주주(咸蛋猪猪)’는 “10만원어치 해산물을 사서 들어간 식당에서 조리비만 8만1000원이 나왔다. 옆 테이블에 앉은 한국 아저씨께서 계산서를 보고 바가지를 썼다고 알려주셔서 그제야 뭔가 잘못 되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자신이 노량진에서 겪었던 일을 소개했다. 아이디 ‘uniquooooo’도 “(수산시장에서) 대게를 사서 식당에 갔는데 조리해서 나온 음식은 이전에 벌써 죽어있던 게로 우리가 샀던 게가 아니었다. 게다가 먹다보니 긴 기생충까지 나왔다. 정말 징그러웠다”고 적었다. 
 

또 다른 소비자평가 사이트인 ‘베이바오커잔(背包客棧, www.backpackers.com.tw)‘에서 아이디 ‘evf’는 “수산시장에 중국인이나 조선족 상인이 많은데, 중국어를 구사하며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오히려 우리를 안심시키고 바가지를 씌울 수 있다. 중국어를 하는 상인들을 더욱 조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  중국의 소비자평가 사이트인 디엔핑(点评, www.dianping.com)에 게재된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평가 글. 아이디 ‘momo_nimo’는 “냄새가 굉장히 심했고, 한국어를 이해 못하면 사기 당하기가 쉬웠다”고 적었다. 아이디 ‘시엔딴주주(咸蛋猪猪)’는 “10만원어치 해산물을 사서 들어간 식당에서 조리비만 8만1000원이 나왔다”며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직접 만난 유커들의 반응도 온라인 사이트에 적힌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막 마치고 나온 이팅(25·남) 씨와 친구들에게 식당의 서비스에 대해 묻자 그들은 “대게를 사와서 쪄달라고 했는데, 음식이 30분 지나서 다 식은 채로 나왔다”며 “식당 종업원을 불러도 오지 않아 음료수 하나를 시키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 두 명의 손님은 아예 안 받는 식당도 있었다. 친구 한 명과 함께 톈진에서 온 진메이링(22·여) 씨는 “대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리만 많이 차지하는) 2명이 왔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안 받아준다. 지금 다섯 번째 식당을 찾아가는 중인데 시장에서 산 회를 오늘 먹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위생 문제 역시 중국인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돈을 받은 손으로 회를 손질하거나, 바닥에 내팽겨져 있던 생선을 그대로 수조에 담그는 모습을 수산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시장 바닥은 걷는 내내 웅덩이를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할 정도로 물투성이였다. 또한 몇몇 상인들은 자신이 파는 해산물 옆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상하이에서 온 타오리넝(33·여) 씨는 “해산물들이 굉장히 신선해보이고 가격도 저렴하다.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위생관리가 철저하게 되는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친구 소개로 방문하긴 했는데 아이들이 음식을 먹고 나서 배탈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손님들을 끌어오기 위한 상인들의 호객 행위도 문제였다. 중국 하얼빈에서 온 소옌(23) 씨는 “좁은 길에서 상인들이 계속 말을 걸고 자신의 가게로 끌고 가려해서 부담스러웠다”며 “해산물을 구입할 때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쁘다고 빨리 결정하라고 하는 등 불친절한 태도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기획총무부 차경진 대리는 “8월에 현대화된 새 시설로 이사한다. 위생과 호객 문제는 시설 이전과 함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이트 디엔핑(点评, www.dianping.com)에서 아이디 ‘Coarline차이차이(菜菜)’는 “내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참 친절했다. 단지 이 곳 수산시장에서 만난 한국인들만 제외하고 말이다”고 적었다. 몰려오는 유커를 단골로 만들기 위한 노량진 수산시장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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