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1인당 대학 입학금 최대 103만원… 정해진 사용처나 사용 기준은 없어

 

대학 입학금 최고 금액이 100만원을 넘었다. 비싼 액수 자체도 문제지만, 더 문제인 건 대학이 이 돈을 받아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입학금은 정말 꼭 필요한 돈일까?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입학금의 쓰임새를 집중 취재했다. 올해 기준으로 입학금이 가장 높은 20개 대학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해외 대학과의 비교 분석을 위해, OECD 34개 가입국 137개 주요 국공립·사립대의 입학금 정보를 각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일일이 확인했다. 홈페이지 확인이 어려운 경우엔 해당 대학과의 전화·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취재의 정확성을 높였다. 우리나라처럼 입학금을 받는 일본 대학의 상황은 어떤지, 현지 담당자에게 직접 물었다. 학생들을 위해 등록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해외 대학의 사례도 소개한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등록금 고지서를 받은 서울여대 1학년 문연주(20)씨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한 수업료 외에 ‘입학금 88만 1천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수업료 말고 입학금을 따로 내야 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큰돈을 내고도 (학교가 입학금을) 어디다 쓰는지 알 수가 없었죠. 일단 합격했으니 아무 말 말고 그냥 내라는 건지.” 올해 한양대에 입학한 14학번 정충현(21)씨도 입학금 97만7천원을 냈다. “입학식에는 몇몇 교내 동아리 공연과 형식적인 행사뿐이었어요. 입학 후 학교에서 받은 건 학생증이랑 학생 수첩이 다였죠.” 정 씨는 “학교가 100만원에 가까운 입학금을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정충현씨의 1학년 1학기 등록금 확인증. 붉은 색으로 윤곽선 처리된 부분이 입학금 항목이다.

대학 입학금, 너는 누구냐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은 첫 학기에 등록하는 신입생에게 입학금을 받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공시정보센터의 ‘대학알리미’(academyinfo.go.kr) 통계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국 197개 국공립·사립대 중 194곳이 올해 입학금을 받았다. 입학금은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는 ‘수업료’와는 별도의 납부금이다. 고등교육법 11조 1항은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은 “그 밖의 납부금” 중 하나로 신입생에게 입학금을 받는다.  

 

국․공립대

 
사립대
입학금(신입생만), 수업료, 기성회비
입학금(신입생만), 수업료
▲ 대학 등록금 구성 요소 

2014년 대학 입학금으로  고려대는 신입생 1인당 평균 103만 1천원, 동국대는 102만 4천원, 한국외국어대학교는 100만7천원을 받았다. 홍익대, 인하대, 세종대, 연세대 등 27개 사립대도 올해 90만원 이상의 입학금을 걷었다. 입학금 액수 상위 20개 대학의 경우, 입학금은 연간 등록금 액수의 약 10~12%를 차지했다

 

순위

 
대학
학과 전체 평균 입학금 액수
1
고려대학교
103만1천원
2
동국대학교
102만4천원
3
한국외국어대학교
100만7천원
4
홍익대학교
99만6천원
5
인하대학교
99만2천원
6
세종대학교
99만원
7
연세대학교
98만7천원
8
중앙대학교
98만원
9
금강대학교
97만8천원
10
한양대학교
97만7천원
11
서강대학교
96만9천원
12
신한대학교
96만8천원
13
광운대학교
95만4천원
14
이화여자대학교
94만5천원
15
한세대학교
94만5천원
16
성균관대학교
94만4천원
17
건국대학교
93만8천원
18
덕성여자대학교
93만3천원
19
성신여자대학교
93만2천원
20
상명대학교
92만8천원
▲ 2014년 입학금 액수 상위 20개 대학


한국, 일본 학생들만 내는 돈

이처럼 많은 대학이 적지 않은 금액의 입학금을 받고 있지만, 대학 입학금이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반적인 제도는 아니다. 취재팀은 OECD 34개국 137개 국공립·사립대의 신입생 등록금 정보를 각 대학 홈페이지와 전화 ·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멕시코, 포르투갈, 일본, 한국 단 4개국에서만 입학금을 받는 대학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 포르투갈에서는 일부 사립대만이 입학금을 받는다. 우리나라처럼 대다수의 대학이 입학금을 받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했다. OECD 34개국 중 대학 입학금 제도가 있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송선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개인이 조직에 대해 가입하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취지로 사례금을 지급하는 게 관례”라며, “한국 대학의 입학금은 일제 강점기 시기에 유입된 이러한 문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대학
입학금 액수
일본
동경대, 교토대, 오사카대, 토호쿠대 등 국립대학
28만2천엔
일본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사립대학
20만~30만엔
멕시코
Universidad Popular Autonoma del Estado de Puebla
3,570페소
- 첫 학기 등록금 중 일부를 선불로 내는데, 이것이 사실상의 입학금(new entry fee)이라고 소개하고 있음.
멕시코
Universidad de las Americas Puebla
8,800페소
포르투갈
Universidade Lusíada,
Lusíada University of Porto
300유로
▲ 입학금 받는 해외대학 정보

입학금 사용처는 여전히 수수께끼

시민단체와 학생들은 대학들이 한 해 최고 90억원이 넘는 입학금 수입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왔다. 고려대 학생들이 꾸린 ‘내 청춘을 고함’ 실천단은 작년 6월 고려대 학생 3185명의 서명을 받아 대학 측에 입학금 산정근거와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은 입학금을 “학교의 전반적인 관리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한다”고만 답변했다. 입학금 문제를 다룬 기존 언론 보도 중에서도, 대학들이 입학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상세히 밝힌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취재팀은 이 점에 주목해 대학 입학금의 사용처를 집중 취재하기로 하고, 2013년 기준 입학금 액수 상위 20개 대학(고려대, 동국대, 한국외대, 홍익대, 인하대, 세종대, 연세대, 중앙대, 금강대, 한양대, 서강대, 신한대, 광운대, 이화여대, 한세대, 성균관대, 건국대, 덕성여대, 성신여대, 상명대, 이상 총 20곳) 관계자와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순위

 
대학
2013학년도
입학금 수입 총액
1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90억9천만원
2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90억3천만원
3
성균관대학교
87억3천만원
4
중앙대학교
85억1천만원
5
건국대학교
81억5천만원
6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73억3천만원
7
이화여자대학교
64억8천만원
8
홍익대학교
64억6천만원
9
한국외국어대학교
60억7천만원
10
인하대학교
56억9천만원
11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56억4천만원
12
상명대학교
42억7천만원
13
세종대학교
39억원
14
서강대학교
35억1천만원
15
성신여자대학교
29억2천만원
16
광운대학교
27억2천만원
17
신한대학교
23억8천만원
18
덕성여자대학교
17억원
19
한세대학교
9억5천만원
20
금강대학교
1억6천만원
▲ 2013년 입학금 수입 총액
※ 각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3학년도 예․결산 공고 ‘교비회계’ 부분 참고. 2014년 입학금 액수 상위 20개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순위임.

대학도 모르는 입학금 사용처

하지만 취재 결과, 대학 입학금의 구체적 사용처를 알아내기란 현재로서는 불가능했다. 대학들이 답변을 거부해서가 아니다. 20개 대학 중 12개 대학이 인터뷰에 응했지만, 정작 입학금을 어디에 쓰는지, 사용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입학금은 처음부터 어디에 쓸지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걷는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입학금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느냐”는 질문 자체가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인터뷰에 응한 12개 대학은 입학금에 별도로 정해진 특정 사용처는 없으며, 대학 운영에 전반적으로 사용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고려대 커뮤니케이션팀 서민경씨는 “(입학금은) 등록금과 같은 용도로 사용한다. 전반적인 학사운영에 활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D대 전략예산팀 관계자는 “원서접수비나 입학금, 등록금이 모두 한 계정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입학금을 따로 떼어 놓고 관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예산팀 장우근 팀장도 “수업료나 입학금이나 구분이 없다. 사용처나 범위가 구분돼 있지 않다”며 “그건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답했다.


5개 대학은 입학금의 일부 용도를 좀 더 상세히 설명했다. 한양대 예산처 관계자는 “입학식 부대비용이나 도서구입비, 신입생 세미나 강좌 지원비, 입학 전 교육 강좌 운영비, 영어레벨 테스트비 등으로 일부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예산처 관계자 역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세미나 지원, 상담 지원 등 입학 후 환경 적응을 돕는 데 일부분이 들어간다”고 답했다.


하지만 입학금이 신입생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H대 홍보팀 관계자는 “(입학금은) 신설 교육프로그램 운영, 신입생 대상 홍보책자 제작 등에 쓰인다. 대부분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데 입학금을 쓴다”면서도 “신입생만을 위해 입학금을 쓴다고 보기 어렵다. 입학금은 시설 유지관리비로도 나가는데, 학교 시설은 모든 재학생이 다 같이 이용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S대 예산팀 관계자도 전체 입학금 중 어느 정도가 신입생을 위해 사용되냐는 질문에 “비율을 계산할 수는 없다”며 “입학금은 입학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용되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이런 식의 입학금 운영이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지침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12월 발간된 ‘교육과학기술부 질의·회신 사례집’ 215쪽을 보면, 교과부 대학장학지원과는 입학금에 대해 “신입생 입학에 소요되는 경비뿐만 아니라, 다른 항목의 수입과 합산되어 교직원 인건비, 학생복리비, 시설비, 장학금 등 학교운영 전반에 사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당국도 대학이 입학금을 다른 수입과 구분 없이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일을 문제 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학의 사정도 비슷했다. 일본 도쿄대학(東京大学) 홍보과의 마나 미우라씨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도쿄대에서는 입학금의 용도를 특별히 정해 사용하지 않는다. 입학금은 수업료 및 기타 수익과 함께 대학의 수익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립대인 쓰다주쿠대학(津田塾大学) 기획홍보과 역시 “일본 대학에서는, 용도가 지정되어 있는 특별한 기부금(지정 기부금)과 용도가 정해진 국가보조금 이외의 수익은 구분하지 않는다”며, “입학금과 수업료가 회계 상 각각 얼마인지에 대한 기록은 남기지만 둘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특정한 용도가 없다면 대학들은 왜 굳이 신입생들에게 수업료와 별도로 입학금을 받고 있을까. 중앙대 총무과 장우근 팀장은 “(입학금은) 예전부터 고등교육법에 있던 등록금 항목이다. 등록금 항목이 입학금과 수업료로 구분돼 있어 나눠 받는다고밖에 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관계자는 “입학금은 입회비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이 대학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방편으로 입학금을 받기 시작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목적을 따로 정해두고 만든 비용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학이 초기에 재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등록금을 징수하기 어렵거나, 혹은 등록금을 인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쉬운 ‘입학금’이라는 형태로 학생 부담을 늘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입학금은 일반 등록금과는 다른 목적으로 쓰여야만 할 것 같지만, (최초에) 입학금은 대학의 ‘일반적인’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 구상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메일 답변)

용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학생의 교육비 부담 늘어날 수 있어

이처럼 입학금의 용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대학이 입학금 액수를 자의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구체적 사용 기준이 없을 경우 입학금 액수의 산정 근거 역시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장수명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입학금의 용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며 “(입학금을) 지금처럼 별 규정 없이 아무 데나 사용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학금이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방법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비 전액 무료를 내걸고 학생들을 모집하는 일부 대학은, 수업료를 받지 않는 대신 입학금을 비싸게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대학들이 행정비용을 다 부담할 수 없기 때문에 입학금이라는 명목을 찾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입학금이 신입생을 위해서만 사용되도록 용도를 제한한다면 100만원까지 받을 이유는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8월 의결한 한 보고서도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입학금 사용 기준과 관련된 규정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학이 학생들의 입학 준비를 위해 실제 들이는 돈보다 더 큰 액수를 입학금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 명확한 산정근거 없이 입학금이 각 학교 장의 재량에 따라 책정되면서 불합리한 입학금 징수 사례가 빈발

 
■ 신입생 입학관리에 필요한 실제 비용 수준을 초과하는 입학금 징수 사례 등으로 학교 간의 입학금 편차가 매우 큰 실정
■ 인상 시 반발이 심한 재학생의 등록금은 동결하면서, 상대적으로 조정이 용이한 입학금은 명확한 사유 없이 인상하는 사례가 빈번
■ 입학금은 … 구체적인 사용기준이 없어 목적에 맞지 않는 부당한 집행 사례가 발생
■ 입학금의 용도가 전혀 제한되지 않아 이를 신입생 관리와 무관한 홍보비, 시설비 등으로 사용하더라도 관리나 제재가 곤란
 
- ‘대학 등록금 책정의 합리성 제고 방안’(권익위 보고서) 9~10쪽

 

권익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의 신입생 입학 관리를 위한 지출 항목을 법령에 규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입학금 산정・집행 세부 지침’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입학금의 사용처를 ▲행사비-입학식,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설명회 등 입학 관련 각종 행사비용, ▲행정비용-학생증, 학적 발급 등 입학 관련 행정업무 소요 비용, ▲인쇄 및 소모품비-등록 안내책자 및 수강편람 인쇄, 관련 소모품 구입비용 등 세 가지 영역으로 제한하자는 식이다.
송선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원도 “입학금 관련 지출 항목의 투명성과 공개성이 앞으로 더 보완돼야 할 것”이라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하여 그 액수와 지출범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업료 외 납부금’의 사용처 공개하는 해외 대학들

입학금은 아니지만, 몇몇 해외 대학도 수업료(tuition) 이외의 추가 납부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그 금액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뉴질랜드의 웰링턴 빅토리아 대학(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이 대표적이다. 이 대학은 수업료로 충당되지 않는 서비스를 위해 학생 1인당 690 뉴질랜드 달러의 추가 부담금(levy)을 걷는다. 그러면서 해당 금액의 용도를 상담, 보건서비스, 재정지원, 커리어 설계, 학생활동, 학생 출판 등 총 18개 항목으로 상세히 밝혔다.


호주 대학들은 2011년 10월 국회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개정안(Higher Education Legislation Amendment Act)에 따라 수업료 외에 “학생 서비스 및 편의시설비(The Student Services and Amenities Fee, SSAF)”를 학생들에게 별도로 받는다. SSAF 기금의 사용처는 각 대학 홈페이지에 매년 상세하게 공개된다. 호주 맬버른 대학의 경우 작년에는 “신규 피트니스 센터 개관”, “자녀를 가진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 “캠퍼스 내 학생 대상 일자리 184개 활성화”와 같은 내용을 소개했으며, 각종 사업의 결과와 학생들의 만족도 역시 수치로 제시했다.


이런 투명한 재정 운영에는 호주 정부의 역할도 컸다. 호주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걷을 수 있는 학생 서비스비 금액의 한도를 시행령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상한선은 매년 갱신되는데 올해는 281 호주 달러로 정해졌다. 이 법은 또 학생 서비스비의 용도를 법률 서비스 제공, 예술 활동 지원, 토론회 지원, 언론 매체의 생산 ․ 배포 지원 등 총 19개 항목으로 상세히 규정했다. 아울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 이 납부금이 어디에 우선적으로 사용될지 학생 대표와 논의하는 공식회의를 열 것을 명시해 놓았다.


OECD 회원국은 아니지만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 있는 가브리엘 레네 모레노 자치 대학(Universidad Autónoma Gabriel René Moreno)은 입학금의 용도를 학생들에게 공개한다. 올해 이 대학에 입학한 마리아 라우라씨(20)는 첫 학기에 입학금으로 40달러(250bolivianos)를 냈다. 금액도 적은 편이지만, 대학은 증명사진, 적성검사 등 입학금을 어디에 썼는지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공지했다. 그는 온라인 인터뷰에서 “한국대학이 명목을 밝히지 않고도 그렇게 큰 돈을 징수할 수 있는 것이 놀랍다”며 “한국 학생들은 분명히 학교에 사용처를 묻고 합당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납부를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금 사용처 제한하면 수업료 인상 우려… 정부 교육비 부담 높이는 게 근본 해법

하지만 교육부는 입학금의 용도를 제한하자는 권익위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장학과의 한 관계자는 “(입학금을) 어디에 쓰는지 자세히 밝히라는 학생들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현재 대학들은 입학금 계정이 따로 없고, 등록금이랑 똑같이 쓰고 있다. 50~60년 동안 그렇게 써 왔다. 이제 와서 갑자기 대학 측에 (입학금) 지출 항목이나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용처를 제한하면 입학금이 내려갈 텐데, 이렇게 되면 대학들이 (수익 감소분을 충당하기 위해) 수업료를 인상할 수 있어 어떻게 보면 학생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교육부는 이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D대 전략예산팀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입학금 수입이 줄면 등록금이 올라갈 개연성이 크다. 대학 입장에서는 기본 경비 충당을 해야 하는데, 추가 재원을 확보할 방법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 입학금을 비롯한 학생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려면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선영 연구원은 “입학금이나 등록금은 물론, 고등교육에 소요되는 재정문제에 관한 논의는 부담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의 문제일 뿐, 결코 대학이 필요로 하는 재원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우리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지원이 낮은 만큼, 국가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명 교수도 입학금 제도에 대해 “정부의 투자가 거의 없고, 사립재단들이 충분한 기금 없이 대학을 설립하다보니 모든 비용을 학생에게 전가하고자 만들어 낸 ‘꼼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학금 문제는 결국 대학교육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논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투입을 높이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금 문제의 핵심은 돈을 낸 학생도, 걷는 학교도 용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입학금의 쓰임새를 명확히 하고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비싼 입학금’을 둘러싼 논쟁은 생각보다 쉽게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른다. 입학금에 대한 학생의 알권리가 충분히 보장된 후에야 입학금이 지나치게 비싸진 않은지,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역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