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와 KT, 홈페이지서 선택할 수 없어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 선택형 요금제가 없는 줄 알았어요.” LGU+를 이용하는 대학생 신혜진(26)씨는 지난 달 휴대전화 요금제를 바꾸려고 LGU+의 홈페이지를 찾았다. 쓸데없이 많이 나오는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월 기본료 52,000원짜리 정액 요금제를 사용하는 신 씨는 전화와 문자 제공량은 남고, 데이터는 모자랐다. 신 씨는 전화, 문자, 데이터 제공량을 소비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게 각각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요금제로 바꾸려고 통신사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선택형 요금제가 눈에 띄지 않았다.

신 씨 뿐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선택형 요금제에 관한 소비자들의 불만 토로가 많다. “연초에 선택형 요금제가 추가됐다는데, 그 사실을 어제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참 야비한 게, 이런 거 생겼으면 소비자한테 대대적으로 홍보라도 좀 해줘야지.(블로그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 “이 요금제는 온라인으로 신청이 안되는 거였다. KT는 이 요금제를 고의적으로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블로그 'eonlog')”, “이렇게 좋은 요금제인데 웃긴건 전화 상담이나 대리점 방문을 통해서만 (신청)된다는 거... 요금제 변경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간 사람은 이 요금제가 있는지도 모를 거란 사실... (블로그 'Love is...')”, “이 요금제들은 웃기게도 엄청난 홍보도 하지 않으면서 사용자들이 잘 알아볼 수 없게끔 나와있다는 것이다. (블로그 ‘I present myself')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선택형 요금제’, '선택형 요금제 신청‘, ‘선택형 요금제 홍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나오는 소비자들의 불만 이야기들이다.

▲ 네이버 검색 화면 캡쳐. ‘선택형 요금제’, ‘선택형 요금제 신청’, ‘선택형 요금제 홍보’ 등으로 검색하면 선택형 요금제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액 요금제로 ‘새는 돈’ 막기 위해 도입했지만…

정액요금제는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은 통신서비스에 대해 이용료를 내게 만든다. 휴대전화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2013년에 한국소비자원이 휴대전화 이용자 1천 5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LTE 6만 2천원짜리 정액요금제 사용자의 경우 음성통화는 평균적으로 이동통신사 기본 제공량의 68.0%, SMS(문자메시지)는 기본 제공량의 28.6%, 데이터통신은 기본 제공량의 56.7% 밖에 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액요금제 가입자들은 음성통화의 경우 제공량의 약 1/3, SMS의 경우는 제공량의 약 3/4, 데이터 통신의 경우는 약 1/2 정도를 사용하지도 않은 채 요금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6만 2천원짜리 정액요금제 가입자의 경우 매달 평균 3만 318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요금제로 요금제를 바꾸면 자신이 사용하는 만큼만 통신서비스 요금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대학생 신 씨의 경우 월 52,000원짜리 정액 요금제를 선택형 요금제로 바꾼 뒤, 월 통신비가 45,000원으로 줄었다. 매달 7,000원씩을 절약하게 된 셈이다.

▲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발표한 자료. LTE34는 월정액 34,000원, LTE42는 월정액 42,000원짜리 요금제다.‘서비스 잔여율’이란 전체 제공량 중 쓰지 못하고 남긴 제공량의 비율을 말한다. LTE34 요금제의 경우 통화 제공량의 21.3%, 문자 제공량의 58.5%, 데이터 제공량의 12.9%를 다 쓰지 못한 것이다.

휴대전화 선택형 요금제는 정부 권고로 도입된 요금 제도다. 지난 2013년 5월, 정부가 LTE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하도록 이동통신 3사(SKT, KT, LGU+)에 권고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이 제도를 ‘2014년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의 하나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업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선택형 요금제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곳은 현재 SKT 한 곳 뿐이다. KT와 LGU+는 인터넷을 통해 ‘선택형 요금제’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정액요금제는 업체 홈페이지에 로그인 한 뒤 서너 번만 클릭하면 쉽게 가입할 수 있지만 선택형 요금제는 그렇지 않다. 반드시 전화나 대리점 직접 방문을 통해서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 KT홈페이지(위)와 LGU+홈페이지(아래) 캡쳐. 다른 요금제는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면 바로 신청할 수 있지만, 선택형 요금제는 ‘신청하기’ 버튼이 없다. 고객센터 전화 또는 직접 방문을 통해서만 변경할 수 있다.

KT고객센터는 지난해 2월 28일,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 트위터 계정 ‘olleh_cs'에 “추후 (홈페이지에서 LTE 선택형 요금제 신청이) 가능하도록 등록될 예정입니다” 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다. “요금제 변경 위해 고객센터 통화 시도 중인데 무한 대기네요. 한 시간 가까이 통화 대기, 통화 종료 반복 정말 화나는군요.”, “전화로 변경하는 것은 평일 근무시간에만 가능해서 지금 선택형 요금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 주말 이틀은 호구같이 기존 요금제 쓰라고 일부러 그런 건가요?” 같은 이용자들의 항의가 잇따른데 따른 대응조치였다. 그러나 이로부터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KT 홈페이지를 통한 선택요금제 선택은 불가능하다.

▲ 트위터 화면 캡쳐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통사 편?

이동통신 3사 중에서 유독 LGU+와 KT만 선택형 요금제를 온라인에서 선택할 수 없게 만든 이유가 뭘까? LGU+ 홍보팀의 김동환 차장은 “LTE 선택형 요금제를 쓰는 분들이 중장년층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차장은 “선택형 요금제는 이용률도 낮고 (선택하는 데)불편함이 많다”면서 “대리점에 와서 상세한 설명을 듣고 본인에게 맞는 요금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요금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계획 역시 없다고 했다.

KT 언론홍보팀 이선영 과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세 차례에 걸쳐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다”고 답변했으나 4분 뒤 다시 전화를 걸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디자인된 기성 요금들을 많이 선호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지 않는다며 “통신사는 가입자들의 금액 대비 최적의 사용량을 분석해 요금제를 낸 것이며, 고객들은 기성 요금제를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선택형 요금제는 가입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요금제 종류도 너무 많아 온라인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구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전화 한 번만 해도 (선택형 요금제로) 변경할 수 있고, 가까운 대리점에서도 신청할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크게 불편한 것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선택형 요금제 도입을 권고한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정책과 심규열 사무관은 “(선택형 요금제로 인해) 이통사 매출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런 것에 대해 나름대로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택형 요금제에 대해 국민들이 알기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정부가 쓰는 홍보 예산은 제한돼 있다”면서 “이통사에 선택형 요금제를 좀 홍보 해달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홍보는 자기 필요성에 의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LGU+가 선택형 요금제를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없게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완전히 파악이 되지 않아 자세히 말씀을 못 드리겠다. 할 수 있도록 개선은 돼야 할 것 같은데... 정신이 없어 여력이 못 미쳤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웹에서 선택형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SKT의 이유는 어떤 것일까? SK텔레콤 PR2팀의 문진호 매니저는 “(선택형 요금제 또한) 개발한 상품이고, 고객이 선택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홈페이지에서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다른 요금제와 선택형 요금제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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