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zz’에 기초한 새로운 저널리즘

‘Buzz’. 떠도는 소문이나 웅성거림을 뜻한다.저널리즘과는 거리가 있다.하지만 지금 미국에서 가장 촉망 받는 뉴스 사이트 중 하나는 이 ‘buzz’에 기초한다.바로 ‘버즈피드(Buzzfeed)다. 버즈피드는2006년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가 만든온라인 뉴스 사이트다.전통적인 저널리즘과는 확연히 다르다.팩트나 심층 분석보다는 가벼운 읽을거리와 화제 위주다.특히 ‘너를 지금 당장 패닉으로 만들 21가지의 질문들(21 Questions That Will Make You Panic Right Now)’과 같은 새로운 형식,즉 ‘리스티클(리스트+아티클)’을 선보였다. 글뿐만이 아니라 퀴즈와 동영상도 제공한다. ‘얼마나 워킹데드(미국의 유명 드라마)시즌 1에 대해서 잘 기억하고 있나? (How Well Do You Remember “The Walking Dead” Season 1?)’와 같은 퀴즈와 ‘남자들이 혼자 있을 때 하는 이상한 행동들(Weird Things Guy Do When They Are Alone)’에 관한 동영상 등이다.

장난감 뉴스’ 취급 받던 신생 매체‥모바일 시대 새 강자로 떠올라

초창기에는 미디어 비평가들로부터 ‘장난감 뉴스’라고 비판을 받았다.하지만 버즈피드는 더 이상 ‘장난감 뉴스’에 지나지 않는다.퀀트캐스트(Quantcast) 자료에 따르면 버즈피드의지난 한 달간 순방문자 수(특정 웹 사이트를 일정 기간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 방문한 사람들 중, 고유의 ID값을 가지고 있는 개개의 사람 수)는 약 1억 9천명이다.월 평균 1억명인 인스타그램과7천만명인 뉴욕타임즈를 능가한다. 버즈피드의 이러한 상승세는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꾸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Marc Lowell Andreessen)이 이끄는 밴처캐피털‘안드레센호로위츠’가 5000만 달러(약 520억원)를버즈피드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이에 따라버즈피드의 기업 가치가약 8억5000만달러(약 8700억원)로 증가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이는 2013년 워싱턴포스트의 매각가인 2억 5000만달러보다 3배 이상 높다.

과연 저널리즘의 영역에 포함될까

기존 매체 관련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선임에디터인 애덤나즈버그(Adam Najberg)는 지난 8월 12일,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초청한 자리에서 “버즈피드는 지속하기 어려운 형태”라며 비판을 가했다.그는 “가벼운 기사로 시선을 끌기는 쉽다.하지만 어려운 뉴스를 매일 쓰기는 어렵다.나는 버즈피드와 같은 곳이 뉴스를 제대로 알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지 않는다.유행에 따르는 기사를 많이 쓰는 지금이야 말로, 새롭고 깊이 있는 뉴스를 전달해 독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버즈피드가장기적으로는 독자의 신뢰와 충성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버즈피드가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 매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이들은 게임이나 동영상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발전시켰다.이러한 형식은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정보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 오랫동안 독자들의 머릿속에 남게 한다.아메리칸 대학 게임랩의린제이그레이스(Lindsay Grace)는 지난 9월 11일 ‘포인터’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유용한 스토리텔링 도구”라며 게임과 뉴스가 결합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뉴스 보도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임팩트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면서 “뉴스 보도를 봐도 정작 팩트는잊어버리지만,경험은 다른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에서도 혁신을 가져왔다.버즈피드에 들어가면 어떠한 광고도 찾아볼 수 없다. ‘네이티브 광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네이티브광고는 배너 광고와 같은 기존 광고와는 달리, 본 콘텐츠와 분리된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다.협찬 기사나 동영상 속의 PPL과 같이 독자가 경험하는 콘텐츠의 일부로써작용한다.IT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네이티브 광고가 배너 같은 전통 광고에 비해 클릭률이 훨씬 높고 효과적이란 사실이 증명됐다”면서 미국 네이티브 광고 시장이 오는 2018년엔 현재보다3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판 버즈피드

국내에도 이러한 온라인 매체들이 등장했다.바로 ‘슬로우뉴스’와 ‘ㅍㅍㅅㅅ(프프스스)’등이다.기존 언론이 시도하지 못한 영역을 파고들며 새로운 독자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슬로우뉴스’는 2012년 3월, 15명의 블로거들에 의해 시작됐다.기성 언론들이 정확한 팩트보다는 자극적인 내용과 속보에 대한 경쟁에 치우쳐 가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이름을 ‘슬로우뉴스’로 내걸었다.기본으로 돌아가 문제의식을 담은 기사만을 내보내자는 것이 그들의 철학이다. ‘ㅍㅍㅅㅅ’는2012년 12월, ‘슬로우뉴스’에서 활동하던 IT 기획자 이승환씨와 한의사임예인씨가나와서 만든 인터넷 잡지다.기존 형식에서 탈피해 기존 매체가 쓰지 못하던 내용까지 포함한 다양한 글을 쓰겠다는 것이 그들의목표이다.

저널리즘의 미래 방향

온라인 기자를 향한 분노는 뜨겁다.‘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까지등장했다.클릭 수를 올리기 위한 낚시성 기사와 기사 하나에 딸리는 수많은 배너 광고들이여전히 넘쳐난다.하지만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지금은 인터넷,그리고 모바일시대다. ‘ㅍㅍㅅㅅ’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승환씨는 가장 중요한 편집 원칙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독자를 신경 쓰면 안 된다”와 “독자를 배신하면 안 된다”는 것.저널리즘 매체로서 일관성을 유지하되 양질의 컨텐츠만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좋은 컨텐츠를 더 널리 퍼트리는 것.버즈피드는저널리즘의 미래를 제시한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