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체크카드 재발급 받으러 갔을 때 나보고 수수료 내라고 하면 진상고객님 될 거 같다” “수수료 천 원? 장난하나? 유출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체크카드 안 잃어버리게 조심하세요. 공돈 천 원이 날아간답니다.” “지하철에서 체크카드 또 잃어버림... 은행에 재발급 수수료로 바친 돈이 얼마지?” 우리은행과 농협이 체크카드 재발급 수수료를 받는 데 대해 사용자들이 인터넷 공간에 올린 불만들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체크카드 재발급 수수료’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런 불만의 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은행 체크카드를 잃어버렸을 때 재발급 받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ARS로 재발급 신청을 하거나, 은행 지점에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전화로 재발급을 신청하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은행에 가면 재발급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분실 카드 재발급’이라는 똑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상이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체크카드 재발급 신청을 위해 우리 은행 창구를 찾았던 김재환(29세, 남)씨는 이런 차별 대우를 납득하지 못했다. 김씨는 “전화 재발급 신청을 하면 사측이 카드를 우편으로 고객에게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배송비가 든다. 반면 고객이 발품을 팔아 은행을 찾아가면 (사측은) 배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 배송비가 드는 전화 재발급 신청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배송비가 들지 않는 은행창구 신청에는 수수료를 물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이없어했다.

▲ <두 가지 재발급 신청 방법 비교>

9개 시중은행 가운데 창구 재발급 신청고객에게만 차별적으로 수수료를 받는 은행은 우리은행과 농협 단 두 곳뿐이다. 나머지 7개 은행은 그렇지 않다. IBK 기업은행 역시 재발급 수수료를 받지만, 전화 재발급 신청 때나 창구 신청 때나 똑같이 수수료를 받는다. 재발급 신청방법에 따라 고객을 차별하지는 않는다. 농협의 경우 은행 창구에서 재발급 신청을 하더라도 수수료를 받지 않을 때가 있다. ATM 현금 입출금이 가능한 IC칩을 체크카드에 내장하지 않을 때만 그렇다. IC칩이 내장된 체크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면 수수료를 내야한다. 전화 재발급신청을 했을 때 IC칩 내장 여부와 상관없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과 차별적이다.

우리은행 체크카드의 경우 수수료 천 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체크카드로 4개월 안에 10만 원 이상 결제하면 은행이 천 원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그러나 전화로 재발급을 신청하면 4개월 내에 10만 원을 사용하지 않아도 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차별이기는 마찬가지다.

<9개 은행 체크카드 재발급 수수료 현황>

 

전화 재발급 신청

은행 영업점 방문 신청

KB국민은행

무료

무료

우리은행

 

무료

1,000원

신한은행

무료

무료

스탠다드

차타드은행

무료

무료

시티은행

무료

무료

외환은행

무료

무료

하나은행

무료

무료

IBK

기업은행

2,000원

2,000원

NH농협

무료

*IC칩 탑재 여부 상관없음

1,000원

*IC칩 탑재할 경우

무료

*IC칩 탑재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에서는 우리은행이나 농협의 재발급 수수료를 피하는 요령을 고객들이 서로 전수해주기도 한다. 수수료 액수가 많아서라기보다는 수수료 부과의 정당성을 고객들이 납득하지 못하기고 있기 때문이다. ‘햇소’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 이런 글을 올렸다. “카드 해지하고 새로 같은 카드 만들면 수수료 안 든다. 저번에 (은행에) 가니까 은행언니가 재발급하면 돈 드니까 이 카드 없애주고 새로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 고객이 수수료부과에 강하게 항의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경험담도 있다. 다음 카페에서 활동하는 닉네임 ‘부~자되자’는 “수수료 내라는 이야기에 열 받아서 항의했더니 ‘진상하나 나셨네’ 이런 표정으로 수수료를 면제 해줬다”고 자신의 경험을 카페 회원들에게 전했다.

수수료 받는 은행과 안 받는 은행의 상반된 설명

시중은행 중에서 유독 우리은행과 농협만 체크카드 재발급 고객들에게 차별적 대우를 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은행 체크카드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카드의 말부터 들어보자. 우리카드 관계자는 “(고객은 체크카드를 은행에서 재발급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카드사와 은행은 분리돼 있다. 체크카드 재발급의 경우 은행이 카드사 업무를 대행하는데, 이때 업무대행 수수료가 발생 한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2013년 초까지 우리은행과 통합돼 있다가 같은 해 4월 독립된 계열사로 재출범한 바 있다. 그는 “(스토리오브서울이 문제를 제기한 후) 타사 대비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는 부분을 감안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보고하고 조치를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해당 부서가)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은 우리은행과 반응이 달랐다. NH농협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체크카드 재발급신청을 전화나 인터넷으로 하는 고객이 적어서 그런 경우에는 수수료를 안 받고 있었다”며 “전화 재발급 신청의 경우까지 수수료를 다 받아야 하지만 99%(은행창구 이용자)를 잡아야지 1%(ARS 고객센터)까지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서 는 체크카드 재발급에 인력, 전산 등의 비용이 든다. 앞으로는 고객들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재발급을) 요청하더라도 수수료를 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업, 농협,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이 고객이 분실한 체크카드를 무료로 재발급 해주는 이유는 뭘까. KB국민카드 브랜드 전략부 관계자는 “카드 재발급은 고객이 우리 회사와 계속 거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고객의 카드 재발급이 곧 당사와의 거래를 지속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고객들이 체크카드를 현금(입출금)카드로도 많이 사용한다. 이는 체크카드를 재발급 받아) 은행을 계속 이용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런 여러 가지 경영적인 전략을 고려해 (재발급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세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체크카드 분실 재발급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하나카드 상담사 이정훈 씨는 “고객이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재발급 받는 경우는 즉시발급이 가능하기에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는다. 전화 상 재발급의 경우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긴 하지만 분실한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다 청구하면 고객들 불만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무료로 재발급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고객도 체크카드를 분실하고 재발급 받을 때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신한카드 고객서비스팀
강상욱 팀장은 “고객이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가맹점 수수료 등 회사에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체크카드 재발급 수수료를 별도로 청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체크카드 자체가 (고객이) 사용하면 (고객의) 통장에서 금액이 자동으로 출금되는 프로세스”라며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고객이 결제일을 지키지 않는 연체 리스크가 없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체크카드 재발급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방침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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