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텃세를 당해보지 않은 기자는 몰라요. 언제는 너무 화가 나서 단체로 (기자단과 정부부처를)고소할 뻔했다니까요.” TV조선 시청 담당 기자였던 A씨가 말했다. 그는 지난 1월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가 퇴사를 결심하는데 TV조선을 기자단에 끼워주지 않는 시청 출입처 관행도 한몫했다. TV조선이 출범한지 만 3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TV조선은 핵심 취재라인인 서울시청기자단과 서울시경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청기자단과과 서울시경기자단은 언론사 사회부와 정책부의 핵심 취재라인으로 꼽힌다. “시경은 언론사들이 자존심 세우는 데예요. 시경(기자단) 가입 여부로 제대로 된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를 나누는 것 같아요.” 국민일보 기자 전수민 씨(27)가 말했다. 그는 3년째 경찰서를 담당한다. 종합편성채널 네 개 채널 가운데 TV조선만이 서울시청과 서울시경 두 군데 모두를 출입하지 못한다. 서울시청 기자단에 종편은 MBN이 유일하다. 한편 시경기자단에는 채널A, MBN, JTBC가 속해 있다. JTBC는 천신만고 끝에 지난 12월에 시경기자단에 합류했다.

  TV조선은 출범하고 3년 3개월 동안 계속해서 시경과 서울시청 기자단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기존의 기자단은 다섯 차례나 TV조선의 기자단 가입을 반대했다. 가장 최근에 했던 TV조선의 시경 가입 찬반 투표는 작년 7월 7일에 열렸다. 당시 27개였던 시경 출입 매체(연합뉴스, MBC, KBS, SBS, YTN, CBS, MBN, OBS, 뉴스1, 채널A,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뉴시스, 동아일보, 민중의소리, 문화일보, 머니투데이, 매일경제,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신문, 헤럴드경제, 한국경제) 가운데 22개사가 TV조선 기자단 가입 찬반 투표에 참여했다. 기자단에 새로운 매체가 합류하기 위해서는 전체 투표사 가운데 3분의 2가 ‘허락’해야 한다. 찬성은 10표에 불과했다.

  기자단에 소속되지 못한 기자는 보도자료도 제때 받지 못하고 각 부처 장관들과의 만찬과 간담회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기자단 기자들이 정부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할 때, 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기자들은 보도자료를 구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사안에 대한 추가적인 취재를 할 수 없거나 기사 작성에 공을 들일 수 없다.

  “저희는 보도자료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요. 기자단에 들어가 있는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서 자료를 달라고 부탁하거나 형사과장을 따로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물어봐야 해요.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힘들죠. 다른 기자들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자료가 담긴 메일을 받는데요. 기자단 기자들끼리 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창에서도 정보가 많이 공유된다고 들었어요.” TV조선 3년차 기자 B씨가 전했다. 그는 입사 후 9개월 동안 사회부에서 경찰서를 담당했다. “기사 작성하기도 바쁜데 저희는 아침 8시30분쯤 경찰들이 출근할 무렵에 (경찰서를)일일이 찾아가서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는 없었는지, ‘피해자료 스케치(기사거리가 될 만한 사건 자료)’는 없는지 확인해야 해요. 보도될만한 자료가 발표된 날 아침에 경찰이 자리를 비우면 그날은 그냥 물먹고 (윗선에게)혼나는 거예요.”

  이뿐이 아니다.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기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저희(TV조선 기자들)들은 경찰서 취재를 나가도 앉아있을 곳도 없어요. 다른 데 기자들이 기자실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할 때, 저희는 주차장에 세워 둔 선배 차에 앉아서 대기하거나 경찰서 로비에서 일을 해야 해요.” B씨가 전했다.

  정부부처, 검‧경 출입 기자들은 기자단에 신규 매체를 새로 받을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회사가 신입기자를 ‘제대로’ 교육시키는지 여부가 검증 가능한 판단 기준의 전부예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자단 기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새로운 매체의)가입 여부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한겨레신문 3년차 기자 박수지 씨(27)가 말했다. 그는 2년째 중앙정부청사 복지부에 출입한다.

  기자단에 들어가고 싶은 매체는 기자단 기자에게 잘 보여야 한다. 그러다보니 출입처를 뚫는데 중견기자들의 인맥이 주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책부 안석호 차장님이 (국방부 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국방부 기자단한테 술도 많이 사주고, 명절에 곶감 같은 먹을 것도 주고 친분 쌓는데 애쓰셨다고 알고 있어요.” TV조선 기자 B씨가 전했다. TV조선은 2013년 말에 국방부 기자단에 가입했다.

  전수민 씨는 기자단 기자들이 TV조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종편 가운데 TV조선만 시경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거다.

  “사실 TV조선, JTBC 모두 기자단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췄긴 해요. JTBC는 2012년에 기자단에 한 번 크게 밉보여서 못 들어왔었어요. JTBC 기자가 경찰서에 그냥 들이닥쳤거든요. 기자단이랑 JTBC 기자들이랑 싸움도 나고 그랬었죠. 그런데 그 후로 싹싹하게 잘해서 몇 개월 전에 들어오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TV조선은 다들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예전에 TV조선이 단독보도 아닌데 단독이라고 보도한 적도 있고, 오보 내고 정정하지 않은 적도 있어서예요. 모두 TV조선이 출입하는 다른 출입처에서 생긴 일이에요.”

  TV조선 퇴사자 A씨는 정부부처 출입을 해도 될 만한 매체를 단지 ‘싫다’는 이유로 기자단에 들이지 않는 출입기자단의 관행을 비판했다. “보도자료를 제 때 받지 못해서 물먹은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아요. 다른 회사 선후배한테 매번 자료를 동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간혹 직접 공무원을 찾아가도 자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저희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어요.”

  연합뉴스 2년차 기자 C씨는 기자단 관행이 고질적인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기자 몇 명이서 정보를 통제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그런 악습 때문에 기자단을 없애려고 했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정도예요.”

  그러나 주요 기자단에 가입된 매체에 속한 기자들은 출입처관행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언론사 각각을 압박하긴 쉬워요. 민중의소리같은 작은 매체, (정부가)찍어 누르면 그만이에요. 그런데 언론사 여럿이 뭉치면 응집력이 생겨요. 시경 정보를 보도했다고 정부가 민중의매체를 압박하면 우리 기자단 차원에서 정부에 대응할 수 있죠." 전수민 기자가 말했다.

  TV조선 퇴사자 A씨는 출입처제도의 의미는 인정하면서도 기자단 가입 여부를 기자단이 재량껏 정하는 관행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기자단이 있는 이유는 알겠는데,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가입이 결정되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신입기자연수를 제대로 하면서, 기자 수가 일정 수 이상이고, 매체 영향력이 있는 언론사라면 (정부부처를)출입할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는 스스로를 출입처제도의 “산 피해자”라고 일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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