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새 학기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조민형(17) 군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로봇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 조 군은 일반 상업고나 공업고등학교와 달리 로봇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우는 서울로봇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마이스터고 진학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이 없냐고 묻자 조 군은 “어린나이에 취업이 되기 때문에 취업유지나 다른 걱정은 그다지 없다”고 답했다. 조 군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군복무 역시 좋은 회사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조 군처럼 마이스터고에 지원하는 많은 학생들은 안정된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조 군과 같은 지원자를 모집해 기존의 직업교육을 취업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특성화고(구 전문계고)에서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일련의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형 마이스터고’가 그 선두에 있었다. 이후 “90% 이상의 취업률”은 마이스터고의 안정적인 정착을 입증하는 듯했다. 고졸자의 ‘선취업 후진학’체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주의의 폐해를 완화하고 능력 중심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도입한 슬로건이다. 마이스터고는 매년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만족할만한 취업률로 이 슬로건을 지탱해오고 있지만 정권의 교체, 산업시장의 불황,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신 고졸신화’의 끊임없는 불안요소이다.

취업률에 가려진 ‘생애 첫 직장’ 에서의 고된 버티기...

특성화고 2012년 2월 졸업자 취업유지 현황

학교 수

졸업자

 

2013년 1월 기준

2013년 8월 기준

1월

대비

취업률 현황

(=B-A)

1월 취업자 중 이직자 현황

취업 유지

취업자

취업률

(A)

취업자

취업률

(B)

퇴직

이직

이직률

취업

유지자

비율

마이스터고

21개교

3,372

3,191

94.6

2,873

85.2

-9.4

393

184

18.1

2,614

81.9

특성화고

26개교

6,041

3,154

52.2

2,013

33.3

-18.9

1,297

206

47.7

1,651

52.3

마이스터고의 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취업률에 가려져 있는 수치가 있다. 바로 ‘취업유지율’이다. 지난 2013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은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생 취업유지 현황‘에 따르면 전국 21개 마이스터고 졸업생 3,372명 중 졸업당시 94.6%가 취업했으나, 8월에는 취업률이 9.4% 하락했다(2012년 기준). 졸업 당시와 같은 직장을 다니는 취업유지자는 81.9%,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긴 경우는 18.1%였다. 이처럼 취업률과 취업유지율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취업률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마이스터고는 성과에 따라 5년마다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취업률이 성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취업전담교사들의 취업률 압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울산에너지고등학교의 조일제 교사(취업담당)는 “상당한 스트레스죠. 항상 전년도보다 나은 취업률을 목표로 설정해야 하고 학생들의 기대수준에 맞는 취업처 개발도 쉽지 않죠”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거제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해 현재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재직 중인 송재훈(21)씨는 마이스터고의 성과는 취업률로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마이스터고등학교가 취업률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학교이다보니 100% 기준에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인원은 20% 내외에 불과하고 나머진 모두 중, 소기업에 현장실습을 나가서 취업을 하거나 서류전형도 보지 않고 입사가 가능한 그런 회사에 취업을 하는 경우다.” 또한 “몇 개월만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 기업에 입사를 해 회사와 학교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전공, 적성, 직무, 장래성 등의 불일치로 취업에 실패할 수도 있고 이직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대부분의 마이스터고등학교는 취업 담당교사와 상담을 통한 재취업을 지속적으로 알선하고 있다. 수원하이텍고등학교의 민지현 취업지원관은 “졸업자의 취업 현황 모니터링을 분기별로 체크하고 있고, 근무 시 애로사항을 학교 차원에서 회사쪽에 건의 또는 다른 기업으로 취업 알선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 7개월 만에 인생의 첫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을 하는 것은 결국 마이스터고형 취업 신화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취업률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취업률과 취업유지율의 차이는 “90% 이상의 취업률”을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들고 있다.

매년 바뀌는 예산지원과 일자리 폭


마이스터고등학교의 안정화에 전문가들은 ‘지속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혁신적인 정책인 만큼 그에 따른 지원과 관심이 계속되어야만 마이스터고의 목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 추진의 주체인 정부가 바뀌면서 마이스터고 지원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정책의 주관심사에 따라 지원의 규모가 달라진다는 것. 민지현 취업지원관은 “매년 예산지원에서 불확실성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며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취업률, 취업처의 질을 보고 우리 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예산을 원활하게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미림여자고등학교의 이재민 교사 역시 “지원은 줄고, 산업수요 맞춤형이 약해져 특성화고와 같은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예산 지원의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이러한 예산 부족 문제로 작년 10월 초 서울도시과학고등학교는 마이스터고 전환이 연기된 바 있다.

한편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일자리 폭도 줄었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고졸채용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비 2013년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비중은 0.4%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학교와 전환을 원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주관심사에 따라 예산 지원이나 일자리 확보가 일정하지 않아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졸자에 대한 기업의 고용이 정부의 관심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 산악협력취업부장 김봉영씨는 “근래에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다보니 관련 전자, 기계 산업들이 많이 축소가 돼 고용문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의 일관성을 위해서 산업의 수요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생들과 정부 그리고 기업 모두 새로운 취업교육과 취업에 대한 기대로 만들어진 정책인 만큼 정부의 관심이나 산업 수요의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개선할 점은 고쳐나가자


“저희 고등학교는 중공업 계열에 특성화 된 고등학교입니다. 만약 중공업 계열의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더 없이 좋은 교과과정이지만 저와 같은 경우처럼 사무적인 업무를 고등학교에서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친구들은 학교에서 배운 교과 과정들이 현업에 도움은 전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난방공사에 재직 중인 송 씨는 산학연계를 위해 존재해야 할 마이스터고가 제 기능을 못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성화 고등학교라고 해서 한 우물만 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민지현 취업지원관에 따르면 기업에서 마이스터고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기업 또는 공기업의 경우 1, 2학년 중 내신 성적 30~50% 이내에 있는 학생들에게 지원 자격을 준다. 이후 3년 내내 내신 성적 30~50%를 유지해야 3학년 졸업 후 입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를 운영한다. “취업이 확정되면 회사에 필요한 자격증, 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능력 등 직장에 필요한 것을 요구하지 않고 무조건 내신 유지만 요구하는 상태이다”라며 기업들이 내신 성적이 아닌 직장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 등을 요구하는 것이 학생들이 직장 내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시스템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아 지적했다. 송 씨 역시 “아직도 중장년층 분들의 선입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마이스터고 졸업자가 일반 고교 졸업자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연봉, 승진, 업무배치 등의 실질적 근무환경과 연결돼 마이스터고 시스템 자체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마이스터고는 학력주의를 제거하고 능력중심의 사회로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인식개선을 위해 학교 측에서 내세우는 방안은 인성교육이다. 수원하이텍고등학교의 경우, 직장매너교육(3년간 60시간), 인내력과 체력교육으로 걸만세(걸어서 만나는 더 큰 세상) 국토순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정규교과에 연극 교과를 도입하여 다양한 표현 방법 등을 교육한다. 이와 더불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능력 중심의 인사제도이다. 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기업의 채용제도를 능력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고졸, 전문대졸, 대졸 등 다양한 학력 수준을 가진 지원자들을 동시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학력 수준에 따른 능력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남성 졸업자의 경우 ‘군복무 문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남성의 경우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고 휴학을 해서 군 복무를 마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마이스터고 남성 졸업생의 경우는 다르다.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뒤 취업을 하고 나면 군 복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에 대한 해결안으로 병역을 4년 연기 가능케 하고 산업기능요원 확대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해결안은 기업과 졸업생의 불안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업은 미필인 졸업생을 채용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있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기업과 대기업에 취업한 것이 아닌 경우, 즉 중소기업에 다니는 졸업생 역시 병역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다.

한편 2015년도부터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폐지될 예정이다. 대신 국방부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바로 입대 전 기술특기병 양성(산·학·군 기술인력 협력 육성)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제시한 ‘고졸취업자의 고용 이행 지원을 위한 병역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기술 인력의 산·학·군간 협력육성은 입대 전 기술인력 양성, 군 복무 간 활용 및 전역 후 취업지원의 3단계로 진행된다. 기업과 학교 군이 협력하여 우수한 산업기술 인력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입대 전에는 특성화고에서 군과 산업체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군 복무 시에는 전공분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직위에서 복무하게 함으로써 개인으로는 경력과 전문성을 계발하여 학교 교육, 군복무 및 취업 간 단절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기업, 학교, 사회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위의 군 복무 관련 개선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도 산업기능요원의 배정 및 특성화고 인원의 배정결과 특성화고 프로그램을 통하여 산업기능요원 지정 신청한 업체는 739개로 13.7%에 불과했다. 기업체에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업과 군대 모두에서 우수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인사제도 개선, 산학연계 프로젝트 구성 기업 내에서 보완돼야 할 곳이 많다. 정권이 바뀌어도 일정 수준으로 고졸채용자를 위한 채용의 폭을 보장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개선방향이다. 학교 측에서는 일반 고등학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취업준비생의 범위를 “대졸”에 국한시키지 않고 능력을 갖춘 고교졸업생도 동등한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마이스터고 졸업생에 대한 인식개선과 관련해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 김태훈 씨는 “이런저런 기회를 통해 홍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대국민도 가능하고, 기업체 인사담당자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씨는 “중등직업교육의 선도모델로 키우는 학교. 그 정책의 강조점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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